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날인 지난해 10월11일 서울 강서구 화곡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화곡제1동 제1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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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총선이 4일로 97일 남았지만 선거제와 선거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최대 쟁점은 비례대표제 선출 방식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제를 포기하고 병립형 비례제로 돌아가자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준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 의견이 맞서고 있다. 여야 간은 물론 당내에서도 정치적 이해에 맞춰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매번 벼락치기로 선거룰이 정해지는 데 대한 비판이 나온다.
준연동형은 지역구에서 정당투표 득표율만큼의 의석을 채우지 못했을 때 비례대표(현재 총 47석)에서 모자란 의석의 절반을 채워주는 제도다. 지역구 당선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얻기 어렵다. 반면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과 상관없이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로 비례대표 의석을 나눈다.
지난 총선에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제는 일정 지지율을 받지만 지역구에서 당선되기 힘든 소수 정당에 비례대표를 배분해줘 표의 비례성을 확대하자는 취지였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당시에도 준연동형에 반대했다. 지난 총선에선 통합당에 이어 민주당까지 ‘꼼수’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도입 취지가 퇴색했다.
국민의힘은 준연동형이 유지되면 이번에도 위성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법으로 위성정당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원래 제도인 병립형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한다. 권역별로 나누냐, 전국 단위로 하느냐는 크게 상관없다는 분위기다. 제3정당이 정당 득표율보다 훨씬 적은 의석을 가져가는 표 왜곡 문제를 해결하려는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논의의 키는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쥐고 있다. 민주당에선 병립형과 준연동형이 ‘반반’이라고 할 만큼 팽팽했다.
이재명 대표 입장에선 병립형으로 돌아갔을 때 유리한 점이 많다. 민주당이 더 많은 의석을 챙길 수 있고, 비례대표를 직접 공천할 수 있고, 이낙연 전 대표 등이 신당을 추진할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여당과의 합의도 쉽다. 하지만 병립형 회귀는 명분이 약하다. 이 대표가 지난해 3월4일 대선을 앞두고 “제3·4의 선택이 가능한 정치구조가 평생 꿈”이라며 “다당제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을 확실히 추진하겠다”고 한 약속을 스스로 깨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을 추진하고,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도 거듭 병립형 회귀 반대를 외치면서 탈당 명분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준연동형을 유지하자는 당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렵게 이뤄낸 선거제의 진전을 다시 후퇴시키면 안된다는 진보 진영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선거룰은 여야 합의로 정한다는 관례를 깨고 국민의힘의 극렬한 반발을 무릅써야 하는 부담이 있다.
준연동형을 유지했을 때 위성정당 문제에 대해서 이탄희 의원 등은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더라도 민주당은 만들지 않아 국민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원식 의원은 위성정당 대신 소수정당에 비례대표 앞순번을 배치하는 범진보진영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자고 한다.
민주당은 전국을 수도권, 중부, 남부의 3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한다. 영남에서 민주당이 당선되고 호남에서 국민의힘이 당선돼 지역주의 경계를 허무는 ‘노무현의 꿈’과 연결돼 있다.
하지만 각 정당이 권역별로 7% 정도 득표해야 의석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전국 단위에서 3% 이상 득표해야 1석을 가져갈 수 있는데, 문턱이 2배 이상 높아지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13일 인터뷰에서 “제3정당을 아예 원외로 퇴출시키는 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달 선거제 합의가 안되면 지역구 선거구 획정이라도 먼저 하자고 제안했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이재명 대표가 피습을 당해 입원하면서 결정은 더욱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는 선거제와 선거구 획정을 선거 50일 내에 몰려서야 정하는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 19대 총선에선 선거 44일 전에, 20대 총선은 42일 전에, 21대 총선은 39일 전에 결정됐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소속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선거제는 당별 정리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라며 “선거구 경계 조정은 다음주 초까지 최대한 좁혀보겠다. 분구·합구는 지도부 결단으로 해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 피습으로 (논의가) 2주 이상 미뤄진다고 봐야 한다”며 2월 말까지 논의가 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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