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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갑질 대책 없이 '을질 자가진단' 우수 아이디어 선정…황당 해법 내놓은 대한적십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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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2차 가해자' 승진

'을질 자가진단' 제안에 우수상 선정

대한적십자사 "정책 반영하지 않을 것"

JTBC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대한적십자사의 '을질 자가진단'. 〈사진 = 블라인드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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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대한적십자사 동부혈액원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불거졌습니다.

상급자가 신입직원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며 수차례 폭행한 것입니다.

적십자의 후속대처는 '2차 가해'에 가까웠습니다. 피해자와 면담을 하던 당시 총무팀장은 "참고 견뎌라", "잠이 안 오면 술을 마셔라"라고 말했습니다. 또, 피해자와의 면담기록을 가해자에게 제공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듬해 대한적십자는 총무팀장에게 '주의' 처분을 내리고 내부 감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당시 총무팀장이던 문 모 씨는 올해 3월 동부혈액원 원장에 부임했습니다.

지난 2020년 가해자에게 문서를 제공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벌금형까지 받았지만, 문 원장의 승진에는 문제가 없었던 겁니다.

대한적십자 측은 "벌금형을 받았음을 올해에야 알게 됐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문 원장에 대한 추가 조치 계획은 없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갑질을 사실상 눈감아준 적십자사에 때 아닌 '을질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지난달 대한적십자사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청렴제안대회에서 '을질 자가진단' 제안이 우수 아이디어로 선정된 겁니다.

제안자는 "최근 MZ사원들이 정당한 지시 거부하고 갑질로 신고하는 을질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됐다며, 자가 진단을 통해 '갑'과 '을'이 서로 이해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자고 했습니다.

200여 개가 넘는 아이디어 가운데 우수 제안으로 뽑힌 건 '을질 자가진단'을 포함해 단 3개입니다.

최종심사는 대한적십자사 부회장, 기획조정실장, 법무지원팀장 등이 맡았습니다.

적십자 직원들은 "정말 시대를 역행하는 곳이다"란 비판과 함께 "내일도 팀장에게 을질이나 하러 가야지~"라는 자조적인 반응도 보입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을질 자가진단' 제안은 청렴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대한적십자사의 황당한 '을질 자가진단'은 오늘밤 뉴스룸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김안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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