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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4 (토)

“아들 죽인 회사가 어떻게 무죄냐”…김용균 5주기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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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11일 김용균씨 사망 5주기

이틀전 대법원 산재 책임자 ‘무죄’ 확정


한겨레

화력발전소 비정규 하청 노동자였던 고 김용균씨 5주기를 앞둔 9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5주기 추모식에서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재단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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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대법원은 그동안 우리의 피나는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놨습니다. 아들을 죽인 회사가 어떻게 무죄일 수 있습니까?”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산업재해 책임자들에게 무죄를 확정한 이틀 전 대법원 판결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비정규직의 처우를 바꾸는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도 제정됐지만, 억울한 죽음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며 “24살 청년의 삶을 끝내버리고 그 부모의 인생까지도 말아먹은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의 잣대를 거부한다”고 했다.

이틀 뒤인 11일은 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김용균씨가 지난 2018년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된 지 5년이 되는 날이다. ‘2인 1조’ 작업 매뉴얼은 지켜지지 않은 가운데 김씨는 홀로 밤샘 작업을 하다 참변을 당했다.

김용균재단,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등 102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5주기 추모위원회’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광장에서 ‘김용균 5주기 추모대회’를 열고 “안전과 생명은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며 차별이 있을 수 없다”며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요구한다”고 했다.

이날 추모대회엔 이태원 참사 유가족, 산재 피해 유가족 등을 포함한 500여명의 시민이 광장을 꽉 채웠다. 이날 모인 시민들은 대회 중간중간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라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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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5시06분 서울 종로구 보신각 광장에서 열린 ‘김용균 5주기 추모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고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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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에선 산재 책임자들에게 무죄를 확정한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7일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전 대표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용균씨의 주검을 최초로 발견했던 이인구(68)씨는 “사장이야말로 안전을 중요시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데, 대법원의 무죄 판결은 사장은 산재가 발생할 위험을 몰라도 된다는 것과 같다”며 “너무 분하고 억울하다”고 했다. 서울 금천구에서 온 정만승(71)씨는 “2인 1조로 작업해야 하는 걸 김용균씨가 혼자 하다가 사망했는데, 이에 대한 책임이 아무에게도 없다는 것 아니냐”며 “말도 안되는 무죄 판결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고 했다.

최근 정부·여당이 내년 1월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을 확대 적용하는 것을 2년 유예하는 것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권영국 변호사(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는 “고용노동부가 매년 발표하는 산재 현황에 따르면 중대산업재해의 80%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제정한 법을 ‘기업 투자를 막는 킬러규제’라고 낙인찍더니 끝내 중소기업 사장들을 앞세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안전을 우선하는 기업 문화를 만들고자 했던 우리 사회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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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5시20분께 서울 종로구 보신각 광장에서 열린 ‘김용균 5주기 추모대회’에서 권영국 변호사(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고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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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등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정책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철근 생산 공장에서 일한다는 유상이(55)씨는 “지금도 산재를 당해도 제대로 보상을 못 받는 일들이 일어나는데,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뉴스를 접하면서 너무 화가 난다”며 “윤 대통령은 정치를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김금영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장은 “노란봉투법이 하루빨리 공포돼 일하다 죽지 않고, 차별 없는 보상과 처우가 이뤄지는 노동환경이 만들어지는 세상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이들은 이날 저녁 6시20분께 이태원 참사 분향소가 있는 서울시청 광장으로 행진해 합동 분향을 한 후 추모대회를 마쳤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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