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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이슈 연금과 보험

[기고]민영 연금있어도, 소득대체율 공백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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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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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우회전 통행 방법이 달라진 지 1년이 넘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출퇴근길에 만나는 우회전 차로가 혼잡 그 자체였다.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없어도 우회전하지 않고 보행자 신호가 녹색에서 적색으로 바뀔 때까지 요지부동인 운전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규칙의 목적은 보행자 보호이므로 운전자는 맨 먼저 보행자가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확인하려면 정지하거나 서행해야 하며, 보행자가 있으면 그가 횡단보도를 건너갈 때까지 기다린 후에 우회전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호해야 할 보행자가 없으면 가도 되는게 원칙이다. 그러나 원칙이 사라진 기계적인 준수만 하다 보니 우회전할 때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없어도 꼼짝하지 않는 자동차와 그 뒤로 길게 늘어선 자동차 행렬만 남게 됐던 것이다. 제도 변경을 설명하는 시간이 어느 정도 있었음에도 이해가 부족했던 부분이 존재했다.

민영연금 시장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연금 수령으로 가는 우회전 차로로 만들어 놓은 민영연금에서 우회전을 머뭇거리거나 심지어 일시금 수령으로 직진해 버리는 일이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국민연금의 부족한 소득대체율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한 민영연금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국민연금은 연금 가입자가 받는 연금액이 가입 기간 중 평균소득의 최대 40% 수준이 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40년 가입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현실은 2020년 기준으로 평균 가입 기간 18.6년이다. 가장 중요한 실질 소득대체율은 24.2%에 머문다. 설계 목표의 절반을 겨우 넘긴다.

기초연금을 포함하면 10%p(포인트) 더 올라가겠지만, 기본적인 생활비를 보전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연금 소득대체율은 평균 58%이다.

대안은 민영연금이 국민연금의 부족한 소득대체율을 보완하는 것이다. 정부가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가입과 유지를 장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종신 연금 수령이 의무화된 국민연금과 다르게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연금 수령은 개인의 선택으로 방치되고 있다. 근로자가 퇴직하면 그동안 쌓인 퇴직금이 IRP 계좌로 모이는데, 2021년 현재 93%의 퇴직자가 IRP 해지한다. 즉 일시금을 선택하고 있다.

연금 수령이 일반적인 연금저축에서도 연금 수령자의 52%는 연금 수령 기간이 10년 이내이다. 3개 연금에 모두 가입했더라도 그들 중 대다수는 70세 이후가 되면 수령 연금이 국민연금만 남는 셈이다.

연금을 받으려면 목돈이 모여야 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쌓인 목돈은 반드시 연금 재원으로 사용돼야 한다. 그러나 연금시장에서는 왜 민영연금으로 우회전하려는 지는 잊히고 목돈 마련과 자산 운용이라는 통행 규칙만 회자하고 있다.

"목돈이 연금으로 쓰일 것이다"라는 낙관적인 가정은 현실에서 잘 작동하지 않음을 통계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2022년 현재, 평균 기대수명은 82.7세이고, 60세 퇴직자는 최소 25년은 더 살 것으로 기대된다. 목돈이 쌓여도 장기적인 연금 수령으로 이어지지 않는 지금의 민영연금 제도는 재정비해야 한다.

김해식 보혐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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