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을 반대하며 전 회원을 대상으로 찬성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한 11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건물 앞에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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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1일부터 7일간 총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갔지만 실제 단체 행동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의협은 투표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회원 과반이 찬성한다 해도 정부의 입장에 따라 당장 파업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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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의협 총파업 찬반투표
의협이 11~17일 진행하는 총파업 관련 설문조사. 사진 독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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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는 ‘일방적 의대 정원 증원 저지 총파업 관련 전 회원 대상 설문조사’를 이날부터 17일까지 전자투표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정부의 일방적 의대 증원 계획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총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 기조를 이어나갈 예정”이라는 문자메시지를 의협 회원들에게 발송하며 투표를 독려했다.
의협 안팎에서는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 여론이 압도적이어서 총파업이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0월 서울시의사회가 소속 의사 7972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6.8%(6125명)가 의대 증원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의협 총파업 투표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병원장 A씨는 “정부는 직역 이기주의라고 몰아세우지만, 일방적으로 증원을 추진하는 정부 태도를 문제 삼는 것”이라고 말했다.
찬반투표 가결이 곧 총파업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의협도 이 점을 분명히 했다. 김이연 의협 홍보이사는 “총파업 찬반 투표는 당장 파업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증원이 추진됐을 때 그다음 방향성을 보여주는 일종의 로드맵”이라고 말했다. 파업이 가결된다 해도 정부의 입장에 따라 실행할지 말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실제 파업은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적지 않다. 회원 다수가 의대 증원에는 반대하지만, 현 집행부가 이끄는 방식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최대집 전 의협 회장이 범대위 투쟁위원장으로 합류시킨 집행부에 대한 비판이다. 최 전 회장은 2020년 정부와 9·4 의정합의를 맺으면서 대한전공의협의회와 갈등을 빚었다. 대구의사회 등 일부 지역의사회는 최 전 회장의 합류에 공식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동네의원 의사 B씨는 "의대 증원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이지, 현 집행부가 이끄는 투쟁 방식에 찬성한다는 뜻은 아니다"며 "이런 상황을 집행부도 잘 안다. 냉정하게 말해서 파업할 의지는 있을지 몰라도, 결집시킬 능력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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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엄격 대응”…보건의료위기 ‘관심’ 발령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의대증원 반대 현수막이 붙어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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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총파업이 현실화될 시 원칙대로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전날(10일) 보건의료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비상대응반을 구성했다. 보건의료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라 의료서비스 공급에 차질이 예상될 경우 위기 경보를 관심→주의→경계→심각 단계로 올릴 수 있다. 총파업은 곧 집단 휴진(진료 거부)인데, 의료법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은 이 경우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명령 위반자는 행정처분(업무정지 15일)과 형사고발 대상이 된다.
의협이 총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하면서 13일 예정된 제21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선 양측이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현안협의체는 정부와 의협이 의료계 현안을 논의하는 대화 채널(의정 협의체)이다. 지난 11월 의협 측 협상단이 2기로 개편된 이후 의대 증원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오른 건 직전 회의인 지난 6일 제20차 회의가 처음이었다. 의협 관계자는 “당시 분위기가 고성이 오갈 정도로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의협 협상단 단장인 양동호 광주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1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총파업 찬반 투표와 별개로 의정 협상은 끝까지 이어진다”라면서도 “투표 결과를 놓고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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