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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이슈 로봇이 온다

한화그룹 해외 건설업 맡은 김동선 부사장…유통·로봇 이어 건설까지 ‘내 손안에’ [CEO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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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35)이 새해 들어 경영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한화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 부사장을 맡으면서 그룹 내 역할을 두고 재계 이목이 쏠린다.

매경이코노미

1989년생/ 다트머스대 정치학과/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장/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담당/ 2024년 1월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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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한화 부사장 선임

해외 건설 사업 주도할 듯

한화그룹은 최근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으로 김동선 부사장을 선임했다. 김 부사장 선임과 동시에 해외사업실도 해외사업본부로 승격됐다.

김동선 부사장이 건설업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0년 전인 2014년 한화건설 해외영업본부 소속으로 이라크 현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비스마야 신도시 병원, 학교 등 인프라 시설 공사 수주 등에 참여했다. 한화건설은 2022년 ㈜한화에 흡수합병되면서 ㈜한화 건설부문으로 새출발했다.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은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 인근에 주택 10만가구와 사회기반시설을 짓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가 101억2000만달러(약 13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가 신도시 공사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으면서 2022년 10월 공사가 중단됐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화 측에 공사비 미수금 6억2900만달러 중 2억3000만달러를 납부하면서 사업 재개 기대감이 커졌다. 재계에서는 김 부사장이 당시 경험을 살려 한화의 해외 개발 사업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화 관계자는 “국내 건설 경기가 위축된 만큼 김 부사장 주도로 해외 개발 사업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인사로 한화그룹 내 김동선 부사장 경영 보폭이 한층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그룹 핵심 사업인 우주항공·방산·에너지,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금융업에 주력하는 동안 삼남 김동선 부사장 역할은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는 한화건설에서 일했지만 일신상의 사유로 2017년 회사를 떠났다. 2020년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잠시 몸담았다가 그해 말 한화에너지 글로벌전략담당(상무보)으로 복귀했다. 당시만 해도 그룹 내 존재감이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2021년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을 맡으면서 유통 사업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본업인 백화점을 넘어 외식 등 신사업 성과를 내는 데 힘써왔다.

일례로 미국 3대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소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파이브가이즈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23개 국가에서 18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글로벌 햄버거 브랜드다. 아시아에서는 홍콩, 싱가포르, 중국, 말레이시아, 마카오에 이어 여섯 번째로 한국에서 오픈했다.

파이브가이즈 브랜드 유치부터 서울 강남대로 1호점 개점까지 김 부사장이 직접 진두지휘했다. 1호점 흥행에 힘입어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2호점을 열었다. 향후 5년 내 15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파이브가이즈 아시아태평양본부가 위치한 홍콩에서 직원들과 함께 실습 교육에 참여하기도 했다. 최고의 재료를 찾기 위해 강원도 평창 감자 농가를 찾아 식재료 품질과 생산 과정도 직접 살폈다. 재계 관계자는 “김동선 부사장은 파이브가이즈 경영을 챙기기 위해 직접 해외 실습 교육을 받고 원재료 농가를 방문할 정도로 누구보다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라고 귀띔한다.

신설 로봇 사업 법인인 한화로보틱스에서 전략담당임원을 맡으면서는 미래 전략 수립에도 관여해왔다. 로봇은 한화그룹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핵심 사업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0월 ㈜한화 FA사업부 내 협동로봇, 자율주행로봇, 무인운반로봇 등의 사업을 분리해 로봇 전문 기업 한화로보틱스를 설립했다. ㈜한화가 지분 68%, 한화리조트가 32%를 보유했다. 한화로보틱스의 서비스 로봇 역량을 호텔, 백화점, 외식 등 그룹 내 유통 사업에 접목시켜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사업을 이끌어온 덕분에 재계 안팎 평가도 달라졌다. 그는 지난해 11월 인사를 통해 한화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2022년 전무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초고속 승진이다. 큰형 김동관 부회장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오르는 데 4년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속도다. ‘홀로서기’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외에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 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담당 임원 직급도 부사장으로 바뀌었다.

그사이 지분 매입에도 속도를 냈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2일 이후 한화갤러리아 주식을 꾸준히 사들여 지분율을 0.63%에서 1.34%(12월 13일 기준)로 두 배 이상 늘렸다. 한화솔루션 리테일사업부문이 분할돼 신설된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3월 31일 상장했다. “김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만큼 책임 경영 일환으로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는 것이 한화 측 입장이다.

김 부사장은 ㈜한화 지분도 1.64% 보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때 불미스러운 일로 회사를 떠났던 김동선 부사장이 유통, 로봇 사업에 이어 건설업까지 맡으며 한화그룹 내 영향력이 한층 커진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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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의 목소리도

갤러리아 실적 부진, 신사업 성과 변수

김동선 부사장이 점차 경영 보폭을 넓히지만 걱정 어린 시선도 존재한다. 김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로보틱스를 비롯해 ㈜한화 건설부문 등 4곳 부사장에 올랐지만 아직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다. 전략본부장, 전략담당임원 등 핵심 보직을 맡았음에도 정작 미등기임원 신분이다. ㈜한화와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에서 각자대표를 맡아온 김동관 부회장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아직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등기이사를 맡기에는 이르다는 방증”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게다가 파이브가이즈 등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도입만으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적잖다. 파이브가이즈를 비롯한 식음료 사업이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와인 유통업인 비노갤러리아 사업까지 포함해도 식음료사업부문은 한화갤러리아 전체 매출의 1% 남짓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화갤러리아 전체 실적도 그리 좋지 않다.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한화갤러리아 매출은 1200억원, 영업이익 20억원에 그쳐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 74% 줄었고, 당기순손실 14억원을 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롯데백화점 잠실점 등 경쟁 백화점의 주요 점포들이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하는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사실 한화갤러리아는 한화그룹 내 ‘아픈 손가락’으로 불린다. 그룹이 우주항공, 방산 등 첨단 제조업 성장에 주력하는 만큼 유일한 소비재 계열사인 한화갤러리아는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제대로 승계를 받으려면 로봇 사업이나 해외 건설업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 재계 안팎 의견이다.

“주로 재계 3~4세들이 글로벌 햄버거 브랜드를 한국에 도입해 성과를 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어려운 신시장을 개척하기보다는 쉬운 길을 택했다는 평가가 많다. 아직 30대 중반인 만큼 로봇이나 해외 건설업처럼 경쟁이 치열하고 진입장벽이 높은 사업에서 눈길을 끄는 성과를 내야 비로소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않을까.”

재계 고위 관계자 귀띔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3호 (2024.01.17~2024.01.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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