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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사설]깜깜이 선거구, 춤추는 선거법...이러고 선거 치를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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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현행 전국 253개 지역구를 기준으로 내년 4·10 총선에 출마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하지만 선거제와 선거구 획정 등 기본적인 ‘게임의 룰’은 여야의 당리당략에 얽혀 언제 확정될지 기약 없는 상태다. 자체적으로는 총선 기획단을 출범시키는 등 본격적인 총선 국면에 돌입한 여야 정치권이 정작 기본적인 선거규칙은 방치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면서 예비후보자들은 당장 자신들이 뛰어야 할 운동장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깜깜이’ 선거운동에 나서야 할 판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구는 선거 1년 전까지 획정돼야 하지만 여야는 법정기한 8개월이 지나도록 방치해 놓은 상태였다. 그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초안 성격의 획정안을 5일 국회에 보고하자 뒤늦게 논의를 시작했다. 획정안에 따르면 합구와 분구, 지역구 조정 등으로 32개 지역의 선거구가 변경되는데 결과적으로 서울·전북에서 각 1석이 줄고 인천·경기에서 각 1석이 늘게 된다. 민주당이 불리하다고 판단했는지 반대하고 있어 협상엔 난항이 예상된다.

사실 선거구 늑장 획정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19대 총선은 선거일 44일 전, 20·21대 총선은 각각 42일 전, 39일 전에 결정됐다. 이번에도 밀실 협상을 통해 선거구를 찢어 붙이는 게리맨더링이 벌어지면서 선거 임박해야 최종안이 나올 것 같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현역 의원들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어 선거판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다. 여야의 ‘벼락치기’ 선거구 획정 관행이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를 위한 ‘짬짜미’의 결과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정한 선거를 위해 국회는 하루빨리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해야 한다.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과 위성정당 방지법 도입 등을 둘러싸고 교착상태에 빠진 선거법 협상도 서둘러야 한다. 이대로 선거가 치러지면 지난 총선처럼 비례의석만을 노려 총선 때만 생겼다 사라지는 ‘떴다당’이 난립할 수 있다. 사표를 축소하고 득표의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늑장 선거구 획정과 정치적 셈법에 따른 엉터리 선거제 개편은 유권자의 참정권을 침해하고 민주주의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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