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후보”와 “공천”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한 위원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 당은 국민의힘의 귀책(형사 처벌이나 선거법 위반 등)으로 재보궐이 이뤄진 경우, 후보를 내지 않겠다”며 “공천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 국민의힘이 보궐선거를 초래한 당사자인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후보로 냈다가 참패했던 과오를 바로잡겠다는 뜻이다. 한 위원장은 “우리는 계속해서 정치개혁, 특권 포기를 하겠다”며 “우리 당 의원들은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고 헌신하는 자세가 돼 있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당 3선 의원들과 오찬 회동 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전날 충남도당 신년인사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위원장은 “공천을 받기로 돼 있는 사람은 결단코 없다”며 “그런(공천 관련) 얘기를 하고 다니는 분들의 말은 믿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한 위원장이 원칙과 기준을 강조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선 곧 본격화할 ‘한동훈표 공천’이 현역 의원들에게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기류가 완연하다. 국민의힘 수도권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중진과 영남 의원을 중심으로 긴장감을 넘어선 공포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전했다. 당에서는 지난해 11월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제시한 ‘하위 20%+α(알파)’ 컷오프(공천 배제) 기준 적용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한 위원장은 취임 후 2주간의 지방 유세 때마다 ‘용기와 헌신’을 반복해서 강조했는데, 이를 놓고 “중진과 기득권자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오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3선 의원 오찬 모임에서 김도읍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만, 한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3선 국회의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는 컷오프 기준이나 불출마 요구 등을 언급 안 했다고 한다. 첫 만남이니만큼 상견례를 겸해 정치적 조언을 구하는 자리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대신, 한 위원장은 이른바 ‘사적(私的) 공천’ 여지를 원천 차단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통화에서 “한 위원장이 ‘나는 정치권에 개인적 친소관계가 없는 게 제일 큰 장점’이라며 ‘내가 까칠해 보여서 그런지 공천 관련해서는 아무에게도 전화가 안 온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날 오찬 분위기는 비교적 부드러웠다. 지방 순회 이야기를 하던 한 위원장이 “지지자·시민과 셀카를 하도 많이 찍고 사인을 많이 해 팔이 너무 아프다”고 농담한 장면도 있었다. 국민의힘 3선 중 김도읍·김상훈·김태호·박대출·박덕흠·안철수·윤영석·이종배·이채익·이헌승·조해진·하태경·한기호 의원 등 13명이 참석했다. 이들 중 안철수 의원은 수도권 위기론, 김건희 여사 문제, 당정 관계 재정립 등에 대한 의견을 냈다고 한다. 한 위원장은 회동 후 기자들에게 “대부분 제가 지방 순회를 하면서 친분을 쌓았던 분”이라며 “당을 이끄는 과정에서 건설적인 조언을 주셨고 제가 주로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 등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공약개발본부 출범식에서 '정책 주문, 배송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택배상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공동총괄본부장을 맡은 정우성 포항공대 교수, 윤 원내대표, 한 위원장, 공동총괄본부장을 맡은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홍석철 서울대 교수.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비대위 지도부는 17일엔 4선 이상 중진과 오찬할 예정이다. 한 위원장이 중진과 상견례식의 식사 정치를 하는 것과 관련해 “본격적인 당내 정지(整地) 작업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동시에 구체적인 컷오프 기준을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앞서 혁신위는 전임 김기현 지도부 시절 실시한 당무 감사 자료를 바탕으로 전국 204명의 당협위원장 중 46명(22.5%)의 컷오프를 권고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바뀐 만큼 별도의 여론조사로 새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인위적 컷오프를 만들어냈다는 거센 반발에 휩싸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지상욱 국민의힘 전 의원은 15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 전 의원은 서울 중성동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이날 선언문을 통해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와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 22대 총선에 불출마하고자 한다”며 “제가 그간 활동해온 서울 중성동을은 수도권의 중심인 서울의 가장 핵심지역으로 반드시 필승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심새롬·김기정 기자 saerom@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