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근택 성희롱 논란 관련 민주당 대응 비판
비대위 회의서 “우리 당, 민주당보다 진보적”
야권서 제기된 이 대표 피습 음모론 비판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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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인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력이 어떻게 진보인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비대위 회의 중간 마이크를 잡고 더불어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이 더 진보적이라고 주장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경율 비대위원이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최근 제기된 성희롱 논란과 관련한 민주당 대응을 비판하자 이를 거든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총 4번 마이크를 다시 잡고 민주당 비판에 열을 올렸다.
‘운동권 정치 청산’을 기치로 든 한 위원장은 연일 민주당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통상 비대위원들이 주목도를 위해 서로의 발언을 겹치지 않게 조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위원장이 이날 수차례 발언을 하며 여러 지점에서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데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전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 당은 실용적, 합리적으로 시민들의 삶을 개선할 길을 찾는 보수정당이지만 지금의 민주당보다 훨씬 개혁적이고 더 진보적”이라며 “지금의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이 과연 개혁적이고 진보라고 생각할 분들이 많을지 모르겠다”고 말문을 뗐다.
한 위원장은 총선 화두로 던진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거론하며 민주당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과거의 민주당이었다면 제가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의 재판 확정 시 세비 반납 같은 정치개혁을 제시했을 때 지금처럼 피하고 억지 쓰고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몇 가지 재보궐 선거가 예정돼 있는데 우리 당은 국민의힘의 형사처벌이나 선거법 위반 같은 귀책으로 재보궐선거가 이뤄지게 된 경우 후보를 내지 않겠다. 공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언급한 내용은 국민의힘 당규에 이미 규정돼있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원인 제공자였던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을 공천한 바 있다. 김 전 구청장은 지난해 5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 받고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형 확정 3개월 만에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특사를 받아 후보 자격을 갖게 됐다. 당시 사면심사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위원장이었다.
한 위원장은 야권 일각의 음모론 제기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은 이 대표의 피습사건 관련해서 희한한 음모론을 이어가고 있다”며 “지지자를 결집하고 위기를 탈출하려는 비이성적인 음모론은 그만두시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 제 (집) 현관 앞에 칼과 토치를 협박용으로 두고갔던 사건이 있었다”며 “우리 당과 정부는 그런 음모론을 꺼내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본인의 발언 직후 비대위원들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몇 마디씩 말을 얹었다. 대부분 민주당을 비판하는 발언이었다. 비대위 회의에서 참석자의 발언마다 마이크를 다시 잡고 발언하는 모습은 이례적이다.
그는 김경율 비대위원이 현근택 부원장 논란을 언급하자 “현근택 변호사 같은 사안이 우리 국민의힘에서, 제가 정말 아끼는 분들에게 일어났다고 생각하면 우리 공관위는 두 번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진보가 아니다. 저런 사안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고 특정인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력이 어떻게 진보인가”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구자룡 비대위원의 민주당 음모론 관련 발언에도 “국민들은 민주당이 어떤 특정집단을 악마화하는 프레임을 만드는 실체를 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또 유의동 정책위의장이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유예 등 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의 야당 협조를 촉구하자 “저희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산업은행법 통과를 위해서도 적극 임할 것이다. 민주당의 성의 있는 답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의 민주당을 향한 전방위 비판은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악화된 여론을 전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리고 있다. 당내에서도 국민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경기 포천시·가평군 출마를 선언한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특검의 본질은 결국 김건희 여사 리스크”라며 “거부권 행사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설명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대통령과 여당이 생각하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 전제되면 중도층 국민들도 마음을 여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주재한 3선 의원 오찬간담회에서도 소위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찬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주민들이 가장 관심 있게 보는 것이 제2부속실이라든지 특별감찰관이라든지 이런 부분이라는 말씀을 드렸다”며 “(한 위원장) 본인도 지금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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