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운용사 뱅가드 "비트코인 현물 ETF 취급 안 한다"

"회사 투자 철학과 맞지 않아"

씨티·USB 등도 거래 지원 막아

韓 금융당국 "자본시장법 위배"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취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라예보 로이터=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뱅가드가 자사 증권 플랫폼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뱅가드는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은 주식, 채권, 현금 등에 초점을 맞춘 회사의 투자 철학과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뱅가드는 투자자에게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해 상품 취급을 중단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19년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의 위험성을 이유로 거래를 중지한 게 대표적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0일 비트코인을 담는 미국 최초 현물 ETF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선 주식이나 뮤추얼 펀드처럼 비트코인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투자자들도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10일 10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46억달러(약 6조510억원) 이상 주식이 거래됐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현물 ETF 거래량은 10억3534만달러(1조3128억원) 이상 기록하면서 단숨에 대장주로 올라섰다. 비트코인 가격은 0.5% 상승하며 4만6000달러(6051만원)를 돌파했다.

씨티그룹, 뱅크 오브 아메리카, 에드워드 존스, UBS가 운영하는 거래 플랫폼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에 접근할 수 없다. 일부 금융사는 해당 펀드가 아직 증권사의 준법관리 부서에서 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그룹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은행이 개인 투자자를위한 상품을 평가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증권사들은 논평 요청을 거부하거나 응답하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한국 금융당국은 해외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국내 증권사를 통해 매수하지 못하도록 했다. 금융위원회는 11일 “국내 증권사가 해외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의 정부 입장,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전날 키움증권(039490)은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규 상장한다고 공지했으나 30여분 만에 이를 내렸다. 다른 증권사들도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보류했다.

금융위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이 펀드의 기초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증권사들의 거래 중개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는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구성되는데, 가상자산은 현행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