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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4 (토)

고신용자도 연 20% 리볼빙 쓰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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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카드사 마케팅 활발
고신용 이용자 비중 10% 이상
당국, 카드사 리스크관리 주문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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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봉이 1억 원이 넘는 직장인 서민중(가명)씨는 신용점수가 900점을 넘는 고신용자다. 서 씨는 아파트를 사면서 받은 주택담보대출과 은행 마이너스 통장이 있다. 시중금리가 크게 뛰며 늘어난 이자를 월급만으로 감당할 수 없어 은행 마이너스통장으로 대출이자를 충당했다. 이후 서 씨는 추가 대출을 받으려 했지만 금융사로부터 1억 원 이상의 대출이 있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인해 추가 대출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는 카드값을 내려던 자금으로 대출 이자를 갚고 카드결제는 리볼빙으로 대신했다. 서 씨는 “당장 대출이자가 연체될 상황이라 이자가 비싸도 리볼빙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서 씨처럼 신용도가 높은 금융소비자들이 법정 최고금리(연 20%)에 가까운 리볼빙을 끌어쓰고 있다. 빚으로 빚을 돌려막는 다중채무자를 비롯한 취약계층은 물론 고신용자까지 리볼빙을 사용하면서 잔액이 역대 두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리볼빙 잔액은 7조4697억 원으로 집계됐다. 9월(7조5024억 원)에 비교해 소폭 감소했지만, 역대 두 번째로 높다.

리볼빙이란 신용카드의 결제금액 중 일부만 먼저 내고 나머지는 나중에 갚을 수 있는 서비스다. 당장 자금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취약차주들이 높은 이자율을 감내하며 이용한다.

최근 들어 고신용자의 리볼빙 사용도 늘고 있다. 올해 신용점수 900점 이상의 고신용자 비중이 10%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DSR 규제로 대출 한도가 줄어든 탓에 추가 대출을 받기 위해 리볼빙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와 물가가 상승한 영향도 있다. 생활자금으로 쓰이는 카드 결제액은 물가가 오르면 더 늘게 되는데 이를 갚지 못해 리볼빙을 이용하는 비중이 커진 것이다.

카드사의 과도한 광고도 문제다. 소비자들이 리볼빙의 의미도 모른 채 카드사의 마케팅에 현혹돼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실제 카드사 모바일 앱에는 리볼빙 가입을 유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소결제’, ‘일부 결제’ 등 혜택이 있는 상품처럼 포장해 서비스 가입을 권유하는 것이다. 전화로 리볼빙 서비스에 가입하면 커피 상품권을 제공하는 마케팅도 많다.

리볼빙은 연체를 막는 수단이지만 남용했을 경우 신용점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15~20% 정도의 리볼빙 수수료를 지불해야 해 결제 대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위험도 있다.

금융당국은 리스크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으로 카드사들을 상대로 리볼빙 관련 위험 관리 지도에 나설 예정이다. 리볼빙 잔액, 이용 회원 수, 연체율 등을 고려해 리볼빙 잔액이 많이 늘거나 연체율이 높은 카드사에 리스크 관리를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금리 마케팅을 통해 공격적으로 리볼빙을 권유하는 영업 행태를 자제하라는 메시지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리볼빙 이용 증가는 연체율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카드사의 재무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DSR 적용 차주 기준을 완화해 실수요자의 대출은 DSR 산정에서 배제하는 식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투데이/정상원 기자 (jsw@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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