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도 청약 미달
"중소 건설사가 더 절박"
2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아파트의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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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특수를 기대하고 아파트 분양에 나선 건설사들이 대규모 미달 사태를 겪었다. 대부분이 중소·중견 건설사라 최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사태와 맞물려 자금난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한국일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부터 전날까지 아파트 청약을 받은 13개 단지(수도권 7곳·지방 6곳) 중 8곳이 청약경쟁률 1 대 1을 밑돌았다. 수도권과 지방에서 4곳씩 미달 단지가 나왔다.
속을 들여다보면 지방 상황이 심각하다. 충남 보령 엘리체 헤리티지는 분양 규모가 971가구에 달하지만, 청약 인원은 66가구에 그쳤다. 광주(연제첨단 광신프로그레스·367가구 분양), 제주(외도일동 제이시티팰리스 3차·36가구), 울산(영우 트리지움 2차·32가구)에 선보인 분양 단지 역시 청약 인원이 각각 55가구, 9가구, 3가구에 그쳐 대규모 미달됐다. 이들 단지 시공사는 모두 중소 건설사다.
유명 브랜드 아파트도 인기를 끌지 못했다. 경남 김해시에선 대우건설이 자사 브랜드를 내건 아파트로 1.08 대 1을 기록했지만, 청약 경쟁률이 낮아 과반 계약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아파트 청약 결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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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도 중소 건설사가 짓는 단지는 청약이 크게 저조했다. 경기 안성시에 짓는 안성당왕 경남아너시블 하이스트는 청약 인원(58가구)이 모집 가구 수(970가구)를 크게 밑돌았고, 경기 양주시 덕계역 인근의 진산 블루시 아파트(54가구 분양)는 청약 인원이 8가구에 그쳤다. 중견 건설사인 중흥토건과 쌍용건설이 경기 평택시에 선보인 평택 브레인시티 중흥S-클래스(1,879가구 분양)와 지제역 반도체밸리 쌍용더플래티넘(1,263가구)은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지만 모두 미달(중흥 340가구·쌍용 1,080가구)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수도권에선 서울에서 분양한 2곳과 1군 건설사인 삼성물산이 경기 수원시에 짓는 단지(3.04 대 1)가 청약 미달을 피했다. 다만 청약 경쟁률이 모두 한 자릿수에 그쳐 흥행했다고 보긴 어렵다.
대거 청약 미달 사태에 직면한 건설사는 자금난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공사 과정에서 자금난을 겪지 않기 위한 초기 계약률의 마지노선이 50~60% 수준이다. 이를 맞추려면 못해도 청약 경쟁률이 5 대 1은 넘어야 한다. 특히 시장 침체에 따른 당첨 포기가 속출하는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청약 미달 단지는 더더욱 계약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계약률이 저조하면 PF를 통한 자금 조달에 더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나증권 김승준 연구원은 "미달이 난 아파트의 시공사는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PF 사태로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져 미분양이 크게 나면 차환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중소 건설사는 자금 사정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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