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지난해 1월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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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태원 참사 관련 피의자 중 최고위급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를 소집하기로 한 가운데 대형참사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고위 책임자의 업무상 과실에 대한 검찰의 적극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재판에서 검찰이 주장하는 논리대로라면 김 청장을 기소하기에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서부지검이 이 전 서장에게 적용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와 김 청장의 혐의는 죄명도 같고, 논리구조도 비슷하다. 이 전 서장의 재판에서 검찰은 ‘핼러윈 데이를 맞아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몰린다는 것을 예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고 발생까진 예상하지 못했더라도 인식 없는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해 과실범으로 기소한 것이지, 사고 발생 가능성을 알았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므로 고의범으로 기소했을 것이라는 취지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결과, 김 청장 역시 핼러윈 데이를 맞아 이태원 일대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여러 차례 전달받았다. 이 전 서장과 마찬가지로 ‘인파가 몰릴 것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적절치 대처하지 않은’ 셈이다.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지난해 1월 김 청장에게 ‘예견 가능성’과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한 배경이다. 서울서부지검 초기 수사팀도 김 청장의 혐의를 인정했고, ‘구속 기소가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냈었다.
현재 서울서부지검 수사팀과 대검찰청 내부에서는 김 청장 기소부터 불기소까지 의견이 다양하게 갈려 있다. 불기소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2020년 부산 초량지하차도 사고로 기소된 공무원들이 1심에서는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는 대부분 무죄를 선고받은 점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기소를 뒷받침하는 판례도 다양하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대표적이다. 김유정 변호사(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과장)는 7일 한겨레에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 대표 이사들은 ‘보고받지 못했고 실무선에서 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보고를 받아야 했고, 따라서 과실 치사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지휘체계 아래에 있는 책임자가 ‘보고를 못 받았다’며 처벌을 비껴가고 현장 실무자만 처벌받는다면, 재발방지는 물론이고 같은 참사가 발생하더라도 본인의 역할을 하지 않고도 빠져나갈 수 있는 선례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실제 검찰은 이 전 서장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 해당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들(제조·판매사 대표)이 ‘위험성을 알리는 자료를 몰랐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몰랐으니 업무상 과실치사상이지) 그 자료를 확인하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면 고의범이 성립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결문에 적시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 결국 수사기관 ‘의지’의 문제”라며 “ 대형 재난참사 재발방지에 초점을 맞춰 수사기관이 고위 책임자를 처벌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가져야 한다 ” 고 덧붙였다 . 지난 5일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는 수사심의위 개최 사실이 알려진 직후 입장문을 내고 “1년 넘게 김 청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점, 구체적 혐의까지 확인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수사심의위 회부는) 검찰의 소추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검찰이 김 청장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고 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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