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3선·부산 사상) 의원이 11일 페이스북에 “이제 잠시 멈추려 한다”며 22대 총선 불출마를 사실상 선언했다. 이어 장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 기자와의 문자메시지에서도 “불출마는 오래전부터 각오하고 있었다”며 “윤 정부의 성공만큼 절박한 게 어디 있나. 제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까지도 내놔야”라고 했다.
장 의원은 윤석열 정부 창업공신이자 올해 3·8 전당대회에선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로 김기현 대표 체제의 산파역을 했다. 그런 장 의원이 불출마를 사실상 선언하면서 여권의 총선 기류는 급변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도 12일 당 행사 참석을 취소해 조만간 거취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제원 의원은 이날 오후 8시20분쯤 페이스북에 선친인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묘소를 찾은 사진을 게재하며 불출마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눈물의 기도가 제가 여기까지 살아올 수 있는 힘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며 “보고 싶은 아버지! 이제 잠시 멈추려 합니다”라고 적었다. 111명의 국민의힘 현역 의원 가운데 불출마 의사를 밝힌 건 장 의원이 처음이다. 당에선 곧바로 장 의원이 친윤계 희생의 물꼬를 튼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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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일정 취소…당내 “공관위 출범 전후 거취 밝힐 가능성”
장제원 의원이 11일 페이스북에 선친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 묘소 참배 사진과 함께 “이제 잠시 멈추려 한다”는 글을 올렸다(아래 사진). [장 의원 페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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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 대해 “내 마음을 밝힐 때가 된 것 같아 글을 올렸다”고 했다.
장 의원은 앞서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출범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지난달 3일 당 지도부 및 친윤 핵심의 희생(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을 2호 안건으로 요구했을 당시만 해도 거세게 반발했다.
지난달 11일 버스 92대에 4200여 명의 지지자가 모인 가운데 지역구 외곽 조직 ‘여원산악회’ 창립 15주년 행사를 열고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장 의원 본인은 물론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와 중진 의원 누구 한 명 나서지 않는 가운데 인요한 혁신위가 지난 8일 빈손으로 조기 해산하면서 ‘희생 없는 여당’에 대한 비판이 당 안팎에서 거세졌다. 김 대표를 옹호하는 주류 친윤계 초선 의원들과 사퇴를 요구하는 비주류 의원 간 내홍도 연일 심해졌다.
장제원 의원이 11일 페이스북에 선친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 묘소 참배 사진(위 사진)과 함께 “이제 잠시 멈추려 한다”는 글을 올렸다. [장 의원 페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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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장 의원이 가장 먼저 사실상 불출마 카드를 던지며 여권에선 “혁신위가 요구한 주류 희생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당장 ‘김·장연대’로 당권을 잡은 김기현 대표의 불출마 선언도 임박했다는 것이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김 대표 측은 “험지 출마나 불출마와 같은 희생을 거부하겠다는 게 아니다. 정기국회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결단을 할 수는 없다”며 희생 결단은 타이밍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에 장 의원이 먼저 불출마 카드를 던지면서 김 대표도 다음 주로 예정된 공천관리위원회 출범에 앞서 결단할 가능성이 커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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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 대표가 12일 오후 윤재옥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들, 이만희 사무총장 등 지도부가 전원 참석하는 서울 구룡마을 연탄나눔 봉사활동에 참석하지 않기로 하면서 일각에선 “이르면 12일 불출마를 선언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나왔다. 지도부 관계자는 “불출마를 선언해도 공관위를 띄운 뒤 갈 것이라 예상했는데 예상보다 당 상황이 빠르게 돌아가는 것 같다”며 “장제원 의원이 방아쇠를 당긴 이상 김 대표도 함께 움직이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당내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도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네덜란드 순방 전에 김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불러 오찬을 함께했지 않느냐”며 “김 대표는 불출마 선언 뒤 공관위를 띄우고 자연스럽게 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두 사람과 함께한 오찬 자리에서 “혁신은 50% 성공했다”는 인 위원장의 표현을 거론하며 “당과 협력하면 혁신이 100% 완성되지 않겠냐”고 말했다고 여권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주류의 희생이 나머지 50%인 셈이다.
다만, 당분간 김 대표가 장고를 거듭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가 결단을 하더라도 당장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 측 인사도 “장 의원이 불출마 시사를 했다고 해서 김 대표가 맞춰서 불출마를 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친윤계 초선 의원 15명은 이날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김 대표를 두둔했다. 특히 초선 강민국 의원은 “소속 정당에 ‘좀비 정당’이라는 망언까지 해가며 당을 흔들려는 자가 ‘진짜 X맨’ 아니겠냐”고 썼다.
김 대표 사퇴를 요구한 서병수(5선)·하태경(3선) 의원을 직격한 것이다. 최춘식 의원은 “자살특공대는 불난 집에 부채질로 끊임없이 지도부를 흔든다”며 “따뜻한 온돌에서 혜택받은 중진들” 같은 표현도 썼다.
김다영·김기정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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