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 핵심 피고인인 윤관석 무소속 의원이 지난 8월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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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에서 돈봉투 살포를 제안한 혐의로 기소된 윤관석 의원(무소속)에게 검찰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윤 의원은 최후 변론에서 “제 선거도 아니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꿈인지 생시인지 많이 괴로웠다”면서도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개입 여부에 대해선 끝까지 함구했다.
검찰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2부(부장 판사 김정곤·김미경·허경무)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사건은 지역구 당협위원장 등에게 금품을 교부해 정당 민주주의 등 헌법적 가치를 중대하게 침해하고 대의제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라며 윤 의원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그러면서 “지지율이 접전인 상황에서 ‘오더’(지역 대의원들에게 송영길 전 대표를 찍어달라고 하는 요청)를 다질 목적으로 범행해 결국 경선 승리를 거뒀다”며 “오더라는 구태를 타파하고 금권선거 실상이 드러난 현실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검찰은 윤 의원과 함께 기소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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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원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당내 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전달할 목적으로 경선 캠프 관계자들로부터 총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8월 재판에 넘겨졌다. 송영길 캠프의 좌장 격이었던 윤 의원은 전당대회가 임박했던 2021년 4월 말 송 전 대표가 당시 경쟁자였던 홍영표 후보한테 턱 끝까지 추격당하자, “경쟁 후보 캠프에서 의원들에게 300만원씩 뿌리고 있으니 우리도 의원들에게 그 정도의 돈을 주자”고 강씨와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등에게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송영길 캠프의 ‘실질적 조직총괄책’인 강씨가 이런 윤 의원의 요구를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인 박용수씨에게 전달했고, 박씨가 4월 27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300만원씩 들어있는 봉투 20개를 이정근씨를 통해 윤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검찰은 이번 재판에서 “돈 봉투를 실제 수수한 의원들에 대한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라며 윤 의원의 ‘돈 봉투 살포’ 혐의는 제외해 기소했다. 현재 윤 의원은 4월 27~28일 민주당 동료 의원 20명에게 돈 봉투를 건넨 혐의로 추가 수사를 받고 있다.
이정근(左), 강래구(右) |
당초 혐의를 전면 부인했던 윤 의원은 재판 과정에서 돈 봉투를 수수한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봉투 당 300만원이 아닌 100만원씩 총 2000만원을 전달받았다고 했다. 또 강씨, 이씨 등에게 돈 봉투 마련을 지시한 것이 아니라 ‘함께 협의’해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 내부에선 “큰 틀의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 형량을 줄이려는 시도”(중견 변호사)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당법은 당 대표 경선에서 특정인을 이기게 할 목적으로 금품·향응을 제공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하고 있고, 이를 지시·권유·요구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더 무겁게 처벌한다.
윤 의원은 재판 내내 송 전 대표의 개입 여부에 대해선 “제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다”며 입을 열지 않았다. 이날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도 “돈 봉투 살포에 대해 송 전 대표와 상의한 적 있느냐”, “살포 직후 송 전 대표와 만났느냐” 등 검찰 질문에, 윤 의원은 “진술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돈 봉투를 받은 의원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답변을 거부했다.
이어 윤 의원은 최후 진술에서 “제 선거도 아니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꿈인지 생시인지 많이 괴로웠다”면서도 “그럼에도‘제 탓이오, 제 탓이오, 저의 큰 탓이오’라고 생각하며 크게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한 직책이나 실익을 얻고자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며 “당 내부 경선은 자율적 영역이라 약간의 관행이 남아있었다. 경각심을 놓치고 불법적 부분을 도외시한 채 진행해 결과적으로 큰 잘못을 범했다”고 덧붙였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8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관석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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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원은 송 전 대표 도움으로 19대 총선에서 민주당 텃밭인 인천 남동을 공천을 받은 뒤 내리 3선을 지냈던 인물이다. 그러면서 당내 비주류였던 송 전 대표의 몇 안 되는 측근 의원으로 자리했다. 송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두 차례 낙선을 거쳐 ‘3수생’ 당 대표가 되기까지, 의원 지지세가 취약했던 송 전 대표를 연거푸 도왔다. 2021년 전당대회 당시엔 송영길 캠프 내 거의 유일한 중진 의원으로서 좌장을 맡고 경선 운동 전반을 기획·총괄했다. 그 결과 송 전 대표가 당선됐다.
그러나 송 전 대표와의 인연은 악연으로 반전됐다. 송 전 대표는 당 대표 당선 뒤 윤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지만, 6개월 뒤 잘랐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당시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되자, 분위기 반전을 위해 핵심 당직자 교체를 시도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두 사람 간의 관계는 사실상 틀어졌다는 게 윤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1년 반 뒤 ‘돈 봉투 의혹’ 수사로 가장 먼저 재판에 넘겨진 현역 의원이 됐다. 의혹의 정점인 송 전 대표는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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