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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스프] 이런 게 쌓이면 출산 기피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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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슾] 허울뿐인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의 현실 (글 : 이진아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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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A 씨는 아기를 낳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합쳐 1년간 쓰고선 복직했다. 원래는 육아휴직만 1년을 꽉 채워서 쓸 생각이었지만,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가는데 유사 프로젝트를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A 씨에게 복직을 서둘러달라는 요청이 왔기 때문에 서둘러 한 복직이었다. A 씨는 대신 아기가 생각보다 일찍 어린이집에 가게 되는 것이니 어린이집에 적응할 때까지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사용하겠다고 했다. 회사는 그건 법에서 보장된 A 씨 권리인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며 걱정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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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을 하자 사정이 달라졌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신청했으나 제시간에 퇴근할 수 있는 날이 거의 없었다. A 씨가 신청한 시간에 퇴근한 날은 한 달 동안 3일에 불과했다. A 씨를 백업할 수 있는 담당자가 배치되지 않았고, 결국 A 씨는 단독 책임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결국 지방에 계신 A 씨의 부모님이 올라왔다가 가는 수고를 수 회 되풀이해야 했다. 어린 아기는 매일 어린이집에서 야간보육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몇 번 팀장에게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사용하고 있으니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할 수도 없고, 육아 계획도 너무 망가지고 있으니 본인과 함께 담당할 직원을 한명 더 배치해 달라고 요청을 했다. 팀장은 'A가 믿을 만한 사람이니까', '누가 A를 대체해' 식으로 덮고 넘어가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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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어느 날,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열이 나고 구토를 한다고 했다. 갑작스럽게 달라진 환경이 두 달 가까이 무턱대고 이어지면서 아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태였다. 결국 A 씨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으로 신청해 둔 퇴근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퇴근을 했다. 회사에서 계속해서 전화가 걸려오고 문자가 쏟아졌지만 A 씨는 응답하지 않았다.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가 집으로 데려와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며 간호하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A 씨는 회사의 일방적인 업무지시와 본인의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선 모르쇠 하는 태도에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팀장이 A 씨를 불러 화를 냈다. 어떻게 총책임자가 갑자기 연락두절이 될 수 있냐고 나무랐다. 책임감이 이렇게 없는 사람이었냐는 말까지 나왔다. 고성이 한참 동안 이어졌다. A 씨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으니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쓰고도 지금까지 연장수당조차 못 받아 가며 일했던 거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눈물이 날 거 같아 꾹 참았다.

팀장과의 미팅을 끝내고 나오니 같은 팀 동기가 A 씨를 불렀다. 본인이 팀장이 고성을 지르고 암묵적으로 퇴근 못하게 일을 시켰다는 거 진술해 줄 테니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라고 했다. A 씨는 그 얘길 듣기 무섭게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숨이 트이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팀장의 행위들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조사가 실시되었고, A 씨가 몇 번이나 업무배분을 요청하고, 신청한 단축근로시간대로 퇴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음에도 이를 묵살했다는 점, 결과적으로 수당 없이 연장근로를 하게끔 했다는 점, 제시간에 퇴근한 A 씨에 고성을 지른 점 등이 인정되어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결론을 받았다.

현실에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쓰는 직원들에게 줄어든 근로시간에 맞게 업무량을 조정해 주거나 업무배분을 해주지 않는 경우들이 숱하게 일어난다. 결국 위의 A 씨처럼 큰 일이 터질 때에야 비로소 업무조정을 해주지 않았던 팀장의 문제가 수면 위로 겨우 빼꼼히 드러날 뿐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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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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