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는 어떨까. IRP 시장은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의 ‘투톱’ 체제가 굳건한 가운데 3위로 한국투자증권이 치고 올라왔다. 한때 강자로 군림했던 현대차증권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현대차증권은 원리금 보장형, 비보장형에서 몇 년 전까지 각각 3, 5위로 상위권이었지만, 재작년부터는 4, 7위로 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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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비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원리금 보장형 IRP 적립금은 2022년 말 9조241억원에서 11조2936억원으로 2조2695억원(25.15%) 증가했다. 아직 4분기 수치는 집계되지 않았음에도 20% 넘게 고성장한 것이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적립액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미래에셋증권(3조4395억원)이다. 삼성증권(2조1765억원), 한국투자증권(1조2753억원), 현대차증권(1조2134억원), NH투자증권(9260억원)이 뒤를 이었다.
IRP는 예금과 보험을 포함해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채권 투자도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가장 큰 장점이 세액 공제다. IRP는 연금저축과 합산 시 최대 900만원까지 세액 공제가 가능해 절세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5년간 IRP를 운용한 증권사 13곳 중 원리금 보장형 적립액 규모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 줄곧 1, 2위를 차지해 왔다. 이외에는 한국투자증권의 약진이 눈에 띈다. 2019~2020년 상위 5위였던 한국투자증권은 2021년 4위로 오르더니 2022년부터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대로 현대차증권은 2022년 한국투자증권에 3위 자리를 내주고 4위로 밀렸다. 현대차증권은 전체 퇴직연금 적립액의 약 78%가 자사 계열사 물량이다. 이에 과거만큼 계열사의 힘이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리금 비보장형 부문에서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 지난 5년간 1~4위 자리를 꾸준히 유지했다. 원리금 비보장형 적립금도 보장형과 마찬가지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2022년 말 6조8722억원이었던 적립금은 지난해 3분기 8조9263억원으로 약 30% 증가했다. 정부가 지난해 7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시행하면서 다양한 위험도별 상품이 출시돼 자금 유입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비보장형 상품에서는 5위 싸움이 치열하다. 2019년~2020년 적립금 규모 상위 6위였던 신한투자증권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적립금 액수도 2020년 말 1179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3855억원으로 3배 넘게 뛰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IRP와 확정기여형(DC) 고액 고객을 대상으로 포트폴리오전략부와 협업해 퇴직연금 자산 분석 및 컨설팅을 진행해 오고 있다”며 비보장형 IRP 성장 이유를 설명했다.
현대차증권은 5위 자리를 신한투자증권에 내주고, KB증권에도 밀려 2021년부터 7위를 유지하고 있다. 적립금 증가도 더디다. 2020년(1769억원)과 비교해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3분기 적립금(1956억원)이 187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IRP 투자자들이 대형사로 몰리는 것이 추세라고 설명한다. 더구나 대형사는 자금 여력이 충분해 수수료 경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10년 계약·적립액 100만원 기준 개인형 IRP 계좌 수수료가 0%인 증권사는 KB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증권, 유안타증권, 한국포스증권 등이다.
이외에 하이투자증권이 수수료가 0.304%로 가장 높고 신영증권(0.255%), 현대차증권(0.236%), 미래에셋증권(0.211%), 대신증권(0.200%)이 뒤를 잇는다. 대형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증권 정도만 수수료를 받는 상황이다.
강정아 기자(jenn1871@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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