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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기관유입·금리 인하 호재 만발, 비트코인 4차 반감기, ‘메타’ 선점해 강세장 훈풍 누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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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탄생한 이후 네 번째 반감기가 다가오고 있다. 여러 분석기관들에 따르면 2024년 4월께로 예상된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업체인 글래스노드는 아예 날짜를 찍었다. 4월 23일이다. 비트코인 반감기에 크립토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폭발적 상승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 반감기 시즌마다 비트코인 및 크립토 시장은 훈풍을 맞이했다. 특히 직전인 코로나19 이후 다가온 세 번째 반감기 시즌의 크립토 시장 상승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래서 이번 4차 반감기를 맞이하는 해 역시 “그러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팽배하고, 이로 인한 시장의 술렁임은 여느 때보다 크다. 반감기란 비트코인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말하는데 대략 4년 주기로 돌아온다.

반감기 앞두고 다시 상승 추세로 돌아선 비트코인
비트코인 가격의 직전 고점은 2021년 11월 초 6만1000달러(한화 8000만원대)였다. 이때를 정점으로 2023년 초까지 계속 하락했다. 그러다 비트코인은 바닥을 다지는 모습을 보이다가 4차 반감기를 앞둔 6개월 전인 10월하순부터 다시 상승 추세로 돌아섰다. 현재 4만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1만6000달러대를 저점으로 반등했기 때문에 2배 넘게 상승한 상태다. 비트코인의 이 같은 상승 추세는 알트코인에도 영향을 미치며, 소위 완연한 ‘불장’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솔라나, 아발란체, 체인링크 등 덩치 큰 알트코인부터 잡코인까지 비트코인처럼 2배 이상 오르는 종목들이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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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장이라도 크립토 시장의 반짝 상승은 종종 있었지만 이 추이를 예사롭지 않게 보는 것은 4차 반감기를 앞둔 시점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시장이 강세장에 돌입할 때면 반감기 직전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고, 그다음 알트코인들이 뒤따라 움직이고 그러다 반감기가 지나면서 큰 폭의 조정을 받다가 다시 한번 절정의 상승 기운을 내뿜는 것이 그동안의 패턴이었는데, 4차 반감기 시즌에도 그 첫 단추로 볼 수 있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2020년 5월 4일에 있었던 3차 반감기 전후를 살펴보면 비트코인 가격은 2019년 말부터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7200달러 선에서 저점을 찍은 후 상승 추세에 돌입했다. 그러다 코로나19란 전대미문의 전염병 확산 사례에 반감기 직전인 2020년 3월 5500달러대까지 추락했지만 반감기가 지난 후부터는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며 2021년 4월 17일 6만달러대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란 예외적 상황을 감안하면 반감기 5~6개월 전부터 상승 추세가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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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반감기 때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6년 7월이 반감기였는데 약 10개월 전인 2015년 9월 저점을 찍은 후 반감기 때까지 올랐고, 이후 2달 동안의 조정을 거친 후 2017년 8월까지 추세적 상승세를 나타났다. 비트코인 가격은 1만7000달러 선까지 올랐다가 하락장으로 돌입하면서 3500달러대까지 추락했다. 이때가 2018년 12월께다. 이 과정에서 알트코인의 상승률은 더 높다. 10배 정도는 가뿐하게 오르는가 하면, 일부 코인의 경우 100배 넘게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블랙록 진입하면 기관투자자 추세적 매수 기대
이번 4차 반감기에 대한 기대감이 여느 시즌보다 큰 것은 ‘반감기’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을 판도를 바꿀 만한 굵직한 이벤트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가상화폐 시장 진입이다. 현재 블랙록은 미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위한 신청을 한 상태다. 관련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블랙록과 SEC가 만남을 가진 자체가 ‘뉴스’가 될 만큼 시장은 초미의 관심을 보내고 있다. 블랙록의 시장 진입은 비주류였던 비트코인이 제도권 금융으로 확실히 편입되는 순간이다. 또 블랙록을 필두로 한 기관투자자들의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블랙록발 가상자산 훈풍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벌써부터 비트코인에 이어 시가총액 기준 2위에 해당되는 이더리움의 ETF를 출시하려 SEC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ETF가 출시된다면 다른 대형 알트코인들의 ETF 출시도 가능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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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이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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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기관투자자들의 행보가 계속 이어진다면 암호화폐 시장은 그동안 돈 세탁, 마약 거래, 사기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내고, 투자해도 될 만한 안전한 자산이라는 인식을 점점 확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규제당국의 인식 변화도 엿보인다. 그동안 비트코인 ETF 출시에 계속 반대를 하며 암호화폐 시장에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던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최근 “비트코인 현물 ETF 문제를 새로운 시각(new look)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게다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원하는 가격 상승과 관련해서도 블랙록 등 기관투자자들의 비트코인 시장 진입은 호재다. 이들은 ‘현물’ 비트코인을 시장에서 살 예정인데, 발행량이 제한돼 있는 비트코인을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이들이 추세적으로 사들인다면 비트코인 가격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더해 미 연방준비제도의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돼 가고 있는 것도 가상자산 시장엔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미 연준은 2023년 마지막 기준 금리 결정회의에서 동결을 결정했고, 2024년 금리인하논의를 시작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바뀌면 소비와 투자가 늘고, 글로벌 경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가상자산에도 신규 투자자들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2024년 11월로 예정된 미 대선에 대한 기대감(?)이 가상자산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제사회가 마뜩지 않아 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가정한 이야기인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친암호화폐 정책 스탠스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자산운용사 반에크는 “트럼프가 재집권을 하면 비트코인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 에크 역시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신청을 한 곳이다.

하지만 정작 주목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기관투자자들의 진입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이는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이제 완전히 인정받았다고 해도 무방한데, 이는 비트코인이 ‘디지털금’이라는 지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이 중요한 것은 비트코인의 탄생 목적이 중앙화되지 않은 금융시스템에 대한 시도가 담겨 있었다는 것과 무관치 않다. 즉, 투자자산으로서의 비트코인이 아니라 화폐로서의 비트코인의 나아갈 방향성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현 제도권 안으로 비트코인이 들어갈수록 가상자산 생태계에서는 비트코인의 정체성에 대한 논쟁이 여전히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은 비트코인 사용 사례의 저변을 전 세계 부의 대부분이 관리되는 전통 금융권까지 포섭함으로써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빗의 ‘2024년 가상자산 시장 전망’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며 19세기 영국 경제학자 스탠리 제본스의 말을 인용해 “역사적으로 보면 금처럼 귀하게 여겨지는 물건들은 첫 번째로 소장품으로서, 두 번째로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세 번째로 교환매개체로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회계 단위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왔다”면서 “현재 비트코인은 이 중 두 번째 단계인 가치저장 수단으로 수용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만 머물지, 아니면 정말로 신(新)화폐로 거듭날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점은 암호화폐 생태계에 관여하고 있는 이들은 중앙에 종속되지 않는 신금융 생태계를 만드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23년은 뜸했지만 2022년 가상자산 시장의 트렌드는 디파이(탈중앙화금융)였는데, 관련 노력의 연장선상이었다. 코인을 예치하면 이자를 주는 방식은 기존 금융권에서 예금을 하면 이자를 주는 것과 유사하지만, 차이점은 중앙화된 기관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법규 미비로 인해 테라 사태 등 사기적 금융 형태로 여러 문제가 발생했지만, 살아남은 디파이 프로젝트들은 여전히 운영 중이다. 디파이 형태가 아니더라도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보유 코인을 예치하면 이자를 주는 방식도 여전히 성업 중이다. 솔라나, 아발란체 같은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의 경우 투자자들이 예치한 자산 규모(TVL)가 조 단위로, 이는 그만큼 이들 프로젝트를 믿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TVL은 암호화폐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시세보다는 크립토 생태계에 더 관심 가져야
현재 4차 반감기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은 비트코인의 방향성이란 거시적 담론보다는 아무래도 어떤 코인을 통해 자산 증식의 기회를 잡을 것인가에 쏠려 있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암호화폐 생태계의 흐름을 눈여겨 봐야 한다. 특히 ‘트렌드’라고 볼 수 있는 움직임들을 잘 포착해야 한다. 3차 반감기 때를 보면 시장의 최대 관심이었던 디파이, NFT 관련 코인들은 눈부신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2024년 강세장을 예상한다면, 먼저 크립토 시장의 용어인 ‘메타’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트렌드를 의미하는 ‘메타’란 용어는 크립토 시장에서 해당 시점에서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프로젝트들을 의미한다. 물론 가격이 치솟는 암호화폐가 관여된 프로젝트가 주로 대상이 되지만, 미리 메타를 발굴해내는 선구안을 가질 수 있다면 여전히 코인 시장은 투자 측면에서 좋은 기회들이 열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 가상자산 침체기인 올해만 보더라도 RWA(Real World Asset), BRC20 같은 새로운 메타가 유행하면서 관련 암호화폐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 두 분야는 2024년에도 관심을 둘 만한 메타로 분류된다. RWA 섹터란 채권, 부동산, 미술품 등을 실물자산을 토큰화해 블록체인을 통해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거래 편의성과 소요시간 단축 등을 통해 금융의 비효율성을 낮출 수 있는 분야로 주목받았다. 국내 증시에서 유사한 STO 거래가 2024년부터 시행되지만, 이는 기존 거래소 시장에서 거래되는 방식이라 블록체인과는 거리가 있다. 코빗에 따르면 RWA 섹터 TVL은 2023년 초 7억달러에서 57억달러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시장 규모는 초기라는 평가다.

BRC20은 비트코인의 새로운 토큰 표준으로 등장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더리움과 달리 스마트 컨트랙트가 없고 전송 속도도 느려 그동안 응용성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BRC20의 등장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비트코인 기반의 토큰이 나왔다는 것은 비트코인도 이더리움처럼 확장성을 열어 갈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오디널스(Ordinals) 프로토콜은 비트코인의 최소 단위인 사토시에 텍스터, 이미지, 영상 등을 새겨 이를 대체불가토큰(NFT)에 저장 및 발행할 수 있게 했다. 비트코인에서 NFT 발행이 성공하자 비트코인 디파이 프로젝트 등 이더리움 생태계에서만 활발히 진행됐던 것들이 비트코인 진영에서도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웹3와 영지식증명도 언제든 바람이 불 수 있는 메타로 꼽힌다. 한 가상자산 전문가는 “반감기가 있는 2024년은 투자 측면에서 여느 때보다도 기회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잡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면서 “전반적인 시장의 상승기조 속에 관심을 더 받는 암호화폐의 상승폭이 더 큰 것은 과거 사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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