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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인구 가운데 절반이 선거를 치르는 2024년, 첫 테이프는 대만에서 끊는다. 다음달 13일 실시되는 대만 총통선거를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이 때문이다.
대만 인터넷 매체 '미려도전자보'가 20세 이상 성인 1201명을 대상으로 12월 6~8일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 지지율은 37.8%, 국민당의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는 32.6%, 민중당의 커원저 총통·우신잉 부총통 후보는 17.3%를 각각 기록했다. 직전 여론조사 때보다 민진당은 2.7%포인트 하락하고 국민당과 민중당은 각각 1.8%포인트, 1.0%포인트 오른 결과다.
선거를 불과 한 달 남긴 시점에서 지지율이 급등락하는 것은 라이 민진당 총통 후보의 고향집 불법 건축 논란과 허우 국민당 총통 후보의 청년주택 정책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대만의 엘리트 우버 청(28)은 "대만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주택을 살 수 있는 경제적 환경과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총통선거는 미·중 간 대리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정학적 갈등에 대만 내부의 세대 간 정치·경제·문화적 격차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대만 청년 유권자들이 캐스팅보트를 쥘 것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4년 전인 2020년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2030 유권자의 투표율은 70%에 그쳤다. 전 세대의 투표율이 75%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젊은 층이 다소 부진했다. 하지만 2023년 현재 대만의 투표 가능 연령인 20세부터 34세까지 젊은 층이 전체 유권자의 20%를 차지한다. 현재 집권 민진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이 다음달 투표장에 얼마나 나타나는지에 따라 막판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대만 젊은이의 표심을 가르는 이슈는 무엇일까. 2020년 총선으로 돌아가보자.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2019년 홍콩에서 터진 민주화 시위는 대만 젊은이에게 '안보'라는 큰 화두를 던져줬다.
대만 젊은이들은 중국이 대만을 향해 강압적 표현이나 군사 행동을 하는 것을 겪으면서 중국이 '위협 세력'으로 다가왔고, 홍콩에서 많은 젊은이가 무력 도발에 희생되는 것을 보며 느낀 바가 컸다.
이 때문에 2030 유권자는 중국의 대만 침략 가능성과 이에 따른 미국의 대만 보호에 관심이 커졌고, 대만의 독립을 앞세웠던 차이잉원 민진당 정부에 표를 던져줬다. 기성세대가 중국과의 화해·교류를 선호한다면 젊은 층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여전하다. 대만에서 나고 자라 대만 회사에서 근무 중인 노라 천(27)은 "대만은 중국과 체제 및 문화가 다르지만 서로 존중하며 위협을 주지 않아야 하기에 대만의 주권은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대만 젊은 층의 표심은 경제문제에 더 크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선 토론회에서 주지하다시피 대만 젊은이에게 가장 큰 경제적 압박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이며, 안정적 고용과 수입은 이들의 생활과 직결된다. 대만 집값을 나타내는 신이 부동산지수(중위가격 기준)는 올해 3분기 149.82까지 치솟아 2020년 1분기 108.03에 비해 38.6% 급등했다.
지난 10월 청년 실업률도 11%를 넘어섰는데 이는 전체 실업률(3.41%)을 3배가량 웃도는 수치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물가지수도 11월 2.9%를 기록하면서 2020년 1월(1.86%)보다 크게 높아졌다. 한마디로 청년 입장에서는 일자리를 구하기조차 쉽지 않은데, 물가도 비싸고 집값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른 것이다.
민중당의 커 총통 후보가 급부상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젊은 층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2030 유권자는 반중 민진당과 친중 국민당이 지정학적 대립에서 정치를 하고 있지만 막상 자신들의 경제문제조차 해결해주지 못한다며 이들에 등을 돌린 것이다.
외과의사이자 전 타이베이 시장인 커 후보는 정치 진출 초기 민진당을 지지했으나 2019년 기득권층의 대안으로 신당 민중당을 창당했다. 응급실에서 갈고닦은 속전속결 방식으로 주택과 경제문제를 위한 실질적 해결책을 내놨고, 얼어붙은 양안 관계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젊은 층에서 큰 지지를 얻어냈다.
부모가 대만의 중국 기업에서 일한다는 아린 천(26)은 "대만의 민주화와 주권에 젊은이들이 더 관심을 두고 있지만 경제문제 해결과 문화·사회 보호는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를 한 달 앞두고 대만 기성 정치인들이 청년 유권자들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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