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경찰 내부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왼쪽)과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21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보석 석방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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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작성된 정보보고서를 참사 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위급 경찰관에게 검찰이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18일 서울서부지법 제11형사부(배성중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의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 박성민의 삭제 지시로부터 시작됐다”며 “삭제 지시 과정에서 명시적으로 수사와 감찰 대비를 언급했고 수차례에 거쳐 피고인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에게 삭제를 지시해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검찰은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에 대해서도 징역 3년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김 전 과장에 대해 “용산서 정보과를 총괄하면서 소속 정보관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범행을 적극적 교사했다”며 “부하 정보관들에게 책임을 돌리며 입건되지 않은 정보관도 입건해 처벌하면 안 되냐는 식으로 얘기했다. 책임을 하급자에게 돌리는 것은 불리한 양형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용산서 정보관들이 작성한 총 4건의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 및 공용전자기록등손상교사)로 구속기소됐다. 박 전 부장은 지난해 11월1일 서울청 산하 일선서 정보과장들에게 ‘언론이 경찰 문제를 취재하고 있으니 불필요한 파일이 남지 않도록 관리하라’는 취지로 총 4회에 걸쳐 정보보고서를 삭제할 것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부장은 4건의 보고서가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불필요해 삭제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보고서들이 경찰의 미비한 대응으로 발생한 참사의 사전 위험성을 경고하고 경찰 관계자들의 형사사건 증거에 해당하기 때문에 폐기돼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박 전 부장은 최후변론에서 “보고서를 특정해 삭제하라고 한 적이 없었고 특별감찰팀에서 자료제출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며 “알지 못하거나 지시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 처벌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김 전 과장은 “보고서 삭제 지시는 서울청 정보부장의 지시를 받고 한 것을 인정했다”면서도 “묵살하고 회유했다는 프레임에 대해선 소명하고 싶다”고 했다.
검찰은 용산서 정보관 곽모 경위에 대해선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곽 경위는 김 과장의 지시를 받아 ‘이태원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재판에서는 유가족이 발언 기회를 얻어 재판부에 엄벌을 요청하기도 했다. 참사 희생자 임종원군의 아버지 임익철씨는 재판 말미에 유가족 협의회를 대표해 “이들의 처벌이 이뤄지지 않으면 유가족은 더 이상 경찰을 신뢰할 수 없다”며 “독립적 조사기구를 통한 진상규명 작업을 시작도 못 했는데 경찰의 정보보고서 삭제 지시 행위가 용인된다면 다른 국가기관들도 정보 은폐행위를 자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선고공판은 내년 2월14일 열린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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