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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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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보험 경상환자 진료비, 한방이 양방의 3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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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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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운전자 김 모씨는 작년 7월 차량 후미 추돌사고로 상해급수 중 가장 낮은 14급을 받았다. 김씨는 사고 당시 동승자와 함께 올해 초까지 7개월간 한방과 양방병원을 다니고 총진료비로 2720만원이 나왔다며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이 중 한방 치료비는 1999만원으로 양방 치료비(721만원)보다 2.7배 많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타박상 등 경미한 부상에도 한방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마다 약침술, 부항, 추나요법 등 다수의 치료를 동시에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보험 경상환자의 한방 진료비가 급증하고 있다. 한방병원에서 교통사고 경상환자에게 약침, 부항, 첩약 등 여섯 가지 이상의 진료를 한꺼번에 시행하는 '세트 청구(복수·동시 진료)'가 많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는 과잉진료로 이어지기도 해 차보험금 누수를 부르고 보험료 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19일 매일경제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4대 손해보험사(삼성·현대·DB·KB)의 자동차 사고 발생 건수 기준으로 경상환자(상해등급 12~14급) 중 추가 진단서를 발급받은 비율을 집계한 결과, 한방병원이 23.1%로 양방병원(8.1%)의 3배 수준이었다. 특히 여러 지역에서 같은 이름으로 운영하는 한 대형 프랜차이즈(네트워크) 한방병원의 추가 진단서 발급률은 33.3%로, 3명 중 1명꼴로 발급받았다. 정부는 교통사고 경상환자의 과잉진료를 방지하기 위해 올해 1월부터 진료 기간이 4주를 초과할 때 의료기관이 추가 진단서를 보험사에 제출해야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제도를 바꿨다.

차보험 한방 진료비는 교통사고가 줄어드는 추세에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교통사고 건수는 코로나19로 이동량이 감소하고 운전자를 보호해주는 안전기술이 발전하면서 2020년 20만9654건에서 2021년 20만3130건으로 3.1% 줄었고, 작년엔 19만6836건으로 1995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작년 전체 손보사의 차보험 한방 진료비는 1조463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2018년(7139억원)과 비교하면 2배 증가했다. 반면 양방 진료비는 1조850억원(2021년)에서 1조506억원(2022년)으로 3.2% 줄었고, 2018년(1조2623억원) 대비 16.8% 감소했다. 보험업계는 한방 세트 청구가 진료비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상해급수와 진단명이라도 세트 청구 때문에 1일 진료비에 크게 차이가 나기도 한다. 올해 초 A한의원을 찾은 60대 박 모씨는 '경추와 요추의 염좌 및 긴장(상해등급 12급)'이란 진단명을 받고 경혈침술, 추나법침술, 부항술 등 다섯 가지 치료를 하는 데 총 3만8950원이 나왔다. 반면 박씨와 동일한 진단명과 상해등급인 30대 이 모씨는 B한방병원에서 하루 동안 한방첩약을 포함해 경혈침술, 약침술, 추나법침술, 침전기자극술, 구술(뜸), 부항술, 온랭경락요법 등 11가지 치료를 받고 총 22만2850원을 썼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다양한 한방 치료가 교통사고 경상환자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첩약과 약침의 차보험 수가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에 따라 관련 규정 개선에 착수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관한 기준'을 행정예고했다.

여기에는 경상환자의 첩약 1회 최대 처방일수를 기존 10회에서 7회(환자 동의 및 한의사 소견이 있으면 10일)로 조정하고, 경상환자의 약침 횟수를 구체화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변경된 기준은 현재 국무조정실에서 규제심사를 진행 중이며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면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이다.

[임영신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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