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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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안준상 전 이도 부사장을 신임 부동산투자실장으로 임명했다. 부동산투자실은 인프라투자실, 사모·벤처투자실과 함께 국민연금의 대체투자를 책임지는 3개 실 가운데 하나다. 국민연금의 부동산 투자 규모는 올해 9월 말 기준 52조1000억원이다. 안 실장은 이도 부사장을 역임하기 전 삼성생명,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웰스파고은행, 삼성증권 등을 거쳤다.
당초 안 실장은 지난여름 대체투자 부문 수석 운용역으로 내정됐으나, 4~5개월이 지나도록 정식 인사가 나지 않아 “내정이 철회된 것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이번에 안 실장을 부동산투자실장 자리에 앉힌 것이다. 외부 인사인 안 실장이 영입되면서 그간 부동산투자실장으로 일해온 오은정 실장은 뉴욕사무소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기금운용본부 내부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우선 공석이 아닌 실장 자리에 외부 인사를 임명한 전례가 없었다. 그간 기금운용본부 실장은 국민연금에 일찍 합류해 오랜 기간 업무를 익힌 운용역 중에서 선발했다. 주식운용·해외주식·채권운용·사모벤처 등 주요 실장 모두 내부 승진한 인물이다.
게다가 외부 인사 영입으로 자리에서 빠지게 된 기존 실장이 해외사무소장으로 옮기는 상황도 기금운용본부 임직원 입장에선 낯설다. 기금운용본부에서 해외사무소장은 실장 승진 전 단계에 가는 자리로 여겨져서다. 오은정 실장으로선 한 단계 낮은 급으로 이동한 셈이다.
서원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CIO). / 국민연금 |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2인자로 통하던 박성태 전 전략부문장도 올해 3월 뉴욕사무소장으로 배치되고 2개월 후인 지난 5월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이 당시에도 국민연금 안팎에서는 “실장급인 박성태 부문장을 뉴욕사무소로 발령한 것이 퇴사 이유”라는 말이 나왔다. 박 전 부문장은 1999년 기금운용본부의 설립 멤버로, 안효준 전 CIO의 임기 만료 이후 CIO 직무대행을 맡기도 한 인물이다.
국민연금의 변칙적인 인사 실험과 관련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안정보다는 변화를 꾀하는 서원주 CIO의 스타일이 인사에서도 드러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서 본부장이 지난해 말 공석이던 국민연금 CIO에 도전장을 제출했을 때만 해도 그는 유력 후보군에 속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공무원연금 출신 중 처음으로 국민연금 CIO가 됐다.
취임과 함께 서 본부장은 안정보다는 변화를 택했다. 기금운용본부에서 가장 오래 일한 박성태 전 부문장을 뉴욕사무소로 보낸 게 대표적이다. 이번 안준상 실장 영입도 그 연장선이란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서 본부장은) 내부 인사에 힘을 실어주던 전임 CIO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인다”며 “조직에 긴장감을 주고 기금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로 읽힌다”고 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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