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일성·김정일 유훈 뒤집고 대남 위협
“북한으로서는 미국보다 남한이 더 밉다는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5월 1일 경기장에서 2024년 신년경축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관람에는 부인 리설주와 함께 딸 김주애가 함께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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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말연시 연이어 역대급 대남 위협 발언을 쏟아내면서 새해에도 한반도 정세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관계라고 규정하면서 대한민국과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또 ‘남조선 전 영토 평정’, ‘대사변 준비’ 등을 운운하면서 언제든 무력 충돌이 생길 수 있다며 고강도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북한이 과거에는 위협적 언사를 해도 대화나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북한으로서는 미국보다 남한이 더 밉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이어 “북한 입장에서는 남북관계에서 전혀 공간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러시아와 무기 거래까지 하면서 생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마지막 날인 5일차 회의에서 남북관계와 관련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 때문에 미국의 식민지 졸개에 불과한 괴이한 족속들과 통일문제를 논한다는 것이 우리의 국격과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북남(남북)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밝혔다.
이는 김 위원장의 조부 김일성 주석과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전 남북이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쌍방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명시한 것과 배치된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선대 유훈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남북관계 파탄 선언에 다름 아니다.
김 위원장은 또 지난해 마지막 날인 31일 조선인민군 대연합부대장 등 주요 지휘관들을 만나 격려한 자리에서는 “적들의 무모한 도발 책동으로 언제든지 무력 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대남 대적부문 기구 폐지 및 정리, 근본적 투쟁 원칙 및 방향 전환 수립 지시에 따라 최선희 외무상이 리선권 당 통일전선부장 등 대남일꾼들과 합께 협의회를 갖는 등 후속조치에도 착수했다.
임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도 선택하고 싶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이라며 “이전까지는 북한이 남측보다 자신들이 그래도 더 통일을 지향한다며 도덕적, 논리적 우위성을 강조해왔는데 이 같은 통일전략과 통일정책이 이제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자인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남측 역시 ‘힘에 의한 평화’ 원칙을 내세우고 있어 올해도 남북 강대 강 기류는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된 신년사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상대의 선의에 의존하는 굴종적 평화가 아닌 힘에 의한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확고히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같은 날 신년사를 통해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적 망동은 곧 파멸의 전주곡이 될 것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야 한다”면서 “말과 종이, 헛된 망상이 아닌 오직 ‘강한 힘’을 갖췄을 때 ‘진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우리도 그렇고 북한도 그렇지만 자칫 수위 조절에 실패하면 재앙적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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