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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약자 편에 서랬는데, 성소수자 위한 기도도 안 되나요”···‘목사 출교’ 되묻는 청년 신학도들[성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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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감리교신학대학교 학생 A씨(왼쪽)가 지난해 7월16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본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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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들을 축복했다는 이유로 이동환 목사를 출교시켰습니다. 이는 대안적 목회와 사회적 선교를 꿈꾸는 신학생들의 소명을 좌절시키는 행태입니다. 은퇴를 앞둔 목사님들의 선택이 향후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목회할 신학생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감리교신학대 동아리 ‘예수더하기’는 최근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 재판위원회의 이동환 목사 출교 처분에 대해 지난 20일 이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성소수자를 배척하고 있는 한국 개신교의 ‘차별’에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신학생과 목회자들이 늘고 있다. 성탄절을 앞두고 만난 감리교신학대에 재학 중인 청년 신학도들은 “예수님은 약자의 편에 설 것을 강조했다”며 한목소리로 감리회의 이 목사 출교 조치를 비판했다.

“출교 결정, 성소수자·목회자 신앙 활동 제한하는 행위”


모태 신앙인인 A씨(24)는 과거 ‘퀴어축제’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다. 대학에 진학해 성소수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 학우들과 토론하며 생각이 바뀌었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 퀴어축제에 직접 참가했다. A씨는 “출교 조치는 목사직뿐만 아니라 교인으로서도 자격을 박탈하는 것인데, 과한 결정”이라며 “성소수자든 장애인이든 여성이든, 목사라면 차별하지 않고 대해야 한다. 축복 범위에서 벗어나는 존재는 없다”고 했다.

임모씨(25)는 “예수님의 모습은 배제, 억압받는 사람 곁에서 함께 고난 겪고 이들을 해방하는 것이었다”며 “반대로 그들을 배제하고 있는 모습이어서 아쉽다. 오히려 성소수자가 믿음과 신앙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B씨(32)는 “목회자라는 직종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직업적 업무를 담당한다”며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일용직 노동자, 장애인 등 어떤 사람에든 동일하게 직업적 숙명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소수자들에게 ‘이 무리에 속할 수 없다’고 하는 건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이동환 목사의 사례가 계속 나오다 보면 성소수자 신앙인은 안식을 누릴 곳을 못 찾게 된다”고 했다. 그는 “한 신학자는 ‘한국교회가 동성애 반대운동을 펼치는 것은 내부 응집력을 존속시키고 목회자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한 명분’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냈다”면서 “이 해석에 동의한다”고 했다.

이들은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 금지’를 규정한 감리회의 ‘교리와 장정’ 조항이 차별에 해당하며 이를 바꾸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해당 조항은 이 목사를 출교 조치한 근거가 됐다.

“감리회는 약자 위한 활동 앞장서와…역사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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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감리교신학대학교 학생 임모씨가 서울 양천구 소재 독서실 책상에 펼쳐 놓은 책과 노트북. 본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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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대한감리회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 ‘사회신경’ 교리를 채택하며 ‘인종과 국적에 따른 차별 철폐’ ‘노동자에게 적합한 보호와 대우’ ‘여성 지위 향상’ 등의 지향을 표방했다고 한다. A씨는 “사회신경은 감리회가 사회적 문제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모은 것”이라며 “취약 계층, 비정규직 노동자, 난민, 이주민 등의 어려움에 감리회가 앞장서서 반응하겠다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B씨는 감리회 소속 목회자들이 미국 노예제 폐지, 노동자 해방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다고 했다. B씨는 최근 교황청이 동성커플 축복을 허용한 것을 두고 “보수적인 가톨릭도 현 시점에 맞으면서도 교리에 어긋나지 않는 작업을 했다”며 “가톨릭보다 진취적인 감리회가 성소수자에 대한 견해를 고수하는 것은 정체성에 위배된다”고 했다.

임씨는 “감리교 창시자 존 웨슬리 목사는 기존 성공회의 ‘야외 예배 금지’ 규정을 어기고 노동자에게 다가가 예배를 드렸다. 죄인으로 규정당할 것을 감수하면서 그들과 함께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신 밝혔다가 ‘일자리’도 위험···“성소수자에게 다가가고, 연구해야”


“동성애는 죄인가?”

임씨는 최근 전도사 직분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죄가 아니다’라고 답한 임씨는 면접에서 탈락했다. 면접관인 목사는 그에게 “죄는 죄라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신학생들은 교회나 학교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소신이 있어도 이를 쉽게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동성애’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도가 많아 이를 선뜻 언급하기도 어려운 분위기라고 한다.

이들은 성소수자를 향한 무조건적 비난 이전에 교계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연구와 활발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씨는 “한국 교회는 예수님께서 보여준 모습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그들을 만나지도 않고, 아픔을 헤아리려 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해외 신학대학이나 국내 젊은 신학자 사이에서는 성소수자를 알아가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 클레어몬트 신학대와 밴더빌트 신학대에서는 퀴어 연구가 활발하다. 감리교에서 세운 미국 에모리대는 홈페이지에 ‘성소수자의 학교생활’을 안내하는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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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모리대학교의 ‘성소수자의 학교생활’ 안내 페이지. 에모리대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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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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