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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연령 20세서 18세로 낮춘 일본, 고3이 부모 동의 없이 결혼 가능
“18세 성인 제도가 부른 뒤틀림 담아, 어른도 아이도 아닌 이들의 갈등”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르고,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안다.
일본 내면 풍경, 살림, 2014
”
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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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영 방송 니혼테레비가 제작해 오는 10월 1일 첫 방영을 앞둔 드라마 '3학년 C반은 불륜하고 있습니다' 포스터. 고등학생들 사이의 불륜 이야기를 담았다./니혼테레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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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민영 방송 니혼테레비(日本テレビ)가 제작해 내달 1일 방영을 앞두고 있는 한 심야 드라마가 화제입니다. ‘3학년 C반은 불륜(不倫)하고 있습니다’란 제목인데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고등학생 간의 불륜을 다룬 작품. 이를 주제로 한 드라마가 방영되는 건 일본에서 최초입니다.
일본에선 2022년 4월 기존 20세였던 성인 연령이 18세로 낮아지면서 고등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이 나이에 부모 허락 없이 휴대전화나 신용카드, 부동산 등 계약을 맺는 것은 물론 결혼을 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이에 갓 성인이 된 이들이 섣부른 판단으로 혼인서약을 맺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고, 실제 이를 다룬 드라마가 제작된 것입니다.
오는 10월 1일 방영되는 일본 드라마 '3학년 C반은 불륜하고 있습니다'의 남녀 주인공 역을 맡은 모쿠다이 카즈토(20·오른쪽)와 리코(22)/니혼테레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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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테레비는 ‘3학년 C반’에 대해 “부모 동의 없이도 결혼할 수 있게 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첫사랑과 임신, 결혼과 불륜을 그린 전대미문의 학원 불륜 서스펜스”라고 소개했습니다. 여주인공 우에무라 아오이 역의 배우 리코(22)는 “어떤 사람을 좋아하게 됐다는 것만으로 자신뿐 아닌 주위 사람들까지 괴로워지게 된 고등학생의 이야기”라고 전했습니다.
자세한 줄거리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미리 발표된 인물 관계도 등을 토대로 하면, 동급생 여자친구가 임신을 해 결혼하게 된 주인공 남학생이 후에 전학을 온 다른 여학생과 ‘불륜’에 빠지는 내용으로 보입니다. 제도적으론 성인이 되었으나 심리적으론 아직 미성숙한 이들이 연애와 임신, 결혼, 불륜을 겪으며 직면하는 갈등과 괴리감을 다룬 작품입니다.
나아가 한 학급 안에서도 생일이 지나지 않은 ‘17세 미성년자’와 생일이 지난 ‘18세 성인’이 혼재한다는 점도 주요 포인트로 다뤄진다고 합니다.
일본에선 2022년 4월 기존 20세였던 성인 연령이 18세로 낮아졌다. 메이지 9년(1876년) 이후 146년 만이었다./nojima.co.jp |
‘3학년 C반’의 각본을 쓴 이토 시노부는 “단순 자극적인 불륜이 아니라, ‘18세 성인’ 제도로 생긴 사회의 ‘뒤틀림’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 서 있는 이들이 ‘어른이 되는 것은 무언인가’를 깨달아가는 이야기”라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니혼테레비 관계자도 “(성인 연령 인하로) 교실 안에서의 삼각관계가 불륜이 되어버리는 시대가 왔다”며 “18세는 제도적으로 ‘성인’으로 인정받으면서도,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거나 멈출 수 있을 정도의 ‘어른’은 아니다. 그 경계선상에 있는 18세 주인공들이 자신의 선택에 실린 무게감에 시달리며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봐 달라”고 했습니다.
고등학생 간의 불륜을 다룬 이 파격 드라마를 놓고 현지 여론은 마냥 반기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지난 22일 방영 소식을 알리는 현지 기사엔 이례적으로 하루 2000여 건의 댓글이 달렸는데요. 상당수가 “고등학생의 불륜이란 자극적인 주제로 시청률을 높이려 한다” “자녀가 드라마를 보고 정말 불륜을 저지를까봐 걱정된다”는 등의 학부모 우려였습니다.
일본 니혼테레비가 오는 10월부터 방영하는 드라마 '3학년 C반은 불륜하고 있습니다'의 인물 관계도. 이 작품은 고등학생들의 연애와 임신, 불륜, 이혼 등을 다뤘다./니혼테레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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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연예 매체 아사게이플러스는 “지나치게 화제성만 노린 듯한 제목 때문에 ‘우리 아이에겐 보여주고 싶지 않다’며 경계하는 시청자들이 많다”며 “비판을 시청률로 연결하려는 제작진의 의도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극중 남녀 주인공의 동급생 친구 역을 맡은 남배우 유우 타로는 “고등학생, 18세, 불륜 등 사전에 공개된 정보들을 놓고 놀란 사람이 적잖지만,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모두가 신경 써서 꼼꼼히 제작했다”며 “성인 연령 인하로 지금의 18세와 우리가 살았던 18세의 삶은 달라진 부분이 많다. 이에 대해 조금씩이라도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드라마는 내달 1일부터 매주 화요일 밤 12시 24~54분에 방영됩니다. 지상파 방영이 마치면 티버·훌루 등 OTT에도 공개될 예정입니다.
'도쿄 타워'가 보이는 일본의 수도 도쿄의 전경/조선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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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 57번째 방구석 도쿄통신은 고등학생들의 불륜을 다뤄 구설에 오른 일본 드라마에 대해 소개해드렸습니다. 다음 주에도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55~56편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日 시골 마을의 ‘최저 자살률’ 비결, 이웃간 ‘절묘한 거리감’ 이었다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9/11/Y2NSEUK6JFGATPRI7DKNVDRNF4/
“일찍 은퇴하겠다”는 20대, “계속 일할 수 있다”는 60대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9/18/H3OGDLW4DNH7BDHZ3NTF7YJB5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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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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