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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뻥 뚫린 조선소 방공망…軍, 민간업체들과 머리 맞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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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체계 불충분한 부분 보완"
한국일보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해군의 첫 8,200톤급 차세대 이지스구축함인 정조대왕함의 진수식이 열린 모습. 울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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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조선시설의 방호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섰다.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가 조선업체들과 함께 국내외 해군 자산 등에 필요한 방공체계를 점검하고, 효율적인 방어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적절한 대책에 도출되고 현실화된다면, 국내 조선업계의 '대형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군함 유지·보수(MRO) 개발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5일 "이달 합동참모본부와 군 차원에서 유사시 조선소에서 우리 해군 자산 및 전력을 정비하는 데 필요한 보호 및 방어 대책을 보완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민관 차원에서의 협의 과정도 적극 검토 중이다.

앞서 미 해군 측은 한국 조선업체들과의 선박 유지·보수(MRO) 개발 사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방공망이 아쉽다'는 의견을 우리 해군 측에 전달했다(☞관련기사: "한국 조선소에는 방공망 없어"... 美 우려에 73조 군함 정비 시장 놓친다). 해군력 및 선박 제조능력의 쇠퇴로 미 측에서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 등에 미 해군 선박의 정비를 의탁하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유사시 상황에 대한 대비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것이다. 실제 당시 군은 "부산 같은 작전항구라면 모를까, 1차 방어 책임은 회사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는 "군 당국의 안일한 대응"을 꼬집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특히 북한의 탄도미사일 등의 사거리를 고려한다면, 방어망 구축에 대한 책임을 민간업체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는데, 비행거리는 평양에서 부산까지 직선거리 약 550㎞와 유사한 570㎞ 정도였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해군 인사는 "항만뿐 아니라 민간 조선시설의 방공체계가 강화돼야 유사시 해군 전력 양산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있었지만, 검토되진 못했다"고 전했다.

현재 통합방위법과 국가정보원 보안업무규정 등에 따라 군과 국정원, 경찰청 등은 각 지역의 공공기관, 항만, 공항, 주요 산업시설 등의 등급을 가~다 등 3단계로 구분해 방호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조선소와 민간 방산공장 등은 후방지역이라는 이유로 전력 보강에 있어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더구나 평시 민간 주요 시설의 방어체계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로 관리하는 데다 담당 기관별로 서로 다른 업무규정을 사용하는 등 '관리 주체 간 혼선'도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선시설에 대한 전방위적인 점검 및 보완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지난달 22일 열린 ‘국가중요시설 대드론체계 고도화’ 세미나에서 김광석 산업부 비상안전기획관은 "권역별 통합방호계획을 시범적으로 해볼 필요가 있다"며 "각 시설 책임자가 시설에 맞게 최적화를 하겠지만, 전체적 그림은 군부대가 만들어줘야 한다. 민·관·군이 같이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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