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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스프] '치고 빠지기'에 성공한 고령층? 일본 청년들이 일할 생각이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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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를 부탁해] 일본을 말하다 ① - 이창민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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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에는 힘이 필요합니다. 흔들리지 않을 힘, 더 높이 뻗어나갈 힘. 들을수록 똑똑해지는 지식뉴스 "교양이를 부탁해"는 최고의 스프 컨트리뷰터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양인이 되는 힘을 채워드립니다.

일본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세대 간 격차입니다. 일본은 민간이 굉장히 큰 규모의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금융자산의 약 70%를 60대 이상의 고령자들이 다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주식도 60대 이상의 투자자 비중이 80% 이상입니다. 그러니까 젊은 사람들은 주식 투자도 잘 안 한다는 얘기죠. 물론 어느 나라나 젊은 시절에 자산을 축적해 나이가 들수록 금융자산이 많은 건 당연한 얘기겠지만, 일본의 문제는 지금 젊은 사람들이 금융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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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아티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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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1인 가구 중 30대의 경우 약 30% 이상, 20대의 경우 약 40% 이상이 저축률 제로입니다. 저축이 0이에요. 그냥 그달 벌어서 그달 쓰면서 사는 거예요. 이렇게 살면 앞으로도 금융자산을 축적할 수가 없겠죠. 이 부분이 앞으로 계속해서 문제가 될 겁니다.

잃어버린 30년이 만든 일본의 초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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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문제가, 고령자들이 금융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이분들이 대부분 현금이나 예금으로 가지고 있어요. 일본은 금리도 별로 없는데 은행에 그냥 넣어놔요. 주식이나 채권으로 가지고 있는 비율은 10%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그런데 미국은 반대입니다. 미국은 고령자들이 자산을 대부분 주식이나 채권으로 가지고 있어요. 현금이나 예금 비중은 10% 정도밖에 안 돼요. 이렇게 주식이나 채권으로 가지고 있으면 이게 기업으로 들어가서 좀 더 생산적인 부분으로 쓰일 수 있죠.

그런데 일본의 노인들처럼 현금이나 예금으로 가지고 있으면 이게 은행에 들어가는데, 은행에서는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사는 데 그걸 다 씁니다. 그럼 정부는 뭘 하냐, 그 돈을 사회보장비로 쓰는 거예요. 결국 일본의 고령자들은 자기의 예금을 가지고 사회보장을 받는 시스템인 거죠.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렇게 되면 돈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지 않고 계속 여기서 돌고 있는 게 문제가 됩니다. 이런 부분들이 일본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어요.

또 한 가지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일본의 젊은이들은 저축할 동기도 많이 없지만 30년 동안 장기 저성장기를 겪으며 활력을 잃었어요. 일본어로 야루키(やるき)라고 하는데, 하고자 하는 의욕이 별로 없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뭔가를 하려고 하지도 않고 영어를 배워서 해외에 나가야겠다는 인식도 별로 없어요. 또 저축해서 투자해야겠다는 생각도 별로 안 합니다. 그냥 돈 벌면 은행에 넣어놓고 빼서 쓰다가 없어지면 다시 일하고 이래요.

우리는 은행에 넣어놓으면 인플레이션 때문에 가치가 떨어질 걸 걱정하잖아요. 근데 일본은 30년 동안 인플레이션이 없었기 때문에 그러한 감각이 없습니다. 그냥 돈은 은행에 넣어놓고 금고에서 돈 빼듯이 쓰고, 그러니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부자가 될 수도 없는 구조지만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해서 가난해지기도 힘든 구조인 거죠. 거기다가 일자리가 항상 충분히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이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젊은이들이 뭔가 열심히 하려고 하는, 그런 게 경제 성장이나 사회 발전의 어떤 원동력이자 모멘텀이 되는 건데 그 부분이 굉장히 약합니다.

일례로, 일본의 연구력이라고 하죠. 현재 노벨상을 많이 받고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가 걱정스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90년대 초반 일본은 세계에서 세 번째 정도, 그러니까 논문의 숫자나 퀄리티가 세 손가락 안에 들었었는데 지금은 선진국이라고 하기 좀 어려워요. 10위권 밑으로 떨어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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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도 많이 안 가고 공부하려는 사람도 별로 없어요. 또 박사받는 사람, 이게 고급 인력이잖아요, 휴먼 캐피털인데 선진국 중에서 일본이 박사 취득자 수가 제일 낮습니다. 공부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냥 회사 가서 월급 받고 65세까지 다들 다니니까요. 그렇게 큰 도전 없이 살고 있고 이게 사실은 제일 큰 위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대 간 격차가 만든 일본의 위기, 한국에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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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일본 초고령 사회가 심각하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일본에 '니게키레타 코오레에샤 (逃げ切れた高齢者)' 이런 말이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치고 빠지는 데 성공한 고령층이라는 뜻이에요. 버블 후 좋은 시절에 풍족하게 쓰고 연금도 풍부하고 금융자산도 많이 가지고 있는 70대 이상의 고령자 세대에 비해서 지금 젊은 층은 돈 벌기도 어려운데 금융자산도 없죠, 미래도 암울하죠, 그래서 세대 간의 어떤 갈등 구조가 있고요.

그래서 일본에서는 소득세에 대한 저항감이 굉장히 강해요. 왜냐하면 소득세는 소득 있는 사람이 내잖아요. 그런데 일본 부자들은 소득이 없거든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은퇴하고 소득이 없는데 금융자산이 많아요. 그래서 소득세는 저항감이 크고 차라리 소비세는 저항감이 작습니다. 너도나도 할머니도 아이도 똑같이 소비를 하니까, 차라리 그게 더 평등하다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소비세는 앞으로도 더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소득세 올리기는 굉장히 저항감이 있습니다.

Q.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가 심각해지고 있잖아요, 일본과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인구가 줄어든다든지 생산성이 저하된다든지 사회보장 비용이 늘어난다든지 이건 다들 잘 알고 계시는 뻔한 얘기니까 넘어가고요. 그거 외에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면 일본에 가면 역 앞에 상점가들이 쫙 있어요. 그게 굉장히 일본의 운치를 느끼게 하는 것들이었는데, 지금은 상점가가 폐쇄된 곳이 굉장히 많아요. 장사할 사람이 없어요. 크게 보면 소비할 사람도 투자할 사람도 없는, 이게 점점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게 일본입니다. 그래서 일본 기업들도 지금 후계자가 없어요. 우리는 파산할 때 돈이 없어서 파산하는 경우가 많죠, 근데 일본은 후계자가 없어서 파산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 사장님이 고령화 때문에 파산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요. 사장님 평균 연령이 지금 72세, 일흔둘입니다. 일본에 가보시면 80대 사장님 많으세요. 후계자를 못 정해서 고민하십니다. 후계자가 60대고, 곧 후계자도 고령화를 맞이하니까 이런 문제가 반복되고 있고요. 한국도 조만간 이런 문제는 닥치겠죠. 다만 한국과 일본의 고령자들이 어떤 차이가 있냐면 일본의 고령자는 꽤 부유한 편입니다. 일본에 부유한 노령층이 있다면 한국은 가난한 노인들이 많아요. 그러니까 선진국 중에서 빈곤 노인 비율이 제일 높은 나라가 한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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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에서 조사한 통계를 보시면 한 7~8년 전의 데이터긴 하지만 한국이 49.6%로 빈곤율이 굉장히 높습니다. 최근에 조사해 보면 이거보다는 조금 떨어졌습니다. 이건 소득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빈곤율이 굉장히 높은데, 여기에 자산을 넣으면 이거보다는 또 사정이 조금은 좋아져요. 그렇지만 OECD 나라에서 거의 꼴찌에 해당합니다. 지금도 보면 굉장히 생활고를 겪는 고령층이 많고 이 부분은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재정 측면에서도 부담이 되는 부분이죠.

게다가 자산을 포함하면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이 자산도 한국의 고령층은 금융자산이 아니라 대부분 부동산입니다. 그것도 집 한 채, 아파트 한 채예요. 현금 유동성이 굉장히 떨어지죠. 인구가 줄어들어서 만약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지면, 그야말로 살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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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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