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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AI·클라우드·로봇 3종세트 중동수출 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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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 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네이버 신사옥 1784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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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처음 수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자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전면에 내세워 또 한번 수출 물꼬를 틀 방침이다. 사우디를 발판으로 중동 전역으로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로봇 등 한국의 정보기술(IT)을 전파하는 것이 목표다.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 대표는 지난 22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빅테크 기업 간 기술 패권 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중동에서는 이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자 하는 수요가 있다"며 "사우디 역시 자체 LLM을 이른 시일에 구축하고 싶어해 하이퍼클로바X 수출 또는 협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채 대표 주도로 올 10월 1억달러(약 1300억원) 규모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MOMRAH)에 수출했다. 이를 두고 IT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오일머니' 확보라는 IT 업계 숙원을 풀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작년 11월 국토교통부 주관 '원팀코리아'에 합류해 여러 차례 사우디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바 있다. 또 사우디 정부 인사가 9차례나 네이버에 방문할 때 버선발로 달려 기술 수출을 타진했다. 네이버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 수출을 발판으로 다양한 솔루션을 사우디에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하이퍼클로바X 개발을 통해 축적한 기술 노하우를 수출하고, 현지 데이터를 활용해 AI 모델을 만드는 방안 등이 가능할 것으로 IT 업계는 보고 있다. 채 대표는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현지 파트너와 협력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자국어를 학습하고 생성하는 LLM은 한 국가의 IT 주권이나 다름없는 만큼, 미국과 중국 간 경쟁 속에서 네이버가 제3세계를 상대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사우디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제3국과 AI 협력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 대표는 "구글도 점령하지 못한 한국의 네이버라는 회사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사우디에 직접 가서 확인할 수 있었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사우디는 네이버가 수출한 기술을 갖고 디지털 트윈 도시를 구축한다. 디지털 트윈이란 가상 모형에 실제 기상 현상이나 사물을 쌍둥이처럼 구현하는 것을 가리킨다.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예측·최적화 등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실세계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술이다.

사우디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도시 계획이나 홍수 예측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내년부터 5년간 수도 리야드를 비롯해 메디나, 제다, 담맘, 메카 등 5개 도시에서 순차 진행된다. 채 대표는 "5개 도시에 대해 단계적으로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한 뒤 네이버가 직접 플랫폼을 운영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은 일회성 수출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채 대표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 계약을 시작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실제 디지털 트윈 외에도 네이버의 다양한 기술을 도입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네이버의 중동 사업 거점이 될 사우디 현지 법인(지사) 설립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1분기 설립을 예상한다. 현지 법인은 신규 사업 발굴,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 등을 맡게 된다. 현재 사우디는 디지털 전환과 초대형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사우디가 추진 중인 초대형 신도시 사업 네옴시티는 모든 인프라스트럭처와 물류가 AI와 로봇으로 작동하는 '세계 첫 인지도시(Cognitive City)'를 꿈꾸고 있다. 네옴시티는 공식 사업비만 5000억달러(약 651조원)에 달한다. 사우디 시장의 잠재력은 알려진 것보다 더 클 수 있다는 평가다. 채 대표는 "젊은 국가인 사우디는 혁신을 지향하는 시장이 구축돼 있고, 글로벌 인재들이 모여 있다는 특징이 있다"면서 "무엇보다 혁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 꼭 한번 도전해봐야 할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사우디는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에 구축된 아크 시스템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아크는 AI·로봇·클라우드의 줄임말로, 멀티 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이다. 네이버는 특히 자사 기술을 다른 기업의 기술이나 플랫폼과 호환이 수월하도록 '개방형'으로 개발해왔다. 예를 들어 A사의 로봇, B사의 클라우드, C사의 통신망 등에서도 네이버 아크를 이용할 수 있어 수출에 용이하다는 평가다. 채 대표는 "아크는 서비스 로봇 대중화를 이끌 가장 혁신적인 시스템으로, 장기적으로 기술 수출 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 대표는 "네이버는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에서 전 세계 최상위권인 20%대"라며 "창업 당시부터 기술을 중시했고, 기술 투자에 진심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속적인 기술 투자가 중동 사업 물꼬를 트는 결실로 이어졌듯, 앞으로도 글로벌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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