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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연말 고물가]소비자 외식 줄이고···빵집은 딸기케이크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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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고공행진에 연말 '침울'

10개 상품 가격 1년새 30% 올라

밤고구마 34%·생연어 44% '쑥'

원재료값에 인건비·월세도 상승

자영업 "팔아도 남는게 없어" 토로

손님 줄어든 오마카세는 가격 내려

호텔도 "모객하려면 손해 감수"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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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인 김 모(45) 씨는 장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학원비에 교통비, 대출 납입금 등이 모두 올라 살림살이가 팍팍한데 먹거리 장만 비용까지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다. 김 씨는 “그간 시간이 없어 e커머스에서 편하게 장을 봤는데 요즘에는 어떻게든 시간을 내 대형마트를 간다”며 “마트에서 ‘벌크’로 사면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서울경제신문이 10일 김 씨가 애용하던 A e커머스의 10개 상품 가격을 1년 전과 비교해본 결과 30.9%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에는 합산 금액이 10만 원에 못 미치는 8만 6397원이었지만 이달에는 11만 3072원으로 조사됐다. 딸기(500g)는 1만 1030원에서 1만 7900원으로 무려 62.3%가 올랐고 밤고구마도 33.7% 올랐다. 우유(10.4%), 단팥빵(18.8%), 오렌지주스(9.1%)는 물론 수입산인 노르웨이 생연어(200g)도 9900원에서 1만 4300원으로 44.4% 오르는 등 전방위 상승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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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가격 오름세는 소비자만 힘들게 하는 게 아니다. 이들 재료로 장사를 하는 영세 자영업자부터 대기업에까지 비용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딸기 케이크를 겨울 대표 상품으로 판매하는 동네 빵집들의 경우 소비자가 고개를 가로저을 정도로 가격을 높이거나 아예 조리·제작·판매 자체를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서대문의 한 빵집 점주는 “케이크 구매자의 ‘심리적 저항선’을 5만 원 정도로 보는데 딸기 등 원재료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라 어쩔 수 없이 엇비슷한 가격에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초·케이크 칼·성냥 등 재료비와 인건비, 월세·전기료·가스료 등 각종 고정비를 감안하면 그렇게 팔아도 별로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인근의 또 다른 빵집 점주는 “가격을 올려도 손님을 놓치고, 안 팔아도 손님을 놓치는 상황”이라며 “뭔가 헤어날 수 없는 덫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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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고소득 소비자를 상대하는 호텔 식음료업장도 마찬가지다. 서울 시내 주요 호텔들은 올해 딸기 뷔페 가격을 두 자릿수 인상했지만 남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 호텔 관계자는 “연말 ‘딸기 뷔페’를 운영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딸기 관련 프로모션은 수요가 많아 부가 매출을 위해 포기 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부로부터 직접 통제를 받다시피 하고 있는 식품 업계도 한숨이 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재료는 말할 것도 없고 운송비·인건비 등 오르지 않은 게 없는 상황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못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소비자와 판매자가 동시에 ‘고물가와 장기전’을 치르는 사이 시장 분위기는 점점 침울해지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고급 오마카세’를 판매하던 한 일식집은 최근 손님이 줄자 메뉴 가격을 내리는 결정을 했다. 경기도 고양의 한 쌈밥집 사장은 “지금을 수익을 내려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물가가 다시 내렸을 때 계속 찾아줄 고객을 잡아두기 위해 가게를 간신히 열고 있다”며 “그런데 연말인데도 점점 손님이 줄어드는 분위기”라고 걱정을 드러냈다.

‘장보기’나 ‘외식’은 줄인다지만 아예 소비자들이 돈쓰기를 ‘포기’하면서 직격탄을 받는 업종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스크린골프장은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 예약이 확 줄었다. 골프장 사장은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여 보려고 서비스 간식을 없앴는데, 그 때문에 손님이 줄었나 고민도 했다”며 “하지만 주변 다른 영업장의 사정도 비슷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멤버스가 이달 8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골프 시설 매출은 올 들어 10월 누적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승마(-37%), 스키(-24%), 수상레저(-21%), 사격(-4%) 등 관련 시설 매출도 떨어졌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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