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EU, 연간 40억불 러시아 돈줄 죈다…"러 다이아몬드 수입 봉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본부 앞에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전쟁 밑천이 되는 다이아몬드와 원유 수출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고강도 추가 제재에 나섰다. 18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수입 차단을 핵심으로 한 12차 대러시아 제재안을 공식 채택했다. 러시아는 전 세계 다이아몬드 생산의 20~25%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다이아몬드 거래로만 연간 40억 달러(약 5조2000억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이날 이번 제재와 관련,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더욱 떨어뜨리기 위한 강력한 제재"라고 의미부여했다.

EU 집행위원회 성명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EU 회원국들은 러시아산 천연·인조 다이아몬드의 수입을 금지한다. 앞서 주요 7개국(G7)이 내년 1월 1일부터 러시아가 생산한 비(非) 산업용 다이아몬드 직수입을 금지하기로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또 EU는 제3국에서 가공된 러시아산 다이아몬드와 러시아산 다이아몬드가 들어간 보석류는 내년 3월부터 단계적으로 제재할 계획이다. 내년 9월부터는 천연 다이아몬드 원석(씨앗)을 실험실에서 짧은 기간 내 키워내는 방식으로 얻은 '랩 그로운(lab grown) 다이아몬드'까지 제재를 확장한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EU에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금수 조치를 강력히 요구해왔지만, 세계 다이아몬드 유통의 중심지인 벨기에의 반대로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금수에 나서지 못했다. 통상 인도에서 절단·연마한 러시아산 원석은 벨기에의 앤트워프에서 미국·홍콩 등 큰 시장으로 수출된다. 이번 제재 합의를 앞두고도 관련 산업의 타격을 우려한 벨기에는 마지막까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러 차례 EU 정상들의 회담 끝에 제재 합의가 이뤄졌다.

EU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부터 러시아에 대한 각종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러시아 측이 원산지를 속이거나 제3국을 경유하는 우회 무역 등으로 제재를 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제재는 이런 구멍들을 메우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다이아몬드가 최종 소비자로 전달될 때까지 여러 가공·유통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러시아산 원석이 다른 원산지로 둔갑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EU와 G7은 이런 사각지대를 차단하기 위해 채굴 광산에서부터 판매 매장에 이르기까지 전체 공급망을 추적할 수 있는 국제 추적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기반 추적 시스템을 도입해 원산지 식별을 철저하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중앙일보

벨기에 앤트워프의 다이아몬드 거래소에서 한 연마사가 다이아몬드 절단면을 기기로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EU는 또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회원국 간 정보 공유 체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EU와 G7, 호주는 지난해 12월부터 러시아에 유가 상한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산 원유가 상한선(배럴당 60달러)을 넘는 가격으로 거래될 경우 해상보험 등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G7이 전 세계 해상보험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러시아가 원유 판매 가격을 낮추도록 강제한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서방 보험사나 정유사와 거래하지 않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으로 불리는 유조선을 동원해 제재망을 피했다. 그림자 선단의 유조선들은 선박 자동식별시스템(AIS)를 꺼둔 채 운항해 항로 추적을 피하면서 러시아산 원유를 비싸게 팔아왔다. EU는 그 규모가 600척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당초 이번 제재에 EU 회원국들이 그림자 선단으로 활용 가능성이 있는 노후 유조선을 러시아 관련 기업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안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선박 회사 등의 반발로 실제 제재는 '(사전) 통보' 수준에 그쳤다. 그 대신 EU 회원국 간 정보 공유 체계를 강화해 화물의 출·도착지를 분명히 하고 선박 주체를 더 잘 식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연간 약 10억 유로(약 1조4200억원) 규모로 거래되는 러시아산 액화석유가스(LPG)에 대해서도 신규 제재할 예정이다. 러시아 국적자 및 EU 내 러시아 법인의 관계자가 역외로 송금할 때는 이체 경로를 통지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방안도 이번 제재에 포함됐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