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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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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윗물 교체’ 바람… 외부 전략통·재무통·77년생 대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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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보험사들이 새 대표 체제로 2024년 새해를 맞았다. 30년 근속의 베테랑 인사의 대표 승진과 같은 전통적인 공식의 인사는 물론, 외부 인사 영입이나 젊은 새 대표 선임 등 파격적인 행보도 눈에 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연말 연초를 맞아 삼성생명,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 하나생명, 하나손보 등이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금의환향한 삼성생명·화재 대표…70년대생 CEO 파격 메리츠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은 양사 수장을 서로 맞바꿨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에 있던 홍원학 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맞았고, 삼성화재는 삼성생명에 있던 이문화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홍원학 대표와 이문화 대표는 1990년 삼성그룹 공채 동기다. 나이는 홍 대표가 1964년생으로 이 대표보다 세살 많다. 고려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한 홍 대표는 삼성생명에서 인사팀장, 전략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하다 2020년 삼성화재로 건너가 자동차보험본부 부사장,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특히 삼성화재 대표 재임시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공로가 있다.

이문화 대표는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 삼성화재에서 전략영업본부장, 일반보험본부장 등을 거쳐 삼성생명으로 이동, 전략영업본부장 부사장을 맡았다. 삼성생명에 몸담으며 변화에 둔감한 생보사에 손보업 DNA를 이식, 체질 개선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 대표와 이 대표는 이번 인사로 각자 고향에 금의환향한 셈이 됐다. 두 사람 모두 생보와 손보에 걸쳐 다양한 경험이 있고, 회사를 한 단계 도약시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대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1월 신임 대표이사로 김중현 부사장을 선임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1977년생으로 보험업계 최연소 CEO다. 컨설턴트 출신인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 외국계 경영컨설팅업체 에이티커니(A.T Kerney) 상무를 거쳐 2015년 메리츠화재 변화혁신TFT 파트장으로 보험에 입문했다. 2018년 임원으로 승진해 2020년 상품전략실장으로 근무한 뒤 지난해 전무가 됐다.

메리츠화재는 2025년까지 삼성화재를 누르고 업계 1위를 차지한다는 야심찬 포부를 세워 놓고 있다. 젊은 CEO의 발탁은 과감하고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보여주는 증표다. 회사측은 보험 핵심 업무의 업무집행 책임자로 매년 높은 성과를 내는데 김 대표가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한다. 다만, 다소 짧은 보험사 경험으로 시행착오가 있지 않겠냐는 업계의 우려도 적지 않다.

조선비즈

(왼쪽 윗줄부터)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김영석 교보라이프플래닛 대표, 남궁원 하나생명 대표, 배성완 하나손보 대표 / 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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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통 KB손보·젊은피 교보라이프…절치부심 하나생명·손보

KB손해보험은 구본욱 리스크관리본부 전무를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2015년 KB손보 출범 후 첫 내부 출신 인사다. 1967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 1994년 KB손보의 전신인 럭키화재(LG그룹 공채)로 입사했다. 경영전략본부장, 경영관리부문장(CFO), 리스크관리본부장(CRO) 등을 역임했다. 전무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부사장을 건너뛰고 바로 사장을 달았다. 재무·전략 분야 전문가라는 평가다.

교보라이플래닛은 김영석 신임 대표를 수장에 올렸다. 김 대표 역시 1972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 출신 외부 인사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 대표는 서울대 사범대학을 졸업,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를 거쳐 EY한영에서 카카오뱅크 설립을 지원했다. 이후 AIA생명에서 CTO와 COO를 역임하며 보험과 인연을 맺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최고 전략기획담당 임원을 역임했다.

2013년 국내 최초 인터넷 전업 보험사로 출범한 교보라이프플래닛은 교보생명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설립 첫해인 2013년 50억원의 적자를 낸 후 출범 이후 10년 동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분야 전문가인 김 대표를 선임해 디지털 금융에서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흑자전환 가능성을 만들고자 하는 전략이라는 평가다.

하나금융그룹의 보험계열사 하나손보와 하나생명도 대표를 교체했다. 하나생명보험 대표이사에는 남궁원 사장이, 하나손해보험 대표이사에는 배성완 사장이 선임됐다. 하나금융은 맏형인 은행을 빼면 2금융 계열사 모두 업계 수위권 회사가 없다는 게 약점이다. 이번 생보·손보 계열사 대표 선임은 절치부심의 결과라는 후문이다.

남궁원 하나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장은 1967년생으로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와 동갑이다. 남 대표는 보험사 경험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 후 하나은행과 합병한 한국외환은행에 입행했다. 이 후 자금시장사업단 상무, 전무,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을 거쳐 자금시장 그룹 부행장으로 재임했다.

남 대표가 은행에서 경영전략과 재무기획, 자금 운용 등에서 전문 역량을 쌓은 만큼, 하나금융그룹이 남대표를 선임한 것은 투자영업 리스크나 재무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손보는 하나금융 계열사 출신이 아닌 ‘삼성맨’으로 외부 출신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하나손보 창사이래 외부인사를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성완 하나손보 대표는 1968년생으로 영남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 후 삼성화재에 입사해 GA사업부장 및 장기보험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입사 후 현재까지 삼성화재에서만 경력을 쌓은 삼성맨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는 등 상황이 쉽사리 개선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나이나 출신 등을 고려한 정통주의나 순혈주의보다도 전문성 위주의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변화와 혁신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젊은 수장이나 외부출신 인사를 받아들여 세대교체와 변화, 분위기 쇄신을 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T조선 이유정 기자 uzzoni@chosunbiz.com

IT조선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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