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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태울 수도 없고…" 명품업계, 산더미 재고에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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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폭발한 '보복 소비'를 등에 업고 눈부신 성장을 누린 명품 시장이 경기 둔화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고급 브랜드들이 넘쳐나는 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그간 꺼렸던 할인 판매를 재개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고 했다.
아시아경제

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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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품 시장은 2021년 31.8% 2022년 20.3%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날아올랐다. 하지만 올해 성장률은 3.7%로 급락할 전망이다.

유럽 온라인 명품 쇼핑몰 '마이테리사'는 "2008년(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시장 상황"을 겪고 있다면서 지난 3분기 말 기준 재고가 1년 전보다 44% 급증했다고 밝혔다. 실례로 버버리는 백화점에서 안 팔린 재고를 도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급 이미지를 사수해야 하는 명품 브랜드의 특성상 할인은 꺼리고 있다는 것.

고가 브랜드는 최근 할인 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할인 판매에 집중하는 온라인 쇼핑몰에는 제품을 공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백화점 할인 판매도 단속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재고가 쌓이면서 다시 할인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는 브랜드도 나오고 있다.

명품 재고가 쌓이면서 미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주가도 부진한 모습이다. 파페치 주가는 2018년 말 상장 이후 2021년 2월까지 272%가량 급등했지만, 수요 둔화와 손실 확대 속에 지금은 상장 당시 대비 90% 넘게 하락한 상태다. 다른 업체 마이테레사의 모기업 주가는 2021년 상장 후 줄곧 하락해 현재 90% 넘게 떨어졌다. 파페치는 2021년 초 손익분기점을 넘겼지만 몇 분기 후 적자로 돌아섰고, 마이테레사는 상장 후 초반 몇 분기 동안 흑자를 냈지만 이후 적자에 빠진 상황이다. 파페치 창업자는 상장폐지를 검토하고 있지만, 이 경우 손실 감축 방안으로 꼽히는 합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페치는 지난해 다른 고가 브랜드 이커머스 업체인 육스 넷어포터와 합병하기로 했지만, 아직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몇 달 동안 비공식 재판매상들이 명품 브랜드들로부터 직접 재고 판매를 제안받는 징후가 있다고 WSJ는 전했다.

과거 고가 브랜드는 재고를 할인 가격으로 팔 바에야 아예 태워버리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실제로 영국 패션 브랜드 버버리는 지난 2018년 2860만 파운드 상당의 옷과 장식품, 향수 등을 태워 환경 단체로부터 비난받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패션 제품 소각을 법으로 금지함에 따라 이런 방식 또한 여의찮게 됐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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