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사무총장 "재정난에 구호사업 내실화 추세"
굿네이버스 제네바 사무소 대표 "인도 지원·개발 동시 사업 가속화"
조대식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사무총장과 성하은 굿네이버스 제네바사무소 대표 |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지금 다른 나라들은 구호 예산을 줄이는데 한국은 어떻게 대폭 늘릴 수 있느냐는 이야기를 유독 많이 들었습니다. 다들 경이롭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지난 13일부터 열린 '2023 글로벌 난민 포럼'에 참가한 조대식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사무총장이 세계 각국의 당국자와 유엔·국제 구호단체 인사 등에게서 들었다는 이야기다.
조 사무총장은 15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포럼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의 내년도 공적개발원조(ODA) 증액 소식에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이례적인 흐름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통 외교관료로 주(駐)리비아 대사, 외교부 기획조정실장, 주캐나다 대사 등을 역임한 조 사무총장은 국내에서 국제 구호 개발 및 인도적 지원 사업을 벌이는 비정부기구(NGO) 140여개의 연합체인 KCOC를 이끌고 있다. KCOC는 현재 100여 개국에서 연간 약 7천억원 규모의 사업을 벌인다.
한국은 내년 ODA 예산으로 올해보다 40% 넘게 증가한 6조5천억원을 책정했다.
유엔마저 목표액에 훨씬 모자라는 모금 실적 때문에 내년 구호사업 예산 규모를 줄이는 등 국제 구호사업이 자금난에 처한 상황에서 한국의 ODA 대폭 증액 소식은 신선하고 반가운 소식으로 국제사회가 받아들인다고 조 사무총장은 전했다.
조 사무총장은 국제 구호사업이 재정 문제를 맞닥뜨리자 이번 난민 포럼에서 내실화를 꾀하는 분위기를 느꼈다고 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각종 자연재해와 내전이 야기한 기근 등 3가지 위험 요소가 짧은 기간에 세계 곳곳의 인도적 위기를 키운 특별한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고 조 사무총장은 설명했다.
그는 "직전 포럼이 열렸던 4년 전보다 국제사회가 많이 고민한 점이 보였다"며 "재해와 분쟁 등 위기는 급증했는데 대응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실적 목표를 설정하고 사업별 소요 기간을 분명히 정하는 식으로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KCOC는 이런 국제적 흐름을 파악해 국내 구호단체들이 특정 이슈에 흔들리지 않고 실효적 성과를 거두는 사업을 벌이도록 조언할 예정이다.
조 사무총장은 "12년 전 리비아 내전 당시 현지 난민들의 인도주의적 문제를 지켜봤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먼 나라, 특정 지역의 이야기처럼 여긴 일들이 지금은 우리가 속한 사회와 관련을 맺으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난민·이주민 문제와 구호·개발 사업에 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정부의 ODA와 구호단체의 사업을 몇몇 어려운 외국인을 시혜적으로 돕는 활동으로 볼 게 아니라 한국의 위상에 걸맞은 규모를 갖춰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는 동시에 이주민 유입 등 현실 문제까지 함께 풀어내는 사업으로 보자는 취지다.
조대식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사무총장과 성하은 굿네이버스 제네바사무소 대표 |
조 사무총장과 함께 인터뷰에 응한 성하은 굿네이버스 제네바 국제협력사무소 대표도 공감했다.
그는 "인구절벽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이주민 문제가 사회 현실과 연결된 것을 체감해야 하고 책임감 있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대표는 일회적 원조가 아니라 특정 지역에서 이주민이 동참하는 사회경제적 사업을 벌이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사업을 한국형 모델 사례로 제시했다. 이런 사업으로 난민이나 이주민을 바라보는 토착민의 반감을 해소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평화가 정착하면 인도적 수요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탄자니아 서북부와 니제르 등지에서 국내 구호단체들이 외교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인도적 지원-개발-평화 연계(HDP 넥서스)' 사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성 대표는 "이번 글로벌 난민 포럼에서도 특정 분쟁 지역이 국제적 이목을 끌면 '냄비 근성'이 나타나 각국의 원조가 쏠리고, 장시간의 구호 사업이 필요하지만 잊힌 국가들의 인도적 위기는 심화하는 문제가 현안으로 논의됐다"고 전했다.
그는 "난민이 실질적으로 자신들의 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해치지 않게 하는 방안이 포럼에서 다뤄졌다"면서 "니제르와 탄자니아 등 위기를 겪지만 관심을 못 끄는 지역민을 이런 방식으로 도울 방안을 우리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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