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마리 중 2, 3마리꼴"...중국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중 '당국은 쉬쉬' 왜?

중국 서남부 쓰촨성 중심 급격히 확산
'내수 주요 지표'라 가격 공개 꺼리는 듯

중국 베이징 한 마트의 정육점 종업원이 고기가 진열된 매대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베이징=UPI 연합뉴스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하고 있지만 당국은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주요 식재료인 돼지고기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줄까 우려하는 당국이 '쉬쉬' 하는 것으로 보인다.

20일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 4월 중국 북부에서 퍼지기 시작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중·남부로 확산 중이다. 최대 양돈 거점인 남서부 쓰촨성의 목축업협회는 최근 "북방 지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상황이 심각하다"며 "허난성, 산둥성, 허베이성으로 퍼지고 있으며 허난성 등에서도 산발적으로 발생 중"이라고 전했다. 쓰촨성에서 사육되고 있는 돼지 중 이미 20~30%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됐다고 현지 양돈업자들이 전했다.

돼지 사이에서 전염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 치사율이 100%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주로 아프리카와 유럽에서 발병해왔지만 2018년 중국 남부 하이난에서 발병 사실이 확인됐다. 아시아 최초였다.

쓰촨성 내 돼지 10마리 중 2, 3마리가 감염됐을 정도로 확산세가 심각하지만 정부 당국은 쉬쉬하고 있다. 중국 농업농촌부 목축수의국의 '전염병 발표' 사이트에서는 현재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사례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매달 정기적으로 발표되는 '전국 주요 동물 질병 통계'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사례는 제시되지 않았다. 쓰촨성 목축업협회는 "당국에 (발병 상황을) 보고했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조치가 없다"고 전했다.

중앙통신은 당국의 미온적 태도가 '의도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돼지고기는 식탁에 빠져선 안 될 식재료로 꼽힌다.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내수 경기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인식된다. 가뜩이나 소비 심리가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이슈가 부각될 경우 내수 경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중국 당국의 우려일 것이란 얘기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5% 하락했다. 2020년 11월 이후 3년 만의 최대 폭 하락이다. 특히 돼지고기 가격이 전년 대비 31.8% 급락한 게 주요 요인으로 거론됐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