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암스테르담 도착 다음 날인 12일부터 빌렘-알렉산더 국왕 부부가 주관하는 공식 환영식 및 왕궁 리셉션, 친교 오찬과 국빈만찬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네덜란드 ASML을 찾아 ‘클린룸(내부 생산시설)도 둘러볼 예정이다. ASML이 해외 정상에게 클린룸을 공개하는 건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그 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반도체 대화체 신설 등을 논의한다. 이번 순방엔 세계 메모리 반도체 1·2위 기업인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SK하이닉스 최태원 회장이 동행한다. 윤 대통령은 10일 공개된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ASML 방문은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 관계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는 양국 관계의 중심축”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을 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는 김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 이만희 사무총장 등 ‘당 4역’이 참석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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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네덜란드 관계의 전기를 마련할 순방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지만, 정가에선 “출국길에 오른 윤 대통령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아 보였다”는 말이 나왔다.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 뒤 지지율(30%대)정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여당 내에선 내홍이 터졌기 때문이다.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장관이나 대통령실 참모들을 겨냥해선 “양지만 찾아다닌다”는 비판도 분출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도 국정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해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부산 중구 국제시장 일원을 방문, 환호하는 부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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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지난 5일과 8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대통령실로 초청해 오찬을 했다. 5일엔 당 지도부와 함께했고, 8일엔 김 대표와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단둘만 불러 식사를 했다. ‘김기현 체제’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해석됐지만, 당내에선 여전히 ‘김기현 용퇴론’이 끊이질 않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의 거취는 당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김 대표가 정말 물러난다면, 실제 그 공백을 메울 대안이 있는지도 엄밀히 따져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실 내에선 당의 섣부른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이 오히려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기류가 강하다.
대통령실 참모들의 ‘양지 출마’ 비판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참모 누구라도 특혜 없이 지역에서 공정한 경선과 경쟁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처럼 대통령의 측근을 내리꽂는 전략 공천은 없을 것이란 점도 명확히 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선거 출마에 있어 개개인의 연고와 출신 학교가 고려될 수밖에 없다”며 “모든 참모가 양지를 나간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역인 의정부갑과 인천 연수을 출마를 준비 중인 전희경 전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과 김기흥 전 대통령실 부대변인 사례를 들었다. 김 전 부대변인은 중앙일보에 “인천은 민주당이 11:2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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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국정 운영 전환을 통해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단 말도 나왔다. 총선이 정권의 중간 심판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모든 문제가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야당에선 김건희 특검법으로 거센 압박을 하는데, 마땅한 대응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 내에선 “윤 대통령의 외부 일정이 지지자의 환호를 받는 장소 중심으로 짜여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달 대구 칠성시장과 지난주 부산 국제시장 방문이 대표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현장 방문에서 마주하는 민심과 실제 민심 사이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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