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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사설] 의협, 국민 요구하는 의사 증원 반대도 파업도 명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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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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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추진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지난 11일부터 일주일간 의사 회원들을 대상으로 벌인 총파업 찬반 투표를 그제 마쳤다. 의협이 공개를 하지 않기로 해 투표 결과를 알 수는 없으나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을 것이다. 통상 노조가 대정부 투쟁의 동력으로 높은 파업 찬성률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민 대다수의 부정적인 시각과 20%가량에 그친 투표율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간호사 등 의료 지원 인력이 주축인 보건의료노조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8세 이상 응답자의 89.3%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들의 집단 진료 거부에 반대하는 비율은 85%, 필수진료과 의사들이 부족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답변 비율은 93.4%에 달했다. 의사를 양성하는 대학에서도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얼마 전 정부가 전국 40개 의과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다수 대학이 2025학년도 입시에서 정원을 지금의 2배 가까이로 늘리기를 희망했다.

국내 의대 정원이 2006년 이후 18년째 3058명으로 묶이다 보니 의사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2021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2.5명) 다음으로 적다. 한의사를 제외하면 멕시코보다도 적은 숫자다.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성형외과, 피부과, 정형외과처럼 돈벌이가 되는 과목으로 인력이 몰리다 보니 문제가 심각하다. 소아청소년과나 산부인과 등이 의사를 구하지 못해 문을 닫고 응급 환자가 병원을 찾아 뺑뺑이를 돌다 목숨을 잃는 게 현실이다.

의사들은 의료 교육 현실을 무시한 채 정원만 늘렸다가는 수준 낮은 의사만 양산할 수 있다며 반대한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통계를 끌어와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강변하기도 하지만 국민 공감대를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는 대학은 물론이고 국민이 원하고 있다. 의료계가 지적하는 공공의료 붕괴 같은 문제는 오히려 의사 숫자를 늘리지 않고선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를 외면한 채 계속 증원 반대만 외치는 의사들의 행위는 직역 이기주의일 뿐이다. 의협은 명분 없는 의사 증원 반대 파업에 나설 게 아니라 비정상적인 의료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데 앞장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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