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내년 4분기에나 목표에 수렴
“부동산PF 위험 현재화 가능성” 우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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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내년에도 물가가 목표 수준에 수렴할 때까지 장기간 긴축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태영건설의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 신청으로 촉발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위험이 커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한은은 29일 발표한 ‘2024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기준금리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서 안정될 것이란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장기간 긴축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물가가 내년 4분기 이후에나 목표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영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내년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 중반, 근원물가(식료품, 에너지 제외) 상승률은 2%대 초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한은은 “수요 측 물가 압력이 약해져 추세적인 둔화 흐름이 지속되겠으나, 그간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이 가격에 전가되면서 둔화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출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경제 성장세는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내년도 금융 상황에 대해선 “규제 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자본비율을 고려할 때 대체로 안정적 모습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부동산 PF 등과 관련한 유동성 및 신용 리스크가 현재화할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고 진단했다.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한계기업과 취약가구의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가계대출은 은행의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확대될 것이라 예상했다.
이 같은 긴축 장기화 여파에 대비해 금융시장과 금융시스템에 대한 점검 및 조기 경보 기능을 강화하고,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은은 “공동검사 등을 통해 가계·기업 부채 리스크, 부동산PF·건설 부문 부실, 비은행 금융기관의 유동성과 신용 리스크 등을 다각도로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또 통화정책 파급 경로상 영향력이 커진 점을 감안해 자산운용사와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중앙회 등을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에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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