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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7 (화)

“청년정치 아닌 이준석…다음 대통령 될 가능성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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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에 미래는 있는가’ 좌담회

참석자
우석훈 경제학 박사·<88만원 세대> 공저자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김온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신민준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


경향신문

‘청년정치의 미래 좌담회’가 지난 12월 4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우석훈 경제학자,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김온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신민준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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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청년정치의 발화점은 우석훈 교수가 2007년 펴낸 <88만원 세대>였다. 이후 수많은 세대론과 이에 기댄 논의가 터져나왔다. 삼포세대, N포세대, 흙수저 담론, 헬조선 등.

주간경향도 2015년 우석훈 교수의 문제의식에 인구위기와 지방소멸 문제를 더한 ‘장기 386시대’의 도래를 전망한 기획을 내놓았다. 당시 한국사회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의 의사결정권 단계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던 386세대가 각 분야의 정점에 올라서면 특유의 인적 연결망과 자원을 동원해 그 자리를 지키는 경향이 상당히 오래 지속되리라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환갑을 넘은’ 86세대들의 이른바 제론토크라시(gerontocracy), 즉 노인지배가 중앙과 지방권력에서 오랫동안 관철되리라는 꽤 ‘절망적인’ 시나리오였던 셈이다.

학술적 논의로도 뒷받침됐다. 이철승 서강대 교수는 저서 <불평등의 세대>(2019)에서 86들의 ‘과두지배’는 정치 영역뿐 아니라 한국사회 대기업들 임원과 노조에도 관철되고 있음을 실증했다. 세대착취론에 대한 반박도 없지는 않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의 <그런 세대는 없다>(2022)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 책에서 더 본질적인 것은 세대 간 착취가 아니라 세대 내 불평등이라고 짚었다.

<88만원세대>가 출간된 지 어느덧 16년이 지났다. 전망대로만 흘러가진 않았다. 2018년 우석훈 교수는 주간경향과 인터뷰에서 <88만원 세대>를 통해 당시 20대 청년들에게 건넨 “토익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는 당부가 “바리케이드는 자기 마음에 쳤고 짱돌은 386들에게 던지는” 식으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정치적 무능에서 벗어나 스스로 조직화하여 정치적 발언권을 행사하라는 뜻의 주문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는 평가다.

<88만원 세대> 이후 반값등록금 운동과 함께 시작된 세대정치, 청년정치의 역사도 어느덧 10년을 넘겼다. 세대 문제의 당사자들이 정치적 진출을 도모해야 한다는 내용을 근간으로 했던 청년정치는 이후 어떤 성과를 남겼을까. 여야 정당에서 청년정치를 주창하는 인사는 많지만, 그중 1970년대 초 40대 기수론을 들고나왔던 DJ·YS처럼 성장할 정치인은 있을까. 오히려 세대착취론의 수혜는 청년정치 바깥에서 혐오에 기반한 갈라치기 정치를 한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고난극복 서사’를 쓰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얻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러 궁금증을 풀기 위해 좌담회를 열었다.

12월 4일 경향신문에서 진행한 좌담회에 참석한 우석훈 교수는 “포지션 싸움에 능숙한 이준석은 누구와 정치할 거냐는 충분히 보여줬지만 어떤 정치를 할 거냐에 대해서는 이야기한 적이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대선에서는 한동훈을 잡을 사람은 이준석밖에 없기 때문에 이준석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는 주장을 내놨다. 왜 그렇게 보는 걸까.

- 3주 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를 인터뷰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신당을 만들 거냐, 안 만들 거냐 설왕설래했는데 지금은 거의 상수가 된 듯합니다. 당시 기획회의를 하면서 나왔던 여러 이야기 중 하나가, 오늘 좌담에 참석한 우석훈 교수가 펴낸 <88만원 세대> 이후 ‘청년세대가 자기 목소리를 내자’는 운동이 벌어졌고, 그에 따른 정치적 결과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민주당·국민의힘 양당 이외에도 정의당에서도 청년정치 실험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민주당에서도 청년인 전용기·장경태 의원이 배출됐고 국민의힘 쪽도 좌담 참석 중인 김온수 부대변인한테 들으니 현 최고위원의 절반 이상이 청년이라고 합니다. 성과라면 성과겠죠. 그럼에도 국민이 바라보는 ‘청년정치’에 대한 시선이 마냥 긍정적인 것 같진 않습니다. 일단 저희가 회의를 할 때도 지금 신당을 추진하는 이준석이 나이가 30대라고하더라도 청년정치인이 맞냐, 나이나 세대만 가지고 청년정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는 지적이 나왔고요. <88만원세대>를 공동저술하실 때 의도했던 방향과 맞는지 모르겠으나 ‘세대착취론’ 논의가 시효를 다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특정한다면 ‘86세대의 착취에 맞선 청년세대의 어떤 자기자리 보장 요구’, 이런 식으로 요약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는데 이에 대한 비판이 많았습니다. 정의당의 류호정·장혜영 의원이 비례 앞순위를 받았던 것 가지고도 논란이 있었고요. 같은 맥락에서 민주당의 박성민 전 최고위원이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서도 비판이 없지 않았습니다. 지금 상황은 역설적으로 청년정치인인지도 애매한 이준석과 천아용인을 제외하면 독자적인 비전이나 자기 세력 형성에 성공한 청년정치인들이 잘 안 보인다는 점에서 회의적 시각이 있는 듯합니다. 오늘 좌담회에는 여야 두 당뿐 아니라 시민사회 쪽에서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도 와있는데, 시민사회적 관점에서 청년정치란 제도권 정치 진출만 염두에 두는 건 아니겠지요. 영향력의 정치, 청년의 목소리를 제도권 내에 얼마나 반영해낼 것인가의 넓은 과제도 포함될 듯싶습니다. 먼저 돌아가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경향신문

우석훈 경제학자/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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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은 ‘누구랑 정치할 거냐’는 충분히 보여줬는데 ‘어떤 정치를 할 거냐, 자신이 만들고 싶은 세상이 뭐냐’에 대해서는 제대로 밝힌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찍어주고 싶게 만드는’ 개인적인 매력이 있는 겁니다.”- 우석훈 박사
- - 우석훈 박사


우석훈 경제학박사·<88만원 세대> 공저자(이하 우석훈) “한국에서 청년정치라면 일종의 여의도 문법 같은 이야기이고, 일반 국민은 그런 생각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88만원 세대>를 쓸 때와 비교하면 당시엔 아예 그런 이야기가 없는데 그나마 좀 생긴 것 자체가 변화라고 볼 수는 있겠네요. 사실 제가 그 문제의식을 가졌던 것은 영국에서 데이비드 캐머런이 정치권에 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였습니다. 그때가 40대 초반이었을 텐데 보수당 대표도 하고 내부정치를 정리하고 총리를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제일 오래된 나라라고 하는 영국도 저렇게 바뀌는데 한국은 왜 저게 안 될까’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젊은 사람끼리 뭉쳐서 뭘 하는 것보다는 전체를 끌고 갈 리더로 젊은 사람이 등장할 가능성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후 프랑스도 마크롱이 등장했고 캐나다도 40대인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등장했죠. 그런데 나이순, 연장자 우선순위로 가는 것은 한국, 동북아의 한·중·일뿐입니다. 이 세 나라는 왜 나이를 먹어야만 할 수 있을까, 여전한 의문입니다. 젊은 사람이라고 꼭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온다고 보진 않지만, 당사자라는 관점으로 청년세대가 가지는 여러 경제적 어려움을 그래도 조금 더 느낄 수 있지 않나 싶거든요. 제일 실감했던 게 박근혜 정부 초반에 정년 나이를 연장하는 일이 있었죠. 그건 금방 국회까지 다 통과해버리더군요. 그런데 청년과 관련해선 툭 하면 격론이 붙어요. 국회 입법은커녕 발의까지도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 시절에 청년기본법인가요? 그건 계속 국회에 계류 중인데 노인 관련 법은 후딱 통과되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청년은 아직도 정치현장에서 과소대표되고 있고, 여의도라도 많이 가고 국회에 있어야지 사회적으로 좀 균형이 잡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흐름이 더 빨라지지 않겠나 싶습니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이하 지수) “우 교수께서 청년세대가 가지고 있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당사자 청년의 정치’를 언급해 주셨는데 이 부분에 지금 청년정치가 마주하고 있는 모순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청년세대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이라는 게 대체 뭔가’라는 질문에서 청년세대가 마주한 불평등과 차별이 외면받는 문제 말입니다. 이준석만 하더라도, 지금 이 사회가 개인들이 각자도생하면서 겪는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답 혹은 당신이 이 문제를 겪게 된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화살을 끊임없이 약자를 향해 돌리고, 더 큰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사실 이준석은 청년정치인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기에 앞서서 혐오를 앞세운 사실상 정말 위험한 정치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으로 분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한테 청년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그냥 연령대를 표현하는 것 말고는 아무 의미가 없는 상황과 다름없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청년정치란 지금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를 문제 제기하고 기존 사회질서 그리고 기존 정치 문법이 아닌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정치입니다. 기존 사회가 굴러오던 방식대로는 계속해서 불평등이 심화되니 이것이 아닌 새로운 질서를 제시하는 세력들이 우리에게 필요하고, 저는 거기서 길을 잃지 않는 정치와 사회운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온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이하 김온수) “개인적으로 ‘청년’이라는 단어는 일종의 콘텐츠라고 봅니다. 이건 잠깐 동안만 적용되는 명칭일 뿐, 실제 제가 추구하는 정치적 길이나 활동은 나이와 무관하게 지속되지 않을까요.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절반은 1980년대에 태어났고 저도 1980년생이지만, 그들의 행동이나 역할을 보면 실질적인 혁신이나 변화는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중앙당에서 상근부대변인으로 처음 일하게 됐을 때 경험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주차증’이었어요. 사실 국회출입증이 있으면 둔치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이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첫 사흘 동안 매일 1만6000원씩 주차비를 냈습니다. 식권도 어떻게 사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흔히 정치권에서 쓰는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이런 사소한 것에서도 크게 다가왔습니다. 실전에서 마주한 정치는 마치 아무것도 없는 무대에서 공연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캄캄한 곳에서 조명도 제가 설치하고 대본도 직접 써야 했습니다. 청년정치인으로서 제가 배운 것은 배움의 과정이 아니라 이미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겁니다. 아무나 알려주거나 협조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상황일수록 더 큰 기회를 잡으려면 무대를 만들 수 있는 실력과 능력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죠.”

경향신문

신민준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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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안에서 정치 신인을 키워내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청년정치인이 양적으로 늘어난 건 맞아요. 하지만 활동 무대가 지역기초의원이나 부대변인 같은 주변부죠. 국회의원 등 중요 의사결정 단위에 청년 수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 - 신민준 집행위원장


신민준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이하 신민준) “사실 민주당의 역할로 간담회에 초대받았지만, 당에서 활동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고, 시민사회 활동가로 일한 경력이 더 많아요. 일단 오늘 이 자리에서 딱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정치 신인을 키워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민주당이든 다른 정당이든 청년정치인이 양적으로 늘어난 건 맞아요. 하지만 내용을 보면 청년정치인들이 활동하는 무대가 주요 의사결정 단위가 아니라 지역기초의원이나 부대변인 같은 주변부거든요. 여성정치의 목표가 과반이라면 청년정치의 목표는 보통 15%로 이야기돼요. 그 15%가 주변부 인원으로는 채워지고 있지만, 국회의원이라든지 최고위원 같은 정당의 중요 의사결정 단위에 청년의 수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제는 양적인 변화보다 질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그 방안으로 좋은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초의원으로 정치적 역량을 쌓고 다양한 상설 의제 위원회에 참여해 지역과 중앙을 오가며 정책·입법 역량을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정치학교 등이 운영되면서 정당 안에서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합니다. 지금 대부분의 정당에서 이런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고 있어요. 저는 민주당의 문화예술특별위원회에서 문화예술인들이 일상적인 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집행위원장을 자임하고 나섰습니다. 함께하는 분들도 같이 공유하는 목표입니다. 그런데 제안을 받고 막상 와보니 일종의 개점 휴업 상태더군요. 당비를 월 5만원씩 납부하는데 아무것도 안 하는 걸 보면서 화가 났습니다. 선배들한테 당이 아무것도 안 한다고 불평과 불만을 털어놓았는데 ‘네가 활동가 출신이라면 부딪쳐서 어떻게 바꿀까를 생각해야지 불만만 말하고 있어서 될 일이냐’는 타박을 받았습니다. 다소 꼰대 같을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과거에는 문제와 맞닥뜨리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는데 막상 당과 관련해서는 소극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제대로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행위원장이라는 없는 자리를 만들어냈고, 함께 일했던 동료들도 불러들여 일할 사람으로 집행부도 다시 꾸렸습니다. 3가지 목표를 세우고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그중 80%는 해낸 것 같아요. 혼자선 할 수 없었을 텐데 많은 사람이 도와줘 가능했던 듯합니다.”

-제도정치권에 있는 분들의 의견이 다 ‘없는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각자도생 체험이네요. 우석훈 교수께서는 지금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할 말씀이 많을 듯 한데요.

우석훈 “형식적인 변화에 대한 새로운 조건을 보면요. 인구 구성 변화가 앞으로 굉장히 클 겁니다. 그러니까 1970년대엔 연간 한 100만명 조금 넘게 태어났는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그게 64만명 정도로, 30년 동안 3분의 1이 줄어들었어요. 그 뒤에 다시 20만명 정도 줄어들거든요. 지금 중2와 중3 정도면 한 40만명 정도 태어나요. 그러니까 그전에는 어느 정도 규모가 유지되다가 그 밑은 20만명대로 바뀌어 버립니다. 지금의 20대 청년을 중심으로 보면 매년 한 40만~45만명 정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거의 마지막 연령층입니다. 이것을 386, 그러니까 586과 비교해보면 그 사람들은 1년에 100만명씩 태어나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일종의 거대한 흐름 같은 걸 만들어내던 세대인데, 지금은 이제 이 청년들이 주목할 만한 움직임을 만들어낼 공간 자체가 없는 셈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위로는 한쪽에 586이 있고, 그 위로 또 박정희와 같이 살았던 유신세대처럼 강력한 세대가 있어서 거기서 어떻게 하면 발언권을 얻을 거냐와 같은 시대적 소명이 있었어요. 지금 청년들은 10대까지 포괄해도 어떻게 하면 이 사회가 젊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저변이 쪼그라들어버린 것이죠. 얼마 전부터 진짜 고민하는 문제가 있어요. 시민단체에서 20~30대 활동가들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마저도 이들이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어요. 정치 쪽으로 가신 분들은 그래도 정당보조금도 있고, 양당의 경우 최근 당원도 늘고 해서 그나마 낫습니다. 시민단체들은 회원도 줄고 돈도 없어요. 그렇다고 사업비가 있냐 하면 한국은 선진국인데도 이상하게 외국 펀드가 많이 들어옵니다. 우리나라 문제를 가지고 논의해야 하는데 수익구조가 이렇다 보니 요즘은 환경영역이나 이런 데를 보면 마치 외국인 하청노동자 같습니다. 가난해도 자긍심을 가지고 움직이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자긍심 같은 게 있었는데 활동도 위축되고 자존감도 낮아지고…. 그렇다고 위에 있는 50대 사무총장이나 대표급들이 이런 사정을 이해하느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준석만 그런 게 아니고 장혜영도 사방에서 욕을 먹습니다. 어쨌든 스타가 된 셈인데 이들을 향해 워낙 가차 없이 비판을 쏟아내니 청년정치를 주제로 논의를 끌고 나갈 동력 자체를 얻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경향신문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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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준석은 혐오를 앞세운 위험한 정치를 주도하는 사람으로 분류해야 하지 않을까요. 청년정치란 지금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의 시작점을 찾고, 기존 사회질서와 정치 문법이 아닌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정치라 생각합니다.”
- - 지수 위원장


-민달팽이유니온의 경우 2011년 만들어졌으니 10년이 넘은 단체인데요, 위원장을 맡은 지수씨도 정치권과 관계설정을 어떻게 할 것이냐, 단체의 전망은 후배활동가들과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 등 고민 지점이 많을 듯합니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 원가족의 거처로부터 벗어나 자기만의 방으로 거처를 이행할 때 겪게 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사회가 어떤 지원을 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청년 개개인들이 배제돼 빈곤·불평등 문제를 겪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그게 특정 청년세대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거든요. 주휴수당을 안 주는 직장에 다니는 청년들, 그리고 불안정 비정규 노동을 하던 청년들, 그리고 ‘지옥고’(편집자 주: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에서 한 글자씩 따서 만들어진 조어)에서 살게 되고 주거위기를 홀로 감당해야 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하는 그런 활동을 해왔어요. 민달팽이유니온은 단지 세대만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세대 안의 불평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어떤 30대 청년이 서울에 12억원 하는 아파트를 사려고 대출받고 부모에게 상속증여를 받고 다른 집에 세입자 보증금 끌어오고 자기신용이나 직장인 대출을 받으면 그걸로 내 집은 마련할 수 있죠. 보수언론지가 ‘이것이 청년세대의 주거 불안이다’라고 이름을 붙일 때 진보언론은 뭐 하고 있었냐, 사실 똑같이 ‘영끌세대’ 이야기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시기에 벌어졌던 것은 전체 인구구성에서 유일하게 청년 1인 가구라는 인구집단이 수치상 늘어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진보언론조차 여기에 주목하지 않았어요. ‘영끌해서 주거사다리에 올라타고 싶다’에 모두가 휩쓸릴 때 그나마 ‘지옥고’ 이야기가 나와도 이내 한물간 청년주거 이슈 취급을 받았죠. 그 이상한 현상을 저는 잊지 못하거든요. 그리고 그게 진짜 문제라고 봅니다. 청년세대는 유행이 아니라 언제나 존재했던 연령대이고 청년이라는 연령대를 앞세워 정치에 자기 자리를 확보한 사람들이 청년운동이 제시하는 사회변화를 함께 이야기하고 있었냐 하면, 아니었습니다. 청년정치 아닌 이들이 많이 섞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끌 담론에 휩쓸려 이 시대의 불평등과 차별을 직시하지 못하고 바로 압도되고 말았을 때, 혐오의 언어를 적극 활용하는 이준석과 같은 정치인들에게 흔들렸을 때, 그때 자기 목소리를 잃지 않고 버텼던 사람이 없진 않았어요. 그 사람들이 이 사회의 진정한 변화를 말할 수 있고 미래 전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석훈 “젠더를 혐오로 쓰는 것은 한국에서만 발견되는 현상이에요. 다른 나라에 그걸 안한 것은 그 요소가 없어서가 아니라 계산해보면 이게 오히려 욕만 먹고 더 마이너스일 수도 있어서입니다. 이준석이 그걸 쓸 수 있었던 것도 메이저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페미니즘 정치만 가져오는 사람들도 마이너 내에서는 정파와 상관없이 젠더를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메이저가 되는 순간에는…. 이준석은 지금까지 오는 과정에서 본인이 인정했던 안했던 매우 강렬한 젠더정치를 한 겁니다. 그 수혜를 받았던 셈인데 이걸 계속한다면 이준석은 영원히 메이저 정치는 못할 거에요.”

-논의의 흐름을 깨는 발언일 수도 있지만 주간경향이 3주 전에 이준석을 인터뷰했습니다. 이준석 본인은 ‘내가 정말 혐오발언을 했으면, 그 구체적 증거를 가져와 봐라. 나를 혐오정치, 갈라치기 정치인으로 규정하는데 내 구체적인 워딩을 놓고 그렇게 말한다면 인정하겠다’고 주장하더군요. 예컨대 여성임금이 남성임금의 65%다, 그렇다면 이걸 개선하는 정책변화를 주장하는 것이라면 OK지만 예컨대 강남역 살인사건 때 ‘여자라서 죽었다’, 이런 식의 이념이 들어가면 같이 토론할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자기가 배격하는 게 음모론과 특정 이념에 기반해 사실을 왜곡하는 거라면서요.

우석훈 “장애인단체에 대해 한 말이 있는데 그 정도 혐오를 혐오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치매죠. 이준석이 포지션 싸움은 잘해요.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준석은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이준석이 누구랑 정치할 거냐는 충분히 보여줬는데 어떤 정치를 할 거냐에 대해서는 이야기한 바가 없다는 겁니다. 이 사람이 만들고 싶은 세상이 뭐냐, 거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제대로 밝힌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예전에 독일 녹색당에 페트라 켈리라는 여성정치인이 있었어요. 나중에 불행하게 죽는데 등장할 때 본인만 정치인으로 커진 것이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녹색당이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커졌습니다. 매력으로 보면 진짜로 찍어주고 싶은 거예요. 정치라는 게 그런 부분이 있습니다. 좀 냉정하게 말하면 정의당이나 민주당에서 나온 청년정치를 표방했던 분들이 덜 매력적이라는 겁니다. 남성·여성 그런 문제가 아니고 ‘나는 쟤랑 같이 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게 파토스(감성)가 안 움직인 겁니다. 이준석은 방법은 어떻든 사람들의 파토스를 움직였어요. 정치라는 게 로고스(논리)만 작동하는 게 아니 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누가 또 다음 세대의 파토스를 움직여나갈 것인가, 이것은 개인 매력에 달려 있기 때문에 진보·보수 하는 이런 문제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교롭게도 이준석이라는 사람이 보수 쪽에서 나온 것이고, 그런 사람이 또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는 아무도 모르죠.”

-1973년생 한동훈은 어떻게 봅니까. 기사를 몇 번 썼는데 댓글 달린 것 보면 진짜 댓글조작단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팬층을 몰고 다닙니다. 출마할지 안 할지 모르지만 출마하면 상당한 영향력이 예상되긴 합니다만.

우석훈 “한동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한동훈이 나오면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이준석밖에 없다고 봐요.”

-그게 아이러니인 거죠. 청년정치가 아닌 쪽으로 청년세대의 지지가 쏠린다는 사실이….

우석훈 “개인적으로 다음 대통령은 이준석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람직하다는 뜻은 아니고요.”

지수 “글쎄요. 민주당에서 이준석을 이길 사람이 그 연령대에서 아무도 없다, 라는 그 감각을 많은 사람이 느끼고 있다면, 그 이유는 민주당이 자기들이 제시할 수 있는 세상이 어떤 식으로 국민의힘과 다른지, 자신들은 어떤 이야기로 누구를 대변할지가 분명하지 않으니 그런 상황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찾으셔야죠.”

신민준 “저는 소위 이대남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정치적 효능감을 많이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힘은 잊을 만하면 여성가족부 폐지를 꺼내 들고 있고, 게임회사에 트럭을 보내거나 집단시위를 하면 게임회사나 정치권이 반응을 해주잖아요. 반면 20대 여성들이 정치적 효능감을 느낄 때는 언제였을까 생각합니다. 총선과 대선과 같은 정치적 국면의 필요성에 따라 동원만 당해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준석이 새로운 세상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우석훈 박사 말씀에 동의합니다. 이준석이 다음 대통령에 가장 가깝다는 말씀, 사실 제 주변 선배활동가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때마다 저는 정말로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냐고 그에게 묻고 싶어요. 저는 이준석이 스스로 부정하는 것처럼 그가 하는 게 청년정치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청년정치라는 건 사회적 불평등에 놓여 있는 청년들을 위한 세상을 어떻게 새롭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투신하는 거라고 봅니다. 역사적으로 그게 청년정치였고요.”

경향신문

김온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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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최고위원회 절반은 1980년대에 태어났지만, 실질적 혁신이나 변화는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전 정치는 아무것도 없는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청년정치인도 이미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하는 거죠.”
- - 김온수 부대변인


김온수 “박사님 말씀을 듣고 머리에 망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아마 가장 빨리 탄핵을 당하는 대통령 아닐까요. 정당생활을 하면서 둘 중의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한동훈 장관을 선택하겠습니다. 저는 국민이 왜 이준석 대표가 대통령이 될 수 없을지를 보여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리더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과 태도 변화를 가져야 하고, 이준석 대표도 과거 혐오정치에 대한 자기반성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정치인들도 이준석 전 대표가 설정한 프레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색깔과 정치이념을 발전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석훈 “한국 자본주의는 여러모로 기형적입니다. 우리나라 정치도 좀 이상하고 사회적 불균형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별 혐오를 거쳐 이젠 젠더까지 온 건데…. 이걸 선거를 통해 우리가 계속 극복해왔어요. 투표를 하면 누군가가 좋아서 찍은 적이 거의 없어요. 그래도 선거를 통해 우리가 계속 뭔가를 반영시켜나가며 문제를 풀어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래도 미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됐든 선거를 통해야 문제가 풀리지 그냥 저 사람이 이길 것 같다, 그런 이야기만 해서는 아무런 문제도 안 풀립니다. 새로운 사람이 나오는 공간도 그런 에너지 속에서 탄생할 거라고 봅니다. 어쨌든 다음 총선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새로 나와 새로운 흐름이 생기면, 단번에 바꾸진 못하더라도 몇 년 지나면서 새로운 변화가 만들어지리라 믿습니다. 그러면 청년들이 생각하는 주거 문제가 다음 대선에선 진짜 1호 공약이 되어 불평등을 줄이는 세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누가 되든 세상은 조금씩 좋아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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