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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7 (화)

뇌졸중 이겨내고 13년간 봉사… 송파구, ‘1만 시간 봉사왕’ 4인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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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소나무금상' 수상자 4명이 상패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박순희, 신기선, 윤정섭, 홍수희씨. 이들은 올해로 1만 시간 이상 봉사활동 시간을 기록했다./송파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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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른바 ‘1만 시간의 법칙’ 이다. 하루 3시간씩 투자해도 10년이 걸리는 시간이다. 올해 서울 송파구에서는 1만 시간을 봉사 활동에 쏟은 ‘봉사 전문가’들이 탄생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구민회관에서 ‘자원봉사자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송파구와 송파구자원봉사센터는 자원봉사로 이웃 사랑을 실천해 온 구민 536명을 시상했다. 이중 1만 시간 이상 봉사 활동을 한 구민 4명은 최고상인 ‘소나무 금상’을 수상했다.

KBS 라디오 엔지니어 출신 신기선(71)씨는 올해까지 1만 3000시간의 봉사 활동을 했다. 신씨는 이날 수상자 중 봉사 시간이 가장 많다. 신씨는 33년간 KBS에서 일하다 정년퇴직을 앞둔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3년간 투병 생활을 했다. 신씨는 “병마와 싸우는 동안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살아있는 동안 하루라도 더 의미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퇴원하자마자 봉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투병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의료 현장에서 봉사를 해왔다. 강남 세브란스병원에서 휠체어를 탄 환자들의 이동을 돕고, 치매 어르신들의 가정을 방문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한다. 신씨는 “2010년부터 13년동안 거의 빠지지 않고 봉사활동을 하니 봉사가 곧 일상이 됐다”고 했다.

27년 동안 꾸준히 봉사를 실천한 구민도 있다. 중학교 교사 출신 박순희(70)씨는 1996년부터 봉사 활동에 참여해 올해 봉사 1만 시간을 달성했다. 박씨는 장애인 시설, 아동센터, 노인 복지관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봉사 해왔다고 한다. 특히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사회봉사 명령을 받은 ‘비행 청소년’들을 상담하고, 이들을 지도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많은 청소년들이 자원봉사가 왜 필요한지, 또 어떻게 실천하는지 잘 모른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그래서 박씨는 대학과 기관 등에서 자원봉사의 필요성과 방법을 가르치고 자원봉사 전문가를 양성하는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봉사자들은 지역의 ‘돌봄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날 수상자 중 한 명인 윤정섭(66)씨는 2004년 스님의 제안으로 봉사를 시작했다. 이후 윤씨는 윤씨는 자원봉사 캠프에서 주로 어르신을 돕는 일을 해왔다. 혼자 사는 어르신들을 위해 반찬을 만들어 배달하고, 우울증이 있는 어르신들과 자살 방지 미술 프로그램을 한 게 대표적이다. 최근 윤씨는 서울 송파구 방이1동에 사는 301명의 독거 노인에게 전화로 안부를 묻는 봉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윤씨는 “어디가 아픈지, 이사를 가는지, 식사는 했는지 등 어르신들의 소식을 가장 먼저 아는 게 봉사자들”이라며 “지역 복지의 손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주부였던 홍수희(52)씨는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2005년부터 학부모로서 봉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홍씨는 수년간 중1~고3 청소년들이 초등생과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교육 봉사를 하는 관내 청소년 봉사동아리 ‘어깨동무’를 지도하고 있다. 홍씨는 “한 중학생 봉사자가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치고 난 후 나중에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었는데, 실제로 어른이 돼서 선생님에 합격해 찾아온 적이 있다”며 “아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을 때 가장 뿌듯하고 기쁘다”고 했다.

봉사자들은 이날 수상 소감에 “담담하다”고 했다. 윤씨는 “상을 받으려고 봉사를 한 게 아니다보니, 오히려 할 수 있을 때 더 봉사를 많이 할 걸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세월이 지나 나이가 드니 이곳저곳이 성하지 않아 더 많이 봉사를 할 수 없는 게 아쉬운 마음”이라고 했다. 홍씨는 “확실히 저출산 때문에 아이들이 줄어들고, 학교에서 의무로 봉사 시간을 채워야 하는 제도가 사라지면서 자원봉사자가 많이 줄었다”며 “한 아이를 기르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더 많은 사람들이 이웃을 위한 나눔에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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