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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에 배 12척을""이재명은 잼순신"…총선 앞 바쁜 이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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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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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이순신 장군이 자주 소환되고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현상이지만, 최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명 과정에서 이순신 장군이 거론되며 관심을 크게 끌었다. 국민의힘의 경우 긴박한 당 상황이 임진왜란 때와 같다며 당시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이순신 급으로 끌어올렸다.

지난 20일 국민의힘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과 상임고문단 간 간담회를 마친 뒤 유흥수 상임고문이 그런 말을 했다. 그는 “선거가 몇 달 남지 않은 이 시기엔 배 12척을 한 장관에게 맡겨 보자는 중지가 모였다”고 말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은 마지막에도 등판했고 배는 12척뿐이었다. 그럼에도 승리했다”며 “현재 국민의힘 상황이 배 12척 남은 상황과 같다. (한 장관이) 등판해 승리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의 등판이 ‘이르다’는 의견에 “선거에 지고 나면 아껴서 무엇하냐”며 이같이 말했다. 한 장관이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처럼 선봉에 서 내년 4·10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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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원로인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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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전엔 야당에서 이순신 장군이 등장했다. 지난 7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을 고수하던 더불어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 등 지도부 회의가 열리는 당 대표 회의실 배경에 이순신 장군 사진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라는 문구가 함께 적힌 현수막 아래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가 앉아 회의를 진행했다. 한 달 뒤인 8월 25일 민주당은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출발해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걷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 중단 국민행진’을 진행했다. 이날 이 대표는 이순신 장군 동상 아래서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는 인류에 대한 범죄, 제2의 태평양전쟁이다”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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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은 대표회의실 배경을 '국민안전 수호,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문구와 함께 이순신 장군 동상 사진으로 교체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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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지지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재명이네마을’에선 이 대표를 이순신 장군에 빗댄 게시물들이 업로드됐다. “이순신과 함께 명량해전에 승리했듯이 이재명과 함께 후쿠시마 해전에서 승리하자”는 등 반응이 나왔고 이 대표 이름을 줄여 표현한 ‘잼’과 이순신을 합쳐 이 대표를 ‘잼순신’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이순신 장군 삽화에 이 대표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개인 SNS에 걸고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부당함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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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7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무안 전남도청에서 열린 전남 블루 이코노미 경제비전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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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이순신 장군 마케팅’은 낯설지 않다. 문재인 정부 당시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제한조치를 하는 등 대일 관계가 경색되는 국면 속에서도 이순신 장군이 언급됐다. 지난 2019년 전남도청을 방문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전남 주민들이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12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달 30일 경남 거제시 저도를 방문해선 “저도 일대 바다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께서 첫 번째 승리를 거둔 옥포해전이 있었던 곳”이라고 말했다.

2014년 8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도 청와대 참모진을 이끌고 이순신 장군의 삶을 담은 영화 ‘명량’을 관람했다. 당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국가가 위기를 맞았을 때 민·관·군이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내용이고, 국론결집의 정신을 고취할 수 있는 영화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이순신 장군을 찾을수록 '과도한 이미지 차용'이란 지적도 뒤따랐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실 직원 성추행 의혹 사건 당시 박 전 시장을 비호하는 과정에서 이순신 장군이 언급된 것이 대표적이다. 박 전 시장을 옹호하는 누리꾼이 ‘이순신 장군도 관노(官奴)와 잠자리를 했는데, 그것도 문제가 되느냐’는 식의 문제를 제기했고 이를 두고 논란이 확산했다. 이에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니고, 박원순은 이순신이 아니고, 피해여성은 관노가 아니다”며 “이걸 말이라고 하는지”라고 비판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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