‘투자 리딩방 사기 사건’ 기소했지만
피해자 확인·수법조차 특정하지 않아
확보한 범죄 계좌의 입금자도 조사 無
이례적으로 법원 “수사 제대로 안 해”
결국 재판에서는 일부 혐의 ‘공소기각’
피해자 확인·수법조차 특정하지 않아
확보한 범죄 계좌의 입금자도 조사 無
이례적으로 법원 “수사 제대로 안 해”
결국 재판에서는 일부 혐의 ‘공소기각’
검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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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방검찰청에 1000억원이 넘는 사기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금을 가로채는 불법 유사투자자문(투자리딩방) 사건인데, 비판은 다름 아닌 해당 재판을 담당한 판사의 입에서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강란주 판사)은 최근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6년,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다만 A씨와 B씨가 받았던 일부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A씨와 B씨는 리딩 투자 사기단의 자금세탁책으로 활동하던 2021년 6~7월부터 2022년 5월까지 피해자들로부터 각각 533억원·526억원을 받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기소한 혐의는 구체적이지 않았다. 통상 사기 혐의는 피해자 현황과 피고인이 피해자를 어떻게 속였는지 특정해야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었던 것이다.
실제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피해자 특정은 입금 계좌에 표시된 내용으로 갈음 △기망방법은 ‘장소를 알 수 없는 곳에서 피해자에게 불상의 투자 사이트를 제시하며 불상의 방법으로 수익을 얻게 해주겠다는 취지의 거짓말을 했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증거도 부실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는 피의자 신문 결과와 일부 피해자 진술, 계좌이체 내역 등 대부분 ‘앉아서 찾는 증거’ 밖에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검찰은 A씨와 B씨를 기소할 때까지 피해자일 수 있는 계좌 입금자 대부분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고, 송금 경위도 살펴보지 않았다.
급기야 법원은 지난해 11월 9일 검찰에 ‘공소사실을 명확하게 하라’는 취지의 석명준비명령을 받고 나서야 일부 공소사실에 대한 공소장 변경 허가 및 추가 증거를 제출했다.
결국 A씨와 B씨는 이번 재판에서 각각 352억원·342억원의 자금을 세탁해 동료 조직원에게 전달한 혐의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자료 수집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그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수사의 어려움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침해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A씨와 B씨에 대해서는 “편취금, 자금세탁액의 규모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면서 “여기에 피고인들이 아무런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고, 또 수사를 대비해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엿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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