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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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무리한 요구로 국내 배터리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배터리 고객사이자 합작사(JV)의 파트너인 완성차 업체들의 횡포가 전기차 수요 둔화 시기를 맞아 더욱 기승을 부린다. 전기차 핵심인 배터리를 외부서 조달해야 하는 탓에 전동화 시장에선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 예견됐던 완성차 업계 특유의 '갑질'이 고개를 들게 된 이면에는 중국이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완성차업체가 계약상 우월한 지위를 바탕으로 주요 부품·설비 공급사를 상대로 한 갑질은 업계 내 굳어진 오랜 병폐 가운데 하나다. 독자 엔진 기술을 바탕으로 소수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다 보니, 공급사는 고객사가 요구하는 부당한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엔진이 아닌 배터리가 구동의 핵심이기 때문에 이런 기조가 약화하고 점차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으나, 예상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 전동화 시장에서도 배터리 셀·모듈·팩 형태로 구매하는 완성차 기업은 가장 높은 지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신규 전기차를 개발·판매하기 위해선 배터리 공급사와의 파트너십이 절대적인 까닭에 별다른 잡음이 없었다. 배터리 업계는 시장 확대를 위해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거나 물류비 절감을 위해 완성차 공장 인근에 배터리 설비를 지어달라고 하는 등 어려운 미션을 요구받곤 했지만,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직결된 정당한 논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를 갑질이라 여기지 않았다.
배터리업계가 어려움을 토로하기 시작한 것은 이들의 요구가 점차 도를 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북미시장 진출을 위해 국내 배터리기업에 현지 JV를 제한한 한 유럽 완성차 회사는 자신들보다 더 많은 설립·투자 비용을 부담하라고 요구하면서 합작비율은 50대50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자는 적게 하면서 이익은 더 많이 가져가겠단 심산이다. 동일한 금액을 투자해 50대50으로 JV를 설립한 뒤, 여기서 발생한 이익을 더 많이 가져가겠다고 떼를 쓴 미국 완성차 기업도 있다.
최근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첨단세액공제(AMPC) 관련한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AMPC 분배 기준 및 배정을 놓고 JV 파트너사 간 협상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보조금 일부를 토해내란 회사들도 등장했다. 동업이 아님에도 배터리 회사에 자신들이 전기차를 판매해 보조금이 나오는 것이니 일부를 나눠달라는 업체도 있었다.
업계는 이런 완성차업계의 갑질은 중국이 부추겼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주요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시장 진출이 가로막힌 상황서 완성차회사가 혹할 만한 제안을 통해 무역장벽을 돌파하고, 유럽에서 국내 배터리사를 압도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기 위한 전방위적 로비를 펼치고 있다는 전언이다. 로비를 통해 미국의 규제 완화를 이끌어내고 유럽 내 물량을 대거 확보하겠단 전략인데, 이것이 오히려 국내 기업에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전가됐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성장세 둔화로 전동화 시장의 셀러스 마켓(공급자 우위) 구조가 약화한 측면도 크지만 핵심은 중국의 그릇된 로비 방식"이라면서 "장부상 조작이 가해져 배임·횡령 여지가 있고, 별도 계약으로 이를 보완한다고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회사 수익성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무리한 요구를 수용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수요·공급이 역전하는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완성차업계의 이런 악폐도 약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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