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제재 동시에 극단주의 유대인 제재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11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외교장관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발언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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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팔레스타인 주거지를 불법으로 차지하고 있는 극단주의적 성향의 유대인 정착민에게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11일(현지시각) 유럽연합 외교장관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대상으로 제재를 내리는 동시에 “요르단강 서안 지구의 극단주의 (이스라엘) 정착민에게도 제재를 부과하는 안을 논의하고 회원국에 (제재안 채택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외교장관회의에서 각국 외교수장들은 지난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촉발된 전쟁에 대한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이날 보렐 대표는 이스라엘 정부가 최근 팔레스타인 주거지인 동예루살렘에 약 1700채에 달하는 주택을 세우기로 한 정착촌 확대 계획을 지적하면서 “우리는 이를 국제법상 불법으로 간주한다”라고 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성명도 준비 중이다. 국제적인 관심이 하마스의 공격, 그에 뒤따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서안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향한 폭력이 늘어나는 상황에 우려를 표한 것이다.
보렐 대표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외교장관들이 주장하는 하마스에 대한 특별 제재 프로그램을 회원국에 제안할 것이라면서 동시에 유럽연합이 폭력을 휘두르는 극단주의 정착민에 대해서도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이 취하려는 조처는 지난 5일 미 국무부가 극단주의 유대인 정착민에게 부과하기로 한 비자 발급 금지 제재와 맞닿아 있다.
10월 초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뒤 유대인 정착민이 서안 지구 남부의 팔레스타인 마을을 파괴하고 농부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올리브를 훔치는 등의 공격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스라엘 당국 역시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공격 행위를 막지 않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유엔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이스라엘 정착민의 공격은 이번 전쟁이 시작된 뒤 배로 늘었다.
유럽연합이 이런 폭력 행위에 가담한 정착민의 명단을 작성하고 난 뒤 보렐 대표는 이들을 인권 침해 혐의로 제재하자고 제안할 예정이다. 유럽연합 국가 여행 금지 조처 및 역내 자산 동결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프랑스, 벨기에 등 일부 국가는 이미 자체적으로 비슷한 취지의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다만 해당 조처가 효과적이려면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운 솅겐 조약 적용 지역 전체에서 해당 제재가 도입돼야 한다.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등 이스라엘과 굳건한 동맹 관계에 있는 국가들 때문에 이런 제재안이 모든 회원국의 지지를 얻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대인 정착촌은 수십 년 간 계속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가장 논쟁적 사안이다. 이들 정착촌은 이스라엘이 1967년 중동 전쟁에서 승리해 서안 지구와 동예루살렘, 가자 지구 등을 점령한 뒤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지역은 이스라엘이 점령 중이지만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영토다. 점령지 내 정착촌 확대는 국제법상 불법이지만 이스라엘은 꾸준히 이를 확대해왔다. 2016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런 정착촌이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스라엘에 정착촌 건설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당국은 최근까지도 계속 정착촌을 늘려가고 있다. 서안 지구 안 유대인 정착촌은 200개 이상, 정착민은 60만명에 달한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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