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도 내년 예산 감축·일자리 2천명 감원 진행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 |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올해 잇따른 대규모 자연재해와 무력 분쟁 속에 인도적 지원이 절실한 지역이 늘었지만, 국제 구호사업을 주도해온 유엔난민기구(UNHCR)는 역설적으로 감원과 사업축소가 불가피한 실정이 됐다.
필리포 그란디 UNHCR 최고대표는 1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023 글로벌 난민포럼'에서 "올해 4억 달러(5천172억여원)가량의 재정 적자에 직면할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란디 최고대표는 "인도적 활동을 벌이는 많은 단체가 자금 조달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UNHCR 역시 최소한의 자원만으로 연말까지 계획된 사업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그렇더라도 4억 달러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정 적자는 수년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일이며 내년 상황 역시 큰 우려를 갖고 바라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란디 최고대표는 행사장에서 취재진에게 "전 세계에 있는 UNHCR 직원 2만명 가운데 900명 정도는 감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UNHCR이 감원과 사업 축소가 불가피해진 것은 각국의 기부 실적이 기대에 훨씬 못 미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유엔은 올해 구호사업 예산으로 567억 달러(74조7천억여원)를 잡았지만, 목표액의 35%에 그치는 모금 실적을 내는 데 그쳤다.
여기에는 올해 기후변화가 불러온 홍수·가뭄 피해 지역이 확산하고 튀르키예·시리아와 모로코 등 대규모 지진에 신음한 국가가 속출하는 등 구호 사업 수요가 예상보다도 많이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발발 2년째인 우크라이나 전쟁,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 등 국제 분쟁의 여파로 인도주의적 위기는 더욱 커졌다.
이처럼 돌발적 위기를 맞은 지역으로 세계 각국의 인도적 지원금이 긴급하게 흘러가다 보니 장기간 지속할 구호사업까지 벌여야 하는 유엔의 기부 요청에 만족스럽게 부응한 국가들도 현저하게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적십자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13% 줄이고 2천명 가까운 일자리를 줄인다고 발표한 바 있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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