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당 주요인사 전담보호팀 조기 가동
전문가 "한국, 정치인 피습 사건 잦아…팬덤정치 바뀌어야"
"불안하죠. 위축되기도 하고요. 선거 유세를 하다보면 유권자와 많이 접촉해야 하는데…"
평소 라디오 출연으로 얼굴을 알린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을 접하고 "정말 놀랐다"고 토로했다.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앞두고 지역 유세에 나서야 하는데, 인지도가 높아 오히려 걱정이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유권자들과의 소통이 저해되는 측면이 있을 듯 하다"고 우려했다.
지난 2일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으로 정치권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현장에서 유권자들과 소통해야 하는 지역유세 특성상 밀접 접촉이 불가피한데,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팬덤정치'를 지적하며 유권자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3일 기자가 인터뷰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 피습 사건으로 당 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당 지도부의 한 다선 의원은 "불안하고, 평상시에도 불안함이 있었다"며 "유세 중에는 특히 그렇다"고 밝혔다. 라디오 출연이 잦은 한 초선 의원도 "우후죽순 대표 암살 글까지 올라오는 마당에 당연히 불안하다"며 "악의를 가진 이들이 한 둘이 아닐 수 있지 않냐"고 말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 혼란스러운 유세 현장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의 경우 유세에 나서면 100여명이 넘는 지지자들과 유튜버들이 몰리는 것이 일상적이었다. 최소한의 질서 유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우리가 유권자, 지지자분들과 접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며 "질서있게 유세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이 대표 피습 사건을 계기로 주요인사 전담보호팀을 조기 가동하기로 했다. 통상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만 경호 경력이 있는 경찰관들로 구성된 전담보호팀을 가동해 후보자 등을 밀착 경호하는데 이를 앞당긴 것이다.
당대표 등 주요 인사의 현장 방문 시 미리 당과 협의해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핫라인을 구축한다. 관할 경찰서장 등 지휘관이 직접 현장에서 책임지고 지휘하고, 형사팀과 기동대 등 정복·사복 경찰을 적극 배치해 위해요소를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경호 강화와는 별도로 정치 문화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의 경우 정치인이 괴한에 피습 당하는 사건이 잦은 편이며, 팬덤 정치를 이용하는 것이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인 표적 테러는 외국에도 있지만 한국은 빈도가 잦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최근에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2022년 3월 신촌 유세 현장에서 망치로 머리를 가격 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커터칼에 오른쪽 뺨에 자상을 입어 봉합수술을 받기도 했다.
한국 정치 문화에서 지지자들이 특정 정치인을 따라다니고 추종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를 정치인들이 이용한다는 게 신 교수 설명이다. 그는 "정치는 상대방과의 타협, 협상이 중심이 돼야 하는데 정치인들은 팬덤이 하는 대로 상대를 증오의 대상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라며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세 현장에서 후보자와 지지자들 간 일정 거리를 유지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권보경 기자 bkwo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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