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블랙록 등 11개 상장 예정
개인·기관 대규모 투자 자금 들어온다…"130조 유입 예상"
"비트코인 1개당 2억원까지 오를 것" 장밋빛 전망 나와
"투기적·불안정한 자산, 투자 유의"…금융당국 경계 분위기
가상자산 시장 최대 호재로 꼽혔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시대가 열렸다. 비트코인 투자 대중화를 이끄는 획기적인 이벤트인 만큼 신규 자금이 폭발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위원회는 다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상품(ETP)에 대해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고 말했다. ETP는 ETF를 포괄하는 상위 개념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을 비롯해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아크인베스트먼트 등 상장을 신청한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는 11일부터 거래소에 상장 가능하다.
시장에서는 현물 ETF가 가상자산 산업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가상자산 거래소에 국한해 거래하던 비트코인을 ETF 상품을 통해서도 투자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규제 불확실성으로 비트코인 투자를 주저했던 기관투자자들이 자산 포트폴리오에 간편하게 편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자금 유입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금융기관이 비트코인을 구매하기 쉬워지고 수수료 수익이 기대되면서 신규 시장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현재 전통 금융사들이 점치는 유입 자금 규모만 130조원을 넘는다. 제프 켄드릭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 디지털 자산 연구 책임자는 "올해만 최대 1000억 달러(약 131조원)가 유입될 것"이라며 "현물 ETF 승인은 기관투자자의 비트코인 투자를 일반화하는 계기"라고 분석했다. 디지털자산협의회 창립자인 릭 에델만도 "ETF는 낮은 비용과 높은 유동성 등을 이유로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투자 수단"이라며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 양쪽에서 엄청난 자산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껏 고조된 시장 분위기는 비트코인 가격을 뒤흔들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후 비트코인 가격은 6406만2000원까지 치솟았다가 오후 들어서는 6300만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전년과 비교하면 200% 이상 오른 가격이다. 지난해 비트코인 가격은 2100만원대로 출발해 3월에 3000만원대에 진입한 뒤 등락을 반복하다가 10월 말부터 4000만원대, 12월부터 5000만원대에 진입했다.
대규모 자금 유입은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만큼 추가 상승도 점쳐진다. 업계에선 이번 승인으로 비트코인이 개당 1억원을 넘어 2억원까지 도달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내놨다. 오는 4월 비트코인 채굴에 대한 보상이 이전보다 절반씩 줄어드는 현상인 반감기가 4년 만에 도래하는 점은 추가 호재로 꼽힌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비트코인은 올해 신고점을 경신하고 2025년에는 최대 15만 달러(약 1억9815만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전통 시장에서 가상자산으로 자본이 대거 유입되는 전례 없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데다 비트코인 반감기와 ETF 마케팅 등 강세 재료가 여전히 풍부하다"고 진단했다. SC 또한 "내년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20만 달러(약 2억6210만원)로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금융당국에서는 달아오른 시장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금융위는 여전히 가상자산에 대한 위험성을 지목하며 제도화를 반대하고 있다. 겐슬러 위원장도 "비트코인은 기본적으로 랜섬웨어나 돈세탁, 제재 회피, 테러 재원 조달 등 불법 활동에도 쓰이는 투기적이고 불안정한 자산"이라면서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이나 암호화폐와 연동된 상품에 대한 무수한 리스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주경제=서민지 기자 vitami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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