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방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다. 주변에 방해받지 않고 자신만을 위해 쓸 수 있는 장소를 뜻한다.
부모나 남편, 자식 등 늘 타인을 위해 시간과 힘을 쏟던 여성들이 자기 자신을 향해 시선을 돌릴 때 변화가 일어난다고 본 셈이다.
웹툰 '엄마만의 방' |
'엄마만의 방'은 50대라는 적잖은 나이에 홀로 베트남에 건너가 일하게 된 어머니의 도전과 좌충우돌 생활을 딸의 시선에서 그려낸 웹툰이다.
김그래 작가의 어머니는 약 4년 전 다니던 공장에서 좋은 제안을 받아 베트남 봉제공장으로 일터를 옮긴다.
쉰을 넘긴 나이에, 처음으로 나가보는 외국이었지만 돈을 벌 수 있을 때 벌어두자는 생각에 용기 내서 바다를 건넌다.
처음 맞닥뜨린 베트남은 덥고 말도 통하지 않는 곳이었다.
현지 직원의 은근한 텃세도 있었고, 카트를 타고 다녀야 할 정도로 큰 공장에서 쉴 틈 없이 샘플 관리를 해야 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한국과 베트남에 오가는 일도 쉽지 않아졌다.
하지만 고단한 일을 마치고 나면 자기 혼자만 쓰는 기숙사 방에서 쉴 수 있었다.
평생 누군가와 공간을 나누어 쓰던 어머니에게 처음으로 주어진 '엄마만의 방'인 셈이다.
4년에 걸친 해외 생활 속에 어머니는 빠르게 적응해나간다.
베트남 동료들과 함께 배추를 절여 김치를 만들어 먹고, 명절에 현지 가정에 초대받기도 한다.
웹툰 '엄마만의 방' |
공휴일에는 혼자 여행도 떠난다.
혼자서 척척 호텔과 택시를 예약하고 사원을 찾아가 관광을 즐겼다는 어머니의 여행담을 들으며 작가는 자신이 그를 다 알지 못했던 것 같다며 낯설어한다.
한국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베트남으로 떠나며 홀가분해하는 어머니의 얼굴에서 서운함을 느꼈다고도 털어놓는다.
이처럼 때로는 생각보다 용감하고 자신이 알던 것과는 다른 의외의 면모를 지켜보며 작가는 오롯이 한 명의 인간으로서 어머니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작가의 어머니는 아직도 베트남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어머니의 변화와 성장도 현재 진행 중이다. 인간의 성장이 10대와 20대는 물론, 중장년의 나이에도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이 웹툰에서 엿본다.
알라딘 투비컨티뉴드에서 볼 수 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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