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 기자 |
50대 여성 B씨도 지난해 9월 응급실 진료를 받으면 10만원을 보상해주는 상품에 가입했다. 다른 보험사에도 유사한 상품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회당 20만원을 보상해주는 상품 2개를 추가로 가입했다. 이후 속이 안 좋다는 이유 등으로 응급실을 방문해 매번 50만원씩 보험금을 타가고 있다. 두 사람이 내는 보험료는 20년 납입 기준 월 2만~3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11월부터는 금융감독원의 지도로 신규 판매가 중단됐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극심했던 보험사 ‘과당 경쟁’이 추후 막대한 손해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험사들이 판매 실적을 올리기 위해 보장 한도를 과도하게 높인 일부 상품을 출시한 후 ‘절판 마케팅’을 벌인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유독 심했던 이유는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신계약 확보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도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많이 팔수록 결국은 손해라는 걸 알면서도 실적에 급급해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응급실 보험의 경우 지난해 8월 한 보험사가 비응급 내원 일당을 10만원(연간 12회 한도)으로 하는 상품을 출시한 게 시작이었다. 두 달 후 경쟁사들이 한도를 20만원으로 올렸고, 아예 횟수 제한을 없애기도 했다.
독감진단 및 치료를 받으면 보험금을 100만원까지 주는 ‘독감 보험’도 대표적인 과당 경쟁의 산물이다. D보험사는 지난해 10월 기존 독감보험 보장금액을 2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확대했다. 이전까지 2년 반 동안 3만1000건에 그쳤던 판매량이 보험금을 높인 직후 20일 동안 10만8000건으로 급증했다.
이외에도 자동차 사고 발생시 경찰조사 단계부터 변호사 선임비용을 최대 1억원까지 보상해 준다거나, 입원 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이용시 최대 31만원(평균 치료비 2만원)을 지급하는 상품이 도마에 올랐다. 현재는 금융감독원의 조치로 각각 5000만원, 10만원으로 한도가 줄었다.
문제는 과당 경쟁으로 보험사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경우 보험료 상승 등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이다. 과잉 의료를 부추겨 대다수 국민이 가입한 실손의료보험료와 국민건강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장 한도를 높일 땐 반드시 당국에 신고하도록 하는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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