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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1 (수)

"육각형 인간 찾는 사회, 정우성의 품격이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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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완벽한 '육각형 인간'이 트렌드?

패션계 '올드머니 룩' 유행과 비슷한 흐름

능력주의 팽배한 시대, 이젠 세습주의로

'성적 몇 등?' '집 몇 평?' 서열화의 욕망

외모·집안·학력이 평가 기준? 품위 없어

완벽에 대한 강박, 정신적인 괴로움으로

'노력해도 안된다'는 좌절감 담겨있기도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손희정 문화평론가, 김만권 정치철학자

◇ 채선아>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을 문화평론가와 정치철학자의 시각으로 풀어보는 시간입니다. 손희정 문화평론가, 김만권 정치철학자, 두 분 나오셨어요. 안녕하세요.

◆ 손희정, 김만권> 안녕하세요.

◇ 채선아> 오늘은 '육각형 인간' 얘기를 해보려고 하는데요.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 트렌드 용어이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도대체 육각형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다뤄보려고 하거든요. 적성 검사 같은 거 하면 마무리되는 부분에 육각형 틀이 있잖아요. 거기서 내가 뛰어난 부분이 있으면 그 각에 닿는 꼭짓점과 가깝게 나타나잖아요. 보통은 약간 찌그러진 육각형이에요. 그런데 외모, 집안, 성격, 모든 능력치가 완벽한 사람을 우리가 육각형 인간이라고 부르기로 한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예가 아이돌 중에 블랙핑크 제니거든요. 이 육각형 인간이라는 키워드를 처음에 딱 접하셨을 때 어떤 느낌이 드셨는지도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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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만권> 저는 사실 깜짝 놀랐는데요. 물을 이루는 다양한 구조 중에 육각형 고리 구조의 물이 가장 좋은 물이라는 이야기도 있거든요. 그래서 완벽함을 뜻하는 뭔가가 아닐까 하는 감이 조금 있긴 있었습니다. '완벽해야 된다는 사회적 강박이 트렌드가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제는 단순히 1등이 되는 게 아니라 1등이라도 100점이 아니면 별로 의미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손희정> 저는 보면서 집안, 외모 이런 것들이 있다 보니까 한편으로는 올해 패션 트렌드가 올드머니라서 육각형 인간이라고 하는 게 그냥 한국에서만 뚝 떨어진 어떤 유행이나 트렌드라기보다는 전 세계적으로 이런 걸 추구하는 흐름이 좀 있는가 보다. 올드머니라고 하는 게 말 그대로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돈 많은 사람들이 입는 패션에 대한 이야기인 거잖아요.

◇ 채선아> 재벌가 패션이죠.

◆ 손희정> 그런 부분과 더불어서 한편으로 육각형 인간의 핵심 중에 하나는 노력을 무시하는 어떤 태도인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집안이라든가 자산 이런 것들은 사실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한테 딱 와닿았던 건 최근에 몇 년간 한국 대중문화에서 '회귀물'이라는 게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어요. 회귀물은 예를 들어 내가 살다가 갑자기 80년대, 90년대로 돌아가는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돌아가면 지금 주가나 이런 걸 제가 다 알고 있잖아요. 완벽한 상태에서 다시 게임을 시작하는 거죠. 이런 육각형 인간에 대한 욕망이 회귀물의 유행과 만나고 있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 채선아> **님이 "이 중에 타고나는 게 너무 많네요. "이렇게 보내주셨어요. 말씀하신 대로 예전에는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어. 내가 이건 부족하지만 이건 잘해. 내가 이 강점을 살려서 할 수 있어" 이런 얘기를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태어나는 순간 결정되는 뭔가 타고난 배경까지 이제는 완벽해야 된다는 트렌드잖아요.

◆ 김만권> 이런 완벽한 인간에 대한 강박은 결국 성공에 대한 강박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성공에 대한 강박 자체가 지금 능력주의라는 것들과 맞물려 있고 아까 올드머니 룩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라고 했는데 사실 능력주의가 전 세계적인 트렌드예요. 그래서 이 트렌드와 서로 맞물려 들어가고 있고 능력주의는 원래 노력을 엄청나게 강조하는 요소를 갖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노력을 넘어서서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산, 타고나는 집안 배경 이런 게 들어오기 시작하잖아요.

왜냐하면 능력주의 사회가 2세대로 넘어갔어요. 2세대로 넘어가면 능력주의가 세습주의로 바뀌어요. 좋은 집안에서 자기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통해 그걸 만들어서 물려주는 트렌드들이 만들어지거든요. 사실은 그런 것들과 다 같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근본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성공한 아이들이 집안도 좋은 거죠. 집안도 좋고 타고나고 이런 것들이 어릴 때부터 좋은 환경 속에서 외모도 가꾸고 이러면서 겉으로 볼 때 '쟤는 흠이 뭐지? 도대체 쟤는 사람인가?'라고 느껴지는 유형의 인간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거죠. 이렇게 능력주의가 세습되면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 아닌가 싶어요.

◆ 손희정> 그래서 육각형 인간의 트렌드에서 중요하게 이야기가 되는 게 수치화, 서열화더라고요. 뭐든지 점수라든지 등수로 설명하려는 분위기가 있고 그래서 "내가 뭘 잘했어요"라고 얘기하면 바로 댓글에 "몇 등인데?" 이렇게 묻는다든지 아니면 "우리 동네 되게 좋아요"라고 얘기하면 SNS에 "그럼 평수가 몇 평인데? 너네 집 얼만데?"라고 묻는다든지. 이런 식으로 수치화, 서열화하려고 하는 욕망 같은 것들이 이 육각형 인간의 트렌드 안에 들어있다는 건데요.

저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니까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어느 시대 어디에나 있는 거고 이거를 없앨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가 또 계속 비교하고 평가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뭘 가지고 평가하는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고 그 사회의 품위를 보여준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얘기하는 외모, 집안, 직업, 성격, 학력, 자산이라고 하는 건 사실은 참 품위 없는 기준이란 생각이 좀 들기도 하고요. 방금 김만권 선생님이 얘기해 주신 것처럼 아주 정확하게 이 모든 것들이 한국 사회에서는 다 돈으로 결정되거든요. 그래서 한국 사회의 물질 만능주의라고 하는 게 지금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어떤 가치인 거냐는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 채선아> 그런 가치들이 SNS를 통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나와 비교 상대가 생기다 보니까 좌절을 하루하루 하면서 살아가는 사회가 되는 것 같거든요. 이렇게 완벽해야 한다고 한다면 그 속에서 좌절을 느끼는 나 같은 사람은 뭔가 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또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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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희정> 제일 큰 문제는 제가 서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정해지거나 확정된 객관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게 큰 문제인 것 같아요. 내 몸을 기대고 있는 바닥이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거나 흔들리거나 유동적인 거죠. 그럼 도대체 어디에 맞춰야 될지 모르고 그 기준이 분명하지 않으면 사실은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타격을 받기 때문에 우울증이나 불안증 같은 게 높아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SNS가 우리를 굉장히 불안하게 만들어서 요즘에 제가 SNS 다이어트해야 되나 이런 생각을 하는데 쉽지 않아서 고민도 좀 듭니다.

◆ 김만권> 기본적으로 저희가 완벽하다는 게 가장 좋게 여겨지지만 사실 인간은 완벽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인간은 어떤 완벽한 인간이 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노력해서 좀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거거든요. 그러면 더 나은 인간과 완벽한 인간의 가장 큰 차이는 뭐냐. 근본적으로 더 나은 인간은 내가 허점도 있고 잘못된 것도 있고 뭔가 메워나가야 할 게 많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다면 완벽한 인간이라는 건 이미 그걸 다 메운 사람이라는 뜻인 거죠.

그러면 거기서 엄청나게 큰 차이가 만들어져요. 더 나은 것을 꿈꾸는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자기를 향상해 나간다는 향상감이 있는 반면에 완벽한 걸 꿈꾸는 사람들은 강박에 휩싸이게 돼요. 그 강박이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 우리가 겉으로 볼 때는 멀쩡해 보이는 친구들이 사회로부터 공황장애를 느낀다거나 아니면 사회생활을 못 하고 스스로 사회적 고립을 택해요. 왜냐하면 자기가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는 거예요. 항상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자체가 정신적으로 상당히 괴롭히는 일들이 되거든요.

더 나아가서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가 저는 그 완벽에 대한 강박이 소비사회이기 때문에 나온다고 생각해요. 육각형 인간이라는 걸 2024년 트렌드로 정한 것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님 팀이거든요. 그러면 소비자학과에서 이걸 정했다는 거잖아요. 사실 인간을 하나의 상품으로 보면 육각형 인간으로 볼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상품은 흠이 있으면 안 돼요. 가치가 떨어지죠. 팔리지 않죠. 불량품이 돼버리거든요.

그래서 근본적으로 상품에 흠이 있으면 안 되고 상품은 언제나 완벽하고 더 나아가서 옛날에 노동 윤리 시대 때는 상품은 겉이 좀 그래도 튼튼하고 오래 가는 걸 생각했잖아요. 내구성이나 이런 걸 생각했는데 소비자 시대는 그것보다는 겉에 어떻게 포장되어 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거든요. 디자인들이 강조되죠. 그러니까 외모도 중요해지는 거예요. 하나의 사람을 상품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는 시선이 이 강박 안에 들어가 있는 거죠.

◇ 채선아> 그 강박 때문에 출산율도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완벽한 부모가 될 수 없다는 걱정이 들어서 못 낳는다는 생각하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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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희정> 그러니까요. 제가 아이를 키워보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하는 건 너무 이상하긴 한데요. 제가 박사 논문을 쓰고 졸업하고 난 다음에 후배들 중에 똑똑한 사람일수록 박사 논문을 못 쓰는 경우들을 봤어요. 그때 늘 한 이야기가 "거기가 너라는 걸 인정해야 네가 졸업이 가능하다" 박사 논문을 쓰다가 멈춰야 할 때 멈추고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사실 그걸 학습하는 게 박사 논문이라고 하는 자격증의 중요한 요소거든요. 너무 이상한 비유이긴 하지만 부모가 된다는 것도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한다는 것에서 만족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 김만권> 부모가 된다는 게 그런 감정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다는 감정이 있는데 그 감정이 완벽한 부모가 되고 싶은 감정으로 향하게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 채선아> 남들만큼은 해줘야지 싶죠.

◆ 손희정> 최근에 SNS에서 굉장히 화제가 됐던 짧은 동영상이 하나 생각 나더라고요. 배우 정우성 씨가 가수 성시경 씨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 술방을 하는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 고민 하나하나가 굉장히 품위 있고 깊이 있기 때문에 '형식보다 내용을 추구하는 몇 안 되는 우리 시대의 셀러브리티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는데요. 그 동영상에 대해서 많이 나온 코멘트가 뭐였냐면 사실 정우성 씨가 어렸을 때 굉장히 집이 어려워서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중퇴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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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성시경' 채널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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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희정> 그러니까 육각형 인간 식의 기준이라면 사실 정우성 씨는 품위나 존엄을 가지는 것이 굉장히 어색하다고 상상되는 사회지만, 학력이나 집안이나 이런 조건과 상관없이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이 그가 누군지를 보여준다는 코멘트가 굉장히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한편으로 육각형 인간에 대한 어떤 트렌드도 있지만 그게 만들어내는 부담에 저항하는 SNS 유저들의 마음도 있다는 점을 같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 김만권> 우리가 완벽에 대해 상상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을 향한 상상과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완벽한 인간은 없잖아요. 완벽하면 신이죠. 생각해 보면 우리가 신과 인간의 차이점을 뭐로 가르느냐 완전 무결성에서 가르는 거거든요. 인간은 결코 완전해질 수 없는 존재입니다. 늘 비어 있고 채워나가야 하고 아무리 채워도 비어 있고 아무리 채워도 우리는 완전해질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이거든요. 신은 그 존재 자체로 완전하다고 믿기 때문에 우리가 신이라고 여기는 거죠.

그런데 우리가 모든 기준을 정하고 이걸 채우는 사람들의 완벽한 인간들을 계속 추구해 나간다는 건 인간이 신이 되고자 하는 욕망과 사실은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을 향한 욕망 자체가 사회적 트렌드가 된다? 신이 되고자 하는 욕망은 저 같은 경우 저는 그냥 한심하다고 표현하는데요. 그런데 더 나아가서 이게 그냥 신이 아니라 상품 신인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좀 더 비통하다는 생각이 들죠.

◇ 채선아> 예전에는 이른바 개천용 신화 같은 게 있었어요. 스토리가 되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금수저가 대세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게 이 육각형 인간이라는 트렌드 외에도 다른 현상으로도 보이는 게 있을 것 같아요.

◆ 손희정> 저는 이거 보면서 딱 떠올랐던 게 2014년에 굉장히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중에 <왔다 장보리>라는 드라마가 있었어요. 흙수저 딸이 흙수저 어머니를 부정하고 금수저의 딸인 척하는 얘기였거든요. 그런데 드라마에 대한 칼럼 중에 어떤 내용이 있었냐면 "과거에는 사람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계급의 사다리로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계급 사다리에 올라갈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공부하고 또 하나는 결혼이었다. 그래서 가난한 애인을 배반하고 부잣집 애인을 만나는 것이 배반의 드라마의 주요 내용이었다면 2010년대 이후로는 흙수저 아이가 흙수저 어머니를 배반하고 금수저 부모를 찾아가는 게 새로운 계급 상승의 드라마다"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좀 생각 나더라고요.

◆ 김만권> 이게 정확하게 능력주의 사회에서 능력을 만들어서 물려주는 트렌드가 반영된 겁니다. 그래서 능력주의 사회가 세습 주의 사회로 변했다는 거죠. 능력주의 사회는 원래 신분사회를 타파해 나왔기 때문에 긍정적인 기능을 가졌지만 우리가 가족주의를 유지하는 한 능력주의도 세대가 넘어가면 다 세습 주의로 변해버립니다. 그리고 현재 나타나는 것들이 뭐냐면 그렇게 능력주의 사회에서 탁월했던 사람들의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잘 관리되어 크는 거예요. 또 끼리끼리 결혼하고 끼리끼리 뭘 만들면서 더 완벽해지는. 겉으로 볼 때 그런 방식으로 구성되고 있거든요.

◆ 손희정> 노력해서 신분 상승이 가능하다는 신화를 믿고 살았던 사람들, 베이비부머 같은 경우는 임영웅 씨 같은 사람을 좋아하고 이제는 그렇게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제니 씨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거죠. 금수저로 모든 게 타고난 어떤 육각형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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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선아> 세대별로 차이도 느껴지네요.

◆ 손희정> 그런데 저는 이 두 신화 다 거짓말이고 우리를 충분히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나를 정말로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나다움이라고 하는 뭔가를 찾을 수 있어야 하는데 문제는 한국 사회가 그런 조건을 전혀 못 만들어주고 있다 이런 부분인 것 같습니다.

◇ 채선아> 이 육각형 인간이란 트렌드가 생겨난 사회적 배경은 뭘까요?

◆ 손희정> 2010년대 초에는 한국 사회의 중요한 키워드 중에 하나가 노력이었어요. 노력하면 된다. 그리고 당시에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 나오고요. 그런데 그렇게 노력, 노력 이야기를 하다가 2015년쯤 되면서 헬조선이 키워드로 부상하거든요. 그러니까 어떻게 해도 이젠 안 된다. 기득권들이 너무 단단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죽창 들고 리셋하지 않으면 사실은 우리에게 기회가 없다는 청년 세대 당사자들의 담론이 사실 헬조선이었단 말이에요. 그 헬조선을 넘어가면서 우리가 결국은 육각형 인간까지 온 거 아닌가. 노력해도 어차피 안 되고 헬조선이라는 게 사실은 흙수저, 금수저랑 함께 나온 새로운 신분제 담론이기도 했거든요.

◇ 채선아> 육각형 인간은 어쩌면 좌절의 표현이네요.

◆ 김만권> 2024년 트렌드를 정했던 김난도 교수팀에서 육각형 인간을 언급하면서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흔들리는 사회를 살아야 하는 젊은이들이다."고 했는데 계층 이동이 안 된다는 뜻을 잘못 표현하신 것 같아요. 그런데 계층 이동 통계 같은 걸 들여다보면 2018년 한국 리서치에서 한국인의 공정성 인식 조사 보고서에서 "여러분은 계층 이동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20대의 80%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요. 20대의 80%가 더 이상 계층이동 있는 건 불가능한 세상이다. 노력해도 안 된다는 거죠. 전 사회적으로는 73%가 그렇게 대답하고 있고요. 그리고 우리 어르신들은 다 "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죠. 60대 이상에서도 66%가 "안 된다" 그래요.

문제는 뭐냐면 모든 사람이 성공을 꿈꿔요. 모든 사람이 성공에 대한 강박에 들어가 있죠. 그런데 실제로는 계층 이동은 일어나지 않고 있는 일들이 나타나는 거죠. 사실 이건 계층 이동이 일어날 수 없는 사회에서 좌절감의 표현이죠. 그리고 자조적인 방식으로 드러나는 건 계층 이동에 실패하고 소위 말해서 우리가 성공의 문화로 들어가지 못하면 성공한 사람들한테 무시당하는 사회가 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성공한 아이들이 "너희는 노력 안 하는 아이들이잖아. 밀려난 아이들이잖아. 그리고 너희들은 시작부터 집안도 별것들도 없고 가진 것도 없다" 그러면서 무시당하는 트렌드들이 만들어지는 거죠.

무시당하는 트렌드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좌절감을 안기게 되는데요. 사실은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사람으로서 존중받는 삶을 살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반응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근본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을 때 성공한 사람들로부터 내려오는 무시 그리고 거기로부터 느껴지는 모멸감 이런 것들이 상대적으로 이런 방식으로 반영되어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요.

◇ 채선아> 성공하지 못하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완벽해지고 싶어 하는, 하지만 그건 어쩌면 좌절의 표현일 뿐이라는 거네요.

◆ 손희정> 한국에서 육각형 인간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6개의 지표,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다양하게 육각형 인간을 추구하거든요. 국·영·수 잘하고 체육 잘하고 미술도 다 해야 하고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 피아노, 미술 다 해야 하고요. 그런데 사실 그런 방식으로 해서 모든 걸 다 갖춘 성공한 사람이 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부담되는 일이기도 하고요.

공부는 정말로 재능의 문제이기도 해서 누구나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다고 해서 공부 1등 하고 서울대 가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를 전문가들이 하는데요. 이 이야기의 핵심은 뭐냐 서울대에 가야만 먹고 살 수 있는 사회인 게 문제인 거지 누구나 다 4년제 대학 갈 필요가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소외나 우울 이런 것들이 없어질 수 있지 않나. 이걸 개인적 차원에서만 이야기해서는 해결이 안 되고 정책적이고 구조적인 차원에서 얘기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들을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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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만권> 사실 완벽해질 필요가 없습니다. 거기에 대한 강박을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고요. 그냥 내가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면 되는 거고요. 언제나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없으면 세상을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거든요. 진짜 이 세계가 청년들에게 자꾸 '필요 없다' 그러고 면접 보러 가면 자꾸 떨어뜨리고 몇 번을 봐도 자꾸 떨어지고 밀려나고 하면서 자존감도 엄청 떨어지고 하는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는 건 맞는데요.

하지만 자기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 완벽해진다는 강박을 버려야 되고 나는 왜 저 사람처럼 완벽하지 못할까 하는 강박을 버려야 해요. 그냥 내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면 된다는 그 정도의 생각만 하셔도 충분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 손희정> 또 한 가지 더 생각해 보실 만한 것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지금 한국 사회가 그렇게 계층 이동이 안 되는 사회가 아니라는 거예요. 실제로는 되고 있는데 그게 안 된다고 얘기하는 분위기라는 게 있고 그걸 우리가 받아들인 부분이 있는데 그 효과가 뭔지를 봐야 하거든요. 계층 이동이 안 된다고 얘기하는 건 오히려 신분제 사회라는 판타지를 더 강화함으로써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권력을 몰아주는 결과가 유지되는 거죠. 그래서 그게 아니라는 이야기도 같이해볼 필요가 있겠다.

◇ 채선아> 저는 이 얘기를 하면서 <싱어게인3>가 갑자기 생각이 났거든요. 거기에 보면 저음이 굉장히 매력적인 참가자가 나와요. 그런데 이 참가자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를 다수해왔던 거예요. 그러면서 전략적으로 상대를 이기려면 이렇게 해야 하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 포인트는 내 저음이고 그래서 그걸 공약해서 계속 무대를 해왔던 거예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원하는 음악은 이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이번 무대에서는 내가 하고자 하는 무대를 해보자 하면서 저음을 쓰기보다 고음을 내지르고 정말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거든요. 그럴 때 엄청 좋은 평가를 받은 걸 보면서 제가 더 위로받는 거예요.

상대를 이기려는 목적에서 꾸민 무대도 아니고 상대가 날 좋아할 만한 포인트를 건드린 것도 아니고 내가 하고자 하는 걸 했을 때 오히려 매력이 발산된다는 것을 이 무대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 육각형 인간이라는 트렌드가 내년에 계속된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흔들리지 않고 벗어나려는 우리의 용기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습니다. 여기까지, 손희정 문화평론가, 김만권, 정치철학자와 함께 했습니다. 두 분 수고하셨습니다.

◆ 손희정, 김만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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