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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단독]위안부 연구도, 다큐도 "안 돼"…尹정부 '조총련' 접촉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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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통일부, 최근 '조총련', '조선학교' 등 접촉신고 모조리 '거부'
'위안부' 최초 폭로는 1975년 일본서 배봉기 할머니…조총련 도움 받아
'위안부' 연구 위한 신고에 '간접접촉만'…내용 확인차 접촉신고는 '거부'
오랫동안 찍은 다큐, 국감서 거론되자 "조총련·조선학교 누구 만났나"
조총련 '반국가단체'는 일단 사실…그런데 '한국 국적' 점점 많아져
감독들 "기본적으로 재외동포 역사·차별 문제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일본 내 우리 정부 지원하는 '한국학교' 4곳뿐, '조선학교' 60여곳
3년 전 "조선학교 지원 위법 아니다", 올해는 지원단체 '경위서 요구'
통일부 "조총련 관계자 구분 어려운 상황 등 내용 제출하면 확인해 판단"
'한국 국적 조총련 관계자 만나도 접촉신고해야 하나' 묻자 "아니다"
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는 다큐멘터리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제작자 조은성 감독, 시민단체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 김명준 사무총장, 지구촌동포연대 최상구 사무국장.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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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장관 취임 뒤 통일부가 최근 일본군 '위안부' 문제 그리고 조선학교 등에 대한 연구자와 시민단체들이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조총련) 등에 대해 신청한 사전접촉신고를 광범위하게 수리 거부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게다가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뿐 아니라 과거 보수정부 시절까지 포함해 진행된 다큐멘터리 영화 촬영, 3년 전에는 "실정법 위반이 아니다"고 해석했던 조선학교 지원에 대한 '경위서 제출'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통일부가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접촉 신고를 거부할 수 있지만, 학술 목적 연구와 과거사 문제 해결에 대한 연대 목적에서의 접촉까지 모두 거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안부' 연구 위한 조총련 관계자 접촉이 "남북교류·협력, 국가안보, 질서유지, 공공복리 해칠 우려"?

국내에서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에 대한 첫 폭로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1991년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에 의해 이뤄졌다. 그러나 시야를 일본으로 넓혀 보면 달라진다. 이보다 16년 전인 1975년에 배봉기 할머니가 처음으로 폭로했기 때문이다.

배 할머니는 조총련의 도움을 받아 일본 언론에 해당 사실을 폭로했고 16년이 지난 뒤 김학순 할머니의 폭로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1990년 37개 여성단체의 결의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출범했으며 정대협은 2016년 설립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과 2018년에 통합해 현재의 '정의기억연대'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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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입수한, 일본군 '위안부' 연구자 우준하씨에게 통일부가 보낸 사전접촉신고 수리 거부 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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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창립된 전국 대학생 연합동아리 '평화나비' 출신의 연구자 우준하씨는 지난 8월 통일부에 낸 북한주민접촉 사전신고를 거부당했다. 지난 6월 배봉기 할머니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 조총련의 인권협회 관계자를 만나고자 했는데, 직접접촉은 거부되고 간접접촉(이메일, SNS 등)만 허용됐다. 이후 해당 인터뷰 내용이 정확한지 확인하기 위해 8월에 한 번 더 직·간접 접촉을 신청했는데, 모두 거부당했다고 한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해당 공문을 보면 통일부는 그 근거로 "현 남북관계 상황"과 함께 "남북교류협력법 9조의2 3항"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실제 남북교류협력법 9조2 3항은 "접촉에 관한 신고를 받은 때에는 남북교류·협력을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 신고의 수리(受理)를 거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법률 조항대로라면 신고 수리 거부가 오히려 예외적인 상황이고 신고 수리가 일반적인 상황이라는 점을 시사하는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회문화 교육, 학술 연구 목적 인터뷰 진행'이 "남북교류·협력을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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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입수한, 정의기억연대에 통일부가 보낸 사전접촉신고 수리 거부 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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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씨뿐이 아니다.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는 올해 7-8월 북한의 '조선일본군성노예및강제련행피해자문제대책위원회'를 대상으로 신청한 간접접촉(인터넷 서신) 신고 수리를 통일부로부터 거부당했다.

정의연 측은 "1991년 남북이 유엔에 동시가입하고 나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그들과 연대해 왔고, 우리 할머니들이 방북(2002년)하거나 북한 할머니들이 방남(2004년)하기도 했다"며 "통상적으로 함께 해왔던 연대이고, 이념적인 문제가 전혀 아니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1절이 있는 3월과 피해자 기림의 날(8월 14일) 그리고 광복절이 있는 8월에는 통상적으로 연대사를 요청받았고, 이를 보내 왔다"며 "북측과 항상 교류를 하기에 6개월 단위로 미리 사전신고를 하고, 그 기간 동안 자유롭게 이메일을 주고받은 뒤 결과를 통일부에 사후신고하는 식으로 진행했는데 이번 정권에서 사전신고 연장은 물론 개별 사안에 대한 신고 모두 거부됐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CBS노컷뉴스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신고 수리는 '접촉의 성질 및 목적, 당시의 남북관계 상황 및 국내외 정치 경제 사정의 변동, 관계기관의 의견 등 제반 정황을 고려해 정책적으로 행해지는 것으로 통일부장관의 재량행위'라는 판례가 있다"며 "북한의 연이은 도발 등 엄중한 남북관계 상황, 우리 인원의 방북 공개 거부 등을 고려해 국민 안전과 재산권 보호, 이산가족 문제 등 필수적인 사안 중심으로 접촉을 관리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연구와 함께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 차원에서의 연대사 발송까지 정부 차원에서 엄격하게 금지해야 하는 일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수년 전 일까지 '경위서 제출 요구'…정작 3년 전엔 "조선학교 지원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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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선사람입니다', '차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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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는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간 뒤 1945년 광복 뒤에도 귀국하지 않은 이들에게 일본 정부가 일괄적으로 부여한 분류인 조선적(朝鮮籍)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들이 세운 단체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북한을 지지하는 조총련이다.

이들은 국제법상으론 무국적자에 해당한다. 본인이 원한다면 한국 또는 일본 등 국적을 취득할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이를 거부하고 있다. 다만 80년 가까이 되는 시간이 흐르면서 조총련계 상당수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 내를 모두 통틀어도 조선적은 3만명 정도만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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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입수한, 김지운 감독에게 통일부가 보낸 경위서 요구 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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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봉한 영화 '차별'은 2010년부터 실시된 고교 무상화 정책에서 제외된 조선학교들의 손해배상소송 청구 일대기를 다뤘다. 김지운 감독은 3월 27일 경남KBS '이슈대담'에 출연해 영화 내용에 대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10월 국정감사 이후로 광범위한 '경위서 제출 요구'가 시작됐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당시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영진위는 지난 2021년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개봉 지원에 국비 4천만원, 2022년 '차별' 지원에는 3200만원을 썼다.

배 의원은 10월 17일 국감에서 박기흥 영화진흥위원장에게 '나는 조선사람입니다'와 관련해 "재일조선인 북송 문제 등을 북한의 입장에서 미화하는 내용이 담긴 영화"라며 영진위가 이를 지원한 사실을 지적했다. 또 "영화를 촬영 제작할 때 북한 주민으로 의제되는 분들과 접촉을 할 때에는 창작자들도 신고를 해야 하는데 두 영화('차별', '나는 조선사람입니다')의 제작 중에 신고된 사항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과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제작자 조은성 감독은 지난주 취재진과 만나 두 사람 모두 영화 촬영 과정에서 조총련과 조선학교 관계자 가운데 누구를 접촉했는지 경위서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물론 현행 남북교류협력법 30조가 해당 법을 적용할 때 "북한의 노선에 따라 활동하는 국외단체의 구성원은 북한의 주민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조총련이 '북한의 노선을 따르는 국외단체'일 뿐만 아니라 대법원 판결에 의해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로 지정된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적 측면을 감안해야 한다. 우리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일본 내 한국학교는 4곳뿐이다. 반면 조선학교는 60여곳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재일교포 자손들이 우리말과 글을 배우려면 조선학교를 다니는 일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일본에서 조선학교를 다닌 유명인으로는 걸그룹 '레이디스 코드'의 멤버 고 권리세씨 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실이 올해 9월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아도 통일부는 '북한주민 접촉 신고 대상 범위의 구체적인 해석'에 대해 "교류협력법상 북한의 노선을 따라 활동하는 국외단체의 구성원을 북한주민으로 의제하고 있으며, 조총련이 이에 해당하는 단체"라면서도 "개별 사안의 접촉신고 해당여부는 접촉 목적, 경위, 방법과 당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몇 년에 걸친 촬영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이 조총련 관계자인지 아닌지 파악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조 감독은 "우리가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만나는 사람마다 '조총련계입니까?'라고 물어보진 않는다"며 "기본적으로 재외동포의 역사에 대해서 다큐를 만드는 것이고, 조선학교를 다닌다고 해서 꼭 조총련계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별'은 2017년부터 촬영을 시작했고, 중간중간 SNS에도 올렸다. 당연히 북한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를 찬양하거나 하지도 않았다"며 "차별이 정당한지 아닌지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북한을 지지하는 성향이 있긴 하지만, 우리 말과 글을 지키는 조선학교 구성원의 70% 정도는 한국 국적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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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입수한, 시민단체 '몽당연필' 측에 통일부가 보낸 경위서 요구 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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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 역시 최근 통일부에서 "조총련 관계자와 접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경위서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명준 사무총장은 "그렇지 않아도 올해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 조선학교 지원을 위해 일본에서 열어 왔던 '소풍' 콘서트에 포함되던 조선학교 방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를 공지했는데 통일부에서 '조선학교에 가시지 않느냐'는 전화가 와서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부에서 출발 이틀 전 다시 전화가 와서 "'2019년에 조총련과 청년 교류를 하지 않았냐'며 경위서 작성을 요구했다"며 "담당 과장과 승강이를 했는데,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때문에 아예 가지 못해서 교류 자체를 못 했다고 하니 조선학교에 돈을 지원했는지를 물었다. 건수가 많다고 했더니 간접접촉에 해당된다며, '건건이 다 쓸 필요는 없으니 뭐라도 하나 써 달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정작 통일부는 지난 2020년 김홍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재일조선학교 지원이 실정법에 저촉되는지'를 묻자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한 바 있다. 3년 사이 해석이 바뀐 셈이다.

통일부는 "통상 의견 제출을 요청할 경우 시기·장소 등을 특정해 요구하지만, 장기간 미신고 접촉을 지속한 상황에서는 시기·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며 "대상자 의견 제출은 관련 사실관계 등을 해명하고 대상자에게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절차이다. 조총련 관계자를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 등의 내용을 제출하면 정부는 관련 사실관계 등을 확인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상이 북한과 가깝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한국인이 해외에서 한국 국적자를 만날 때 접촉신고가 필요하다면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선 "교류협력법은 남한 주민과 북한 주민간 교류협력에 대한 규정으로, 조총련 구성원이더라도 한국 국적인 경우에는 접촉신고 대상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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